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평교사로 지내며 아이들 박수와 노래 속에서
정년 퇴임식을 맞으려 했던, 소박하지만 가장 컸던 그 꿈을
이제 접으려 합니다.
3년을 못 참고 스스로 떠나려 합니다.”
33년 간 몸담아 온 교단에 ‘마침표’를 찍으며 아내에게 쓴 시 ‘사표를 내며’의 일부이다.
이수호(59). 각박한 사회운동의 최일선을 걸으면서도 항상 교직을 천직으로,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며 살아온 그가 ‘기쁜 마음으로’ 사표를 던졌다. 교사는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는 현행법에 따라 민주노동당 혁신재창당준비위원장을 맡게 된 그가 ‘가벼운 마음으로 민주노동당호로 달려’가기 위해 내린 결단이다.
전교조 위원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하며 우리사회의 민주화 과정을 일구어온 그는 의외로 문학을 전공한 시인이다. 그의 사표의 변 역시 아내에게 보내는 시로 쓰여졌다.
남들은 침몰하는 배라며 ‘민주노동당호’를 뛰쳐나가는 판국에, 더구나 총선의 태풍이 휩쓸고 있는 한복판에 ‘혁신재창당’이라는 기치를 들고 민주노동당호에 ‘투신’한 그를 만나러 20일 국회로 향했다.
국회본관 민주노동당 의정지원단실에서 기자를 만난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우선 좀 뜨거운 마음이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시기”이므로 “받았던 걸 다 되돌려주는 심정”으로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그가 진단하는 민주노동당의 문제점은 “과도한 정파주의와 거기서 비롯된 패권주의”로 요약된다. 따라서 이것을 “어떻게든지 좀 완화시키고 올바르게 제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최대의 혁신과제”라는 것이다.
10대 혁신 과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처방인 셈이다. 총선이 끝나면 본격 논의될 이들 과제를 두고 벌써 당내에서는 당명 개정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수호 혁신재창당준비위원장은 “이미 대선, 총선이 끝나고 나서 강령을 포함해서 당명까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재창당 과정을 밟겠다라는 것을 결정한 바가 있다”고 상기시키고 “서구의 발전된 사회주의나 사민주의 국가들 정당의 강령들을 보면 최소한 3년 늦어도 5년 사이에 사회 변화에 따라서 업그레이드시켜 나간다”는 사례도 들었다. “꼭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는 했지만 개정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중간평가제나 소환제가 실시될 경우 현직 의원이 당원들에 의해 소환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패권주의 극복과 정파주의 극복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도 만만치 않은 숙제이다.
그는 혁신의 맥락을 "당의 정체성을 노동자, 농민, 서민, 민중 중심으로 확실히 하겠다는 것이고, 운영과 관련해서는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그럼으로 해서 종파주의나 패권주의 같은 것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제도 등등을 확실하게 해보자라는 것이 큰 방향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당분간은 ‘준비’자를 달고 재창당혁신을 준비하고 있지만 당면해서는 총선을 성과적으로 치러내야 할 상황이다.
지역구 10석, 비례대표 10석을 목표로 한 이른바 ‘텐-텐 전략’에 대해서는 “솔직히 목표다”라고 자인하면서도 당선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들을 하나하나 꼽는가 하면 “정당지지를 최소한 10%이상,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욕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총선 과정에서 “한정된 세력을 민주노동당과 탈당한 진보신당이 서로 나누어 먹어야 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양쪽이 다 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비중있는 후보자들이 출마한 지역구의 경우 “자연스럽게” 교통정리가 돼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모든 것들을 당원들이 정하기 때문에, 그래서 부득이하게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서는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일부 지역에서의 맞대결이 불가피함을 기정사실화 했다.
