이명박 대통령의 첫 방미 길이 환송 인파 대신 시민사회단체들의 규탄 기자회견으로 점철되고 있습니다.

'조공(朝貢)하러 가느냐'는 비아냥거림에서 보듯,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각계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조공이란 주변 제후국들이 정기적으로 많은 진상품을 들고 천자를 배알하던 풍속을 말함이니, 부시 대통령을 찾아가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이 조공사신을 닮았다는 것입니다. 

거론되는 '조공목록'은 열거하기에도 힘이 들 지경입니다. △미국 쇠고기 전면 수입개방 △ 아프간 재파병 △한미FTA의 조속한 비준 △한국의 MD(미사일방어체제).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참가 △용산기지 내 주한 미 대사관저 부지 이전 △미군기지 이전 및 방위비분담금 한국 부담 증액 등등...

반면, 미국측이 던져 줄 선물은 비자면제협정(VWP)이 고작입니다. 주한미군 감축중단이나 전시작전통제권 재협상도 일부 거론되나, 설사 미국이 준다고 해도 우리 국민의 상당수가 원하지 않는 선물이라는 점에서, 실익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 무더기 조공을 자초한 쪽이 이명박 정권이라는 사실입니다. 지난 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해 기어이 '과거 정부에서 한.미 동맹에 손상이 있었다'며 '한.미동맹 복원'을 외교과제로 내세운 것이 이 정권입니다. 그러니, 부시 행정부가 '복원' 선물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당연지사라 할 수 있습니다.

조공 품목 뿐만이 아닙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그러했듯, 취임 후 첫 방미시 회담 며칠 전부터 미국 땅에 들어가 몸을 낮추고 부시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사이 이명박 대통령이 또 얼마나 낯 뜨거운 발언으로 한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지도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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