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국회의원 선거인 4.9총선이 끝났다. 정당별 득표 결과는 한나라당 153, 통합민주당 81, 자유선진당 18, 친박연대 14, 민주노동당 5, 창조한국당 3, 무소속 25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이 과반수를 얻음으로서 여대야소(與大野小) 의회구도가 성립됐다. 수치상으로 보면 한나라당 승리-민주당 패배-친박연대 약진-민노당 선전 등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이를 좀더 구체화하면 다음과 같은 평가가 가능하다.

한나라당이 과반수를 얻음으로서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지방권력,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행정권력을 장악한 데 이어 이번 총선에서 의회권력까지 차지함에 따라 정부.여당의 국정운영은 일단 탄력을 받게 됐다. 반면 민주당은 개헌저지선(100석)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자유선진당은 충청권에서 선전했으나 원내교섭단체 구성에는 실패했으며,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의 약진이 눈에 띄며, 진보정당에서는 그나마 민노당이 체면치레를 했다. 이러한 평면적인 평가 말고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먼저, 이번 선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범보수진영이 엄청 확대됐다는 점이다. 범보수계열인 한나라당 153, 자유선진당 18, 친박연대 14, 그리고 친박 무소속 등을 합하면 200석이 넘을 정도다. 보수 일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좀 복잡하다. 한나라당은 과반수를 약간 웃돌았지만 예상만큼 완전승리는 아니다. 호쾌하게 웃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이명박계의 핵심 인사인 이재오, 이방호의 낙선이 그렇다.

둘째, 오히려 이번 총선에서 최대 승리자는 박근혜다. 어려운 여건에서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이 높은 생존율로 생환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 친박 성향 당선자 25명 정도와 친박연대 14명 그리고 친박 성향 무소속 등을 더하면 50명이 넘어 향후 정국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게 됐다. 박근혜는 7월 한나라당 당권 도전에 나설 수도 있고 이명박 정부의 상징인 한반도 대운하 반대의 키도 쥐고 있다. 정국의 중심인물로 오를 전망이다.

셋째, 민주.진보세력에 일대 경종이 울렸다. 민주당 지도부이자 거물급인 손학규, 정동영이 낙선했으며, 민주세력의 대부라는 김근태도 낙선했고, 임종석 등 이른바 운동권 386이 초토화됐다. 진보세력에서는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분열된 채 임했는데, 민노당은 한미FTA 반대를 내건 강기갑의 선전에 그나마 건재를 과시했으나 진보신당은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전반적으로 민주당(81)-민노당(5)의 민주.진보세력은 지난 17대 대통령 탄핵 역풍에 얻은 열린우리당(152)-민노당(10) 의석에 반토막을 내며 패퇴했다.

넷째, 투표율이 50% 미만으로 나와 ‘민주주의 위기’가 대두됐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46.0%로, 17대 총선 당시의 60.6%에 비해 14.6% 포인트나 하락했을 뿐 아니라 전국 동시규모 선거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우리 국민은 50% 미만의 투표율로 대표성을 받아들여야 하는 초유의 난감한 사태에 직면했다. 또한 이번 총선은 정책 없는 선거였다. 따라서 민족의 진로와 관계된 대북정책조차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 다만 안정론과 견제론이 나왔지만 무엇을 위해 안정이 필요하고 왜 견제해야 하는지가 불명확했다. 이번 선거는 분별없는 정치권의 행태가 유권자에 그대로 투영된 어지러운 선거였다.

이번 4.9총선에서는 범보수진영이 전체 의석에 2/3가 되었다. 그렇다면 국민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한나라당에 과반수는 주었지만 예상보다 적은 의석을 주어 반이명박 정서를 시위한 것일까? 아니면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견제 역할을 야당이 아니라 여당내 박근혜 측에 준 것일까? 그런데 문제는 어느 쪽이든 야당과 진보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무관심은 회초리보다 아프다. 새는 진보와 보수라는 양 날개로 난다는 금언에 비쳐볼 때 민주주의의 위기라 아니할 수 없다.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민주.진보세력의 재건이 필요하다. 이번 4.9총선의 메시지는 국민의 눈 밖에 난 민주.진보세력을 눈 안에 들어오게 하라는 것이다. 뼈를 깎는 민주.진보세력의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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