총선 후에는 진보신당과 다시 함께 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게 우리 희망이다”고 반기면서 “꼭 하나가 아니라 하더라도 따로 있으면서 당분간 건강하게 연대할 수 있고 여러 가지 형태를 같이 할 수 있다”며 “잠깐 집은 다른 집이라 하더라도 결국은 같이 하고 같이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생살리기 공약에 대해서는 대학생 등록금 반값이라든지 비정규직 문제 해결방안 등 풍부하고 '차별'있는 정책을 내놓았지만 외교.안보.통일 관련 정책은 "총선은 대선과 달라서 여러 가지 지역문제라든지 살림살이 문제가 주로 될 수밖에 없다"며 뚜렷한 정책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른 생각이나 욕심 없이 몸을 던져서 하면, 그런 것들이 그동안 삶 속에서 크게 배반받아 본 적은 없다”는 그는 “그냥 빈마음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보자 이런 생각 밖에는 별 생각 없다”고 담담히 말했다.
“배가 다시 바로 설 때까지
배 위에 마지막 한 사람이 있을 때까지
배를 지킬게요.
아!
보세요.
벌써 새벽이 밝아오고 있어요.“
그는 분명 시대의 희망을 노래하는 시인임에 틀림없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우선 뜨거운 마음이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시기"
■ 이수호 : 제가 교사이니까 법상 당원은 될 수 없다. 그래서 당우(黨友)로 가입해서 활동했는데, 실질적으로 민주노총 위원장, 전교조 위원장 자격으로 배타적 지지방침에 따라서 중앙위원도 했다. 그런데 당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 당에서 빠져 나가는 사람들도 많고 당이 상당히 어려운 시기에 비대위 위원장직을 맡게 됐는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어떤 과정에서 결정이 이루어졌나?
■ 어렵지 않은 시기가 아니라 어려워서 온 것이다. 어렵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이라도 좀 힘을 보태야 되겠다 이런 생각이 있었던 거다. 안 어려웠으면 안 왔을 것이다.
□ 그래도 어려울 때 구원투수로 부르는 것이 제일 실력 있는 사람 아닌가?
■ 당이 갑자기 너무 어려움을 당하다 보니까 실제 당도 급했던 점은 있다. 실력 보다는 우선 좀 뜨거운 마음이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시기니까 그런 분들이 와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저도 그렇지만 윤금순 전 전여농 의장 같은 경우도 지금 농사일이 제일 바쁠 때고, 또 사는 데가 경상북도 성주인데 여기 와 계신다. 다들 그렇게 이번 당의 어려운 사태와 관련해서 희생적으로 일을 하시더라.
□ 위원장께서도 학교를 쉬는 것인가?
■ 할 수 없이 사표를 냈다. 교사는 법적으로 정당활동을 못 하도록 돼 있어서 사표를 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교사나 공무원이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그 자체가 올바른 건 아니어서 그걸 고치기 위해서 싸우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저런 걸 생각도 겨를도 없었다.
□ 교직을 떠나야 했다니 개인적으로 큰 결단을 내렸을 것 같다.
■ 그렇다. 저는 사실 교사라는 직업을 좋아하기도 하고 평생의 직업으로 생각하고 학교에서 정년퇴직하는 것을 희망으로 생각하면서 그동안 전교조 일, 민주노총 일을 하더라도 파견 나와서 하고 또 임기 끝나면 바로 가서 아이들 가르치고 했는데 이번은 사표를 냈다. 참 저로서는 힘들었고, 특히 저희 가족들이 어려워했는데 그래도 동의를 해줬다.
결국 제 교사로서의 삶과 교육운동, 사회운동 운동가로서의 삶이라는 두 영역에서 그동안 제가 운동전선에 있었던 게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늘 함께 해준 분들 특히, 우리 조합원들이나 운동의 후배들이나 동료들의 도움과 함께 함, 이런 것들이 저에게 힘이었고 저를 일깨웠고 저에게 많은 것을 줬다.
그래서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조그만 뭐가 있다면 그게 다 그런 함께 해온 분들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저는 언제든지 되돌려줄 수 있는 마음가짐과 자세를 갖고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민주노총 위원장 그만두고 학교 현장으로 돌아가면서는 이젠 진짜 최전선에는 안 서겠다. 후배들 뒤에서 도와주고 이런 일 하겠다고 다짐을 했었는데, 이런 위기상황이 닥치고 저 같은 사람이 필요로 하니까 받았던 걸 다 되돌려주는 심정으로 뛰어든 것이다.
□ 시집 『나의 배후는 너다』를 내기도 했는데 시인이 정당인, 정치인이 되었다. 앞으로도 시는 계속 쓸 계획인지?
■ 시인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제 마음을 이렇게 좀 담아서 글로 표현하는 건, 문학을 전공하기도 했지만 제가 참 읽는 것 쓰는 것을 좋아한다.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쓰는데 취미활동으로도 그렇고 참 좋다.
그래서 이번에 사표를 쓰면서 며칠 마음도 아프고 그래서 집사람한테 주는 편지를 시의 형식으로 썼는데 홈페이지에 올려져서 상당히 많은 분들이 읽었다.
사람에게 중요한 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여러 가지 활동,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이나 태도, 그런 걸 전달하는 방법으로 글쓰기 이런 것들이 중요한 것 같아서 그런 형태로 표현했다.
"과도한 정파주의와 거기서 비롯된 패권주의"
□ 현안들에 대해 물어보겠다. 이 위원장께서 혁신재창당비대위를 맡고 나서 민주노동당 의원단이 석고대죄를 했고, 첫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과도한 정파주의를 지양하고 당내 패권주의를 완화하겠다”고 했는데, 비대위 위원장으로서 새롭게 당을 추스르고자 하는 기본 입장은 무엇인지?
■ 저 같은 경우 이번에 이런 사태는 결국 함께 당을 해오던 우리 자신들이, 탈당을 했든 남아있든,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참 안타까운 심판을 받는 것이라고 본다. 이에 대한 깊은 성찰과 반성이 전제돼야 된다.
특히 그 중에서도 책임이 많은 우리 의원들이 지난 4년간의 의정활동을 마무리하며 석고대죄하면서 깊은 반성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전달했던 게 있다. 우리 자신들을 성찰하고 반성하고 평가하면서 되돌아본다는 것이다.
그게 전제되면서 그동안 우리를 이런 사태로까지 어렵게 했던 가장 표면화된 이유가 소위 과도한 정파주의와 거기서 비롯된 패권주의라고 판단한다.
저는 진보정치운동을 하면서 진보의 가치 가운데 가장 존중되어야 될 가치 중의 하나가 단결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진보운동 하는 분들이 자꾸 분열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전부 다 이유는 있겠지만 특히 현실 정치를 하겠다는 진보정치에 있어서 분열은 어떤 의미로도 성숙하지 못한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정말 보수정치 하는 사람들도 자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서는 모일 줄도 알고 참을 줄도 아는데, 진보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그걸 못 넘기고 결국 분열사태로 가는 것은 어떤 것으로도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없는 저희들의 잘못이라고 본다.
정파라는 것은 건강하게 운영이 돼야하고 또 우리 민주노동당은 정파연합당이면서 대중진보정당인데, 그동안 그게 과도하게 대립양상으로 갔다. 특히 4년 만에 의원을 10명이나 배출하고 상당한 성과가 생기면서 그 성과를 서로 많이 가지려고 하는 욕심 때문에, 욕심이 꼭 나쁜 게 아닌데 그런 욕심이 과도하게 발휘되면서 패권주의적인 성향, 태도 이런 것들까지 보이면서 당이 이렇게 어려워졌다.
따라서 저는 그 두 부분만은 어떻게든지 좀 완화시키고 올바르게 제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최대의 혁신과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 지나간 이야기라 간략하게 질문하지만 결국 이른바 ‘일심회’사건 징계 건을 가지고 당이 갈라졌는데, ‘종북주의’와 ‘일심회’와 관련된 표결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 일심회 사건은 대표적인 공안사건이다. 우리 민주노동당이 당론으로 폐지를 주장하는 국가보안법 관련 사건이기 때문에 그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건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당론과도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법원의 판단이나 검찰의 조사 이런 것에 의존할 수 없다고 본다.
그건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 문제를 종북주의라는 것으로 문제시하고 특히 취재에 응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는 <조선일보>를 활용해서 문제를 일으키고 하는 부분은 종북주의 논쟁 자체가 건강하지 못하다고 본다.
어떻든 문제가 돼서 정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지만 이미 그 여론화 과정에서 또다른 여론재판을 과도하게 받았다고 생각한다. 당사자도 그렇고 우리 민주노동당도 그렇고.
그래서 그 문제는 논리적으로나 합리적으로나 건강한 문제제기가 아닌 상황에서 벌어졌고 또 백번 양보한다 하더라도 이미 여론재판 등등에서 충분히 논란이 됐기 때문에 이제 더 논란의 가치가 없다고 본다. 제기했던 분들도 과도했다고 다 거둬들였으니까.
다만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두 동지의 해당행위 부분은 당기위에 회부돼 있기 때문에 우리 당헌 당규가 규정하는 대로 절차에 따라서 철저하게 조사하고 또 본인들의 방어권도 보장하는 그런 범위에서 철저히 규정에 따라서 처리하면 된다고 본다.
분단에서 오는 아픔, 어쩔 수 없는 모순, 고통을 어떤 정파적 이해관계를 위해서 활용한다거나 이런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처리해나갈 수 있고 하고 있다.
□ 기존 당체제와 비대위 체제, 그리고 선거도 준비해야 하는데 이것들이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 지금 천영세 의원을 대표로 하는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중앙위원회의 권한까지를 위임받는 비상대책위원회이기 때문에 상당한 권한이 주어져 있다. 그래서 웬만한 규정까지도 개정하면서 해나가고 있다. 그만큼 권한이 많다는 게 우리가 지금 처한 시기가 정말 비상한 시기라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 지도단위가 이런 저런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고 또 정파적 이해관계에 함몰되는 그런 것도 많았는데 그런 것에서 좀 자유롭고 독립된 것으로 해나가고 있고, 시기가 시기인 만큼 총선에 최선을 다해서 총선에서 승리를 한다는 것이 한 축이고 기본적인 활동방향이다.
또 한축은 혁신재창당준비위원회이다. 총선 기간동안 총선에 맞추면서 혁신재창당의 틀을 잡고 여론수렴하고 그런 정도로 하고 총선이 끝나면 바로 정말 대대적인 평가와 함께 재창당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 두 가지 일이 지금 우리 비상대책위원회에 주어진 임무라고 생각한다.
□ 천영세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혁신비대위가 있고 재창당준위비가 따로 있나?
■ 아니다. 혁신비대위 안에 총선대책 선대본이 있고, 또 한쪽에 혁신재창당준비위원회가 있고 제가 혁신재창당준비위원회 책임을 맡고 있다. 총선이 끝나면 바로 ‘준비’자를 떼고 혁신재창당위원회로 가면서 그 일에 제가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번 선거가 중요한 하나의 계기점이 될 것 같은데, 지금 진보신당이 새로운 당을 만들어 후보를 내세우고 있다. 진보신당과 선거과정에서 서로 조율한다든지 어떤 관계를 설정하고 있나?
■ 그게 참, 지금 탈당한 동지들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런 정도의 문제를 가지고 탈당까지 하고 새로운 당을 만들어야 되느냐 참 안타까움이 많다. 정말 갈라지지 않았어야 되는데 현실적으로는 갈라졌다. 그래서 “이건 정말 아니다” 이런 생각이 많다.
내놓는 정책도 마찬가지다.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고 남북관계나 미국에 대한 조금 감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는데, 그것도 제가 보기에는 결국 분단조국의 현실 속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고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는데 할 수 있는 최대를 할 수 밖에 없고 그런 의미에서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현실이 그러니까 양쪽이 다 좀 잘 됐으면 좋겠다. 그러다보니까 모순이 생긴다. 국민들의 진보정치에 대한 지지나 지지세력은 한정돼 있지 않나. 한정된 세력을 민주노동당과 탈당한 진보신당이 서로 나누어 먹어야 되는 상황에서 지역위원회나 시도의 여러 가지 형편에 따라서 조건이 다 다르더라. 그래서 중앙에서 일일이 간섭하고 중앙의 결정으로 되지를 않는다. 특히 우리당이 갖는 자주성이나 이런데 기반해 본다면, 모든 것들을 당원들이 정하기 때문에. 그래서 부득이하게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서는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다만 상징적인 부분들, 예를 들면 심상정, 노회찬 의원이라든지 또 저쪽(진보신당)에서 볼 때도 국회의원을 하던 분들, 상징적 인물들이 있는데 후보로 부딪치는 건 좀 국민들이 보기에도 너무 그런 게 아니냐는 것이 있다. 결정을 하거나 합의를 하거나 그런 건 없이 다만 너무 분열된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안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래서 그 부분은 자연스럽게 다 해소가 됐다.
일부 지역에서 후보를 안 내면 당 자체의 활동이 어려워지는 지역에서 길게 보면서 후보를 낼 수밖에 없어서 후보를 내는 이런 것들은 저희들이 인정을 한다. 부딪쳐도 어쩔 수 없다 그런 생각이다. 다만 그렇게 하더라도 막 서로 싸우는 모습보다는 같이, 결국은 우리는 반한나라당이고 자주통일 이루어 나가려하고 반신자유주의고 다 똑같다. 우선은 그 전선에서 같이 싸우는 수밖에 없겠다. 이렇게 생각한다.
"‘텐-텐전략’이지만 솔직히 목표다"
□ 비례대표 선출이 다 끝난 것으로 안다. 결과는 만족스럽나?
■ 한계라고 보고,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우리 당이 앞으로 나아갈 정체성과 관련해서 혁신비대위 위원들이 고심하면서 그렇게 결정한 건데, 저는 뭐 100% 만족이야 없겠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보고 우리의 수준과 우리의 지향점을 잘 상징적으로 드러낸 전략공천이 아니었나 평가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1번 장애여성, 2번 비정규직도 우리가 지향하는 정말 억눌린 가장 어려운 민중, 그런 서민들과 함께 한다는 뜻이다. 이제는 국민들을 위해서 대리로 엘리트가 나와서 정치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정치전선에 서서 자기를 포함한 억눌린 분들, 어려운 분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이다. 저는 그분들이 지금도 충분히 역량이 대단하지만 조금만 정치훈련을 하면 의회활동도 잘 하리라고 본다.
3번, 4번과 관련해서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서 다양한 전문가, 시민단체 이런 데서 영입을 하는 게 전략공천의 중요한 몫이다. 또 현재 당원이 아닌 분들을 모신 측면도 있다.
그 외에 전농이라든지 부분을 대표한다든지 또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88만원 세대’, 청년들이 자꾸 보수화돼 가는데 진보라는 게 그런 새로운 세대를 주인으로 삼고 끌어안지 못하면 안 되지 않겠나. 그래서 그런 88만원 세대 학생 이런 부문들을 과감하게 전략공천하는 것도 우리 당의 앞으로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어려웠지만 저희들이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 지역구 10석, 비례대표 10석, 이른바 ‘텐-텐 전략’을 내걸었는데, 지역구에서 유망한 곳을 소개해달라.
■ 저희들이 ‘텐-텐전략’이지만 솔직히 목표다. 지역에서 역시 당선이나 지지율로 보면 창원을(권영길)과 요즘 막 떠오르고 있는 광주 광산갑(조삼수), 울산 북구(이영희), 지금 수도권 성남 중원(정형주) 이런 데가 상당히 그동안 활동도 열심히 해왔고 여러 가지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그 다음에 의원 활동을 하다가 지역으로 간 분들, 최순영(부천 원미을) 의원이라든지 현애자 (제주 서귀포) 의원, 강기갑(경남 사천) 의원, 이영순(울산 남갑) 의원이 의미있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다 잘 하고 있다. 상당히 선전하리라 본다.
보다 더 기대하는 것은 비례후보다. 이미 100군데 이상 후보를 내지 않았느냐. 그리고 견제세력으로, 이명박 정부 폭주에 견제하는 진짜 야당, 조금 길게 보면 믿을 만한 야당으로 정당지지를 최소한 10%이상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거기서도 최소한 6,7석 정도를 기대한다. 이 정도가 최대치가 되지 않을까.
너무 안타깝고 답답한 것은 이번에 우리가 이런 분열만 안 했더라면 지금 이명박 정부의 저런 행태, 국민들의 견제심리 이런 걸로 보면 20석은 갔을 수 있다. 분열만 안 했더라면. 너무 안타깝다. 자폭을 해버리고 만 것이.
□ 현재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경제살리기인데, 민노당 경우도 ‘민생살리기 대장정 선포식’도 했다. 민주노동당이 생각하는 민생살리기가 기존 한나라당이나 통합민주당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 선거기간 동안에 선거공약 내지는 정책으로 하다보니까 엇비슷해지고, 더 안타까운 건 우리가 민생과 관련된 좋은 정책을 내놓으면 지금 민주당이나 심지어 한나라당까지도 금방 베껴버린다. 뺏어 가버리더라. 우리보다 그쪽의 선전력이나 메스컴 활용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마치 자기들이 먼저 낸 정책으로 보이는 게 많다.
대표적인 것이 지금 대학생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는 공약이다. 우리는 한 학기당 150만원을 이미 최순영 의원을 통해서 국회에 입법까지 하고 있는 형편인데 그걸 민주당에서 갖고 가버렸다.
현안인 대학생 등록금이라든지 사교육비 문제, 특히 요즘 초.중학생과 관련된 의무교육에서도 돈을 받는 학교운영금 문제라든지, 또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방안이나 이런 것들은 다른 당과는 확실한 차이가 난다. 거기다가 중소 영세 자영업자라든지 특히 우리가 비례후보로도 선출했지만 공공임대주택 문제, 또 지금 노동현장에서 임금을 못 받는 문제라든지 민생과 관련된 하위계층 어려운 사람들의 구체적인 사안을 가지고 들고 나오고 있어서 아마 다른 당과는 차별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 일부에서 지적하기를 민주노동당이 신자유주의에 대항하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데는 상당히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앞으로도 기울일 것이라고 기대가 되는데, 전반적인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 제시나 비판세력으로서가 아니라 대안 세력으로 부각하는 데는 미흡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다.
■ 그 대안이란 게 상당히 전략적일 수 있고 또 굉장히 거대담론일 수 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담론은 저희들의 정책역량이라든지 연구역량이 좀 부족한 점도 사실은 있다. 그러나 그런데 대한 나름대로의 연구나 이런 걸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급하게 치고 들어오는, 밀려오는 신자유주의를 최전선에서 막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특히 김대중 정부 이후에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관련해서는 계속 밀려오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노무현 정권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레일을 깔았다. 그 레일 위로 지금 이명박이 그냥 브레이크 없는 기차로 폭주하고 있다.
그래서 뭐 터지면 안 된다 막고, 그러다 보니까 너무 그냥 반대 내지는 투쟁 이런 것만 열심히 한 것 아니냐 거기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는데 그걸 인정하면서 앞으로 저희들은 정책정당으로 확실하게 가자라는 게 오늘 발표한 혁신의 과제 속에 들어있다.
대안으로 격년으로 당대회를 한해는 정책만 가지고 1박 2일이 됐건 진지한 당대회를 하고, 또 한해는 조직이라든가 운영이라든가 당의 문제를 다루는 안도 지금 구상 중에 있다. 그런 걸 통해서 앞으로는 정말 신자유주의 대안세력으로서의 정책정당으로 갈 준비를 지금 하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당명 개정, "아직 8년 전 옷을 그대로 입고 있다"
□ 민주노동당의 ‘코리아연방공화국’ 공약이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돼 상당히 부각됐다. 이번 총선에는 외교안보통일 분야에서 어떤 입장을 갖고 있나?
■ 총선은 대선과 달라서 여러 가지 지역문제라든지 살림살이 문제가 주로 될 수밖에 없다. 국가 전체 문제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대선에서의 일종의 아픔이랄까 이런 것을 겪어서 그렇겠지만, 외교안보통일 부분과 관련해서는 총선에서는 뭐 이걸 한번 이슈로 삼아보자 이걸 중요하게 해보자 이런 것은 사실 신경을 못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당이 갖는 기본적인 정책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변함없이 해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한나라당마저도 지금 대운하 정책이라든지 영어교육 이런 것들을 총선공약에서 빼겠다 하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전술적으로 그러는 것이다.
□ 최근 국가보안법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구속되고 있고 집회문화를 바꾸겠다고 새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들고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 거기에 대해서는 오늘 아침 선대본 회의 때도 정말 강력하게 대응해야 된다고 정리하기도 했다. 옛날 사건들은 다시 무죄로 뒤집어지고 있는 판에 국가보안법의 망령이 되살아나 다시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제가 전교조여서 관심이 더 많지만 전교조 통일부문의 활동, 통일부의 여러 가지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활동까지도 국가보안법으로 다 걸고 전북의 김형근 선생 같은 경우 지금 구속해놓고 있다. 이런 것이 다시 냉전시대 논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 그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해당 부문, 노동이면 노동, 전교조 교육이면 교육과 같이 공조하면서 당연히 강하게 반대할 뿐만 아니라 국가보안법 철폐 운동에 앞장서야 된다.
특히 국민의 기본권을 훼손하는, 집시법도 완전히 무시하는 집회.결사에 대한 공안적 탄압을 공공연하게 하겠다라는 법무부나 노동부에 대해 상당히 우려를 많이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날지는 뻔한 일인데, 너무 우리가 밀려있는 형편이기 때문에 어떻게 대응을 해야될 지 고민이다.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 당이 일정정도 힘을 가져야 될 것 같다. 국회로 진출하고 당의 벽을 튼튼히 쌓고 단결해서 종합적으로 대응을 해야한다.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농민은 농민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이렇게 대응을 하다가는 우리가 굉장히 어려운 지경에 처할 가능성이 많다. 민주노동당이 그런 저항과 싸움에 중심 역할을 하면서 힘을 모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서 10대 혁신과제를 내놓았는데 눈에 띠는 것이 당명 개정까지도 신중하게 검토한다고 한 점이다. 민주노동당이 꽤 오랜 연륜을 쌓아 왔는데 선거 이후에 당명 개정 가능성이 꽤 높은 것으로 봐도 되나?
■ 당이 8년 됐다. 그건 뭐 아무도 아직은 모른다. 지금 당 내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더라. 그런데 우리당이 이미 대선 전에 중앙위원회에서 혁신재창당 논의를 하면서, 진보대연합 논의를 하면서 그때도 이미 대선, 총선이 끝나고 나서 강령을 포함해서 당명까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재창당 과정을 밟겠다라는 것을 결정한 바가 있다. 그런 정신에 따라서, 결정에 따라서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서구의 발전된 사회주의나 사민주의 국가들 정당의 강령들을 보면 최소한 3년 늦어도 5년 사이에 사회 변화에 따라서 업그레이드시켜 나간다.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가 한반도 평화구축, 남북관계 등등도 8년 전보다는 상당히 지형이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옷은 우리가 아직 8년 전 옷을 그대로 입고 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과감하게 고쳐나가고 특히 집권을 목표로 하는 진보를 가치로 하는 대중정당이라고 하면 국민들의 요구나 눈높이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 것들을 충분히 수렴해서 그것까지도 고려하겠다는 것이지 꼭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 10대 혁신 과제 중 또 하나는 이전에도 표방했지만 잘 안된 개방형 경선제를 제도화할 것을 검토한다고 했는데 그 방향으로 간다고 보면 되나?
■ 그렇다. 두 번에 걸친 개방형 경선제, 그 다음 했던 민중 경선제가 있었다. 지난 대선의 패배 원인 평가를 제대로 못했다고 보는데, 특히 배타적 지지를 하고 있는 조직들이 있는 상황에서 당원이나 다름없는 그런 조합원들이나 우리 진보정치, 특히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고 후원하면서 관심있는 우리 국민들이 특히 공직선거 후보선출 하는데 참여하는 것은 옳다고 본다. 또한 그런 것이 내부의 과도한 정파주의를 좀 완화시키는 데도 역할을 하리라고 본다.
물론 당은 진성 당원 중심으로 가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당이 그런 체제를 완전히 갖추기까지는 이런 공개 경선제 같은 것들을 제한적 내지는 한시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10대 혁신 과제의 일관된 맥락이나 가장 중요한 개념이 있다면 무엇인지?
■ 당의 정체성을 노동자, 농민, 서민, 민중 중심으로 확실히 하겠다는 것이고, 운영과 관련해서는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그럼으로 해서 종파주의나 패권주의 같은 것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제도 등등을 확실하게 해보자라는 것이 큰 방향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 교직도 내놓고 실제로 당에 들어와서 혁신을 이끌어가야 할 입장인데, 직접 부딪치면서 드는 생각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느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 민주노동당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상당히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번 탈당사태에서도 봤지만 대부분이 이제 민주노동당 끝났다, 희망이 없다고 봤는데 아직도 대다수의 당원들이 든든하게 밑을 받치고 있는 희망적인 모습을 보았다.
언로는 많이 막혀있지만 정말 말없는 다수가 돼 있는 그런 당원들과 국민들의 여망을 어떻게 수렴해서 다시 우리당을 건강하게, 다시 싱싱한 피가 돌게 하면서 살아서 움직이는, 변화할 줄 아는 당으로 변신시켜 나갈 거냐는 것이다.
제 자신이 그런 좀 희망적인 생각을 가지고 다른 생각이나 욕심 없이 몸을 던져서 하면, 그런 것들이 그동안 삶 속에서 크게 배반받아 본 적은 없다. 그렇게 하면 그 몫만큼은 뭔가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하여간 그냥 빈마음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보자 이런 생각 밖에는 별 생각 없다.
□ 혹시 선거가 끝나고 진보신당과 다시 하나가 된다든지, 아니면 좀 더 폭이 넓은 정당으로 간다든지 할 계획은 없나?
■ 그게 우리 희망이다. 총선 결과가 많이 규정할 것 같다. 어차피 표현은 어떻게 하든지 간에 총선이 끝나면 진보의 재구성, 재편성이 이루어질 텐데 그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이 우리나라 진보정치 운동의 중심역할을 하면서 폭도 넓히고 여러 가지 다양한 진보의 새로운 가치를 수용하고 이렇게 해서 일시적으로 좀 나갔던 동지들도 들어올 수 있으면 다시 들어오고 아니면, 꼭 하나가 아니라 하더라도 따로 있으면서 당분간 건강하게 연대할 수 있고 여러 가지 형태를 같이 할 수 있다. 그렇게 같이 해야 하지 않겠나.
결국 신자유주의를 반대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구축하고 한나라당에 맞서서 정말 민생을 살려나가는데, 그 전선에 같이 서있는 것이다. 잠깐 집은 다른 집이라 하더라도 결국은 같이 하고 같이 가야된다고 생각한다. 빠를수록 좋은데 지금은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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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술탄듯 물에 물탄듯. 진보신당을 생각하는게 아니라,
이미 그것을 초월한 상태인것 같습니다.
민중을 위해 사는 제 주위의 훌륭한 선배님이 있어
민주노동당이 자랑스럽습니다.
정말 부끄럽지 않은 실천하겠습니다.
이명박정권에 우리가 할일이 참 많이 않습니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