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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관계 정상화 입장, 군사분야에도 반영돼야<키리졸브 연재5> 한미합동군사연습에 대한 단상 -최은아
최은아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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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03.08  13:5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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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아(한국진보연대 정책국장)


지난달 26일, 한반도의 남과 북에서는 현재 이 땅이 처해있는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북쪽 평양에서는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미국 국가와 북 애국가를 연주하며 북.미관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는가 하면, 같은 날 남쪽 부산항에서는 전쟁연습에 참가하기 위해 정박한 핵잠수함 오하이오 호가 언론에 공개되었고 진해에서는 미 해병대의 해상사전배치부대가 전개되었다.

혼례의 합창에 앞서 연주되는 전주곡이라는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3막 서곡을 선보이며 이번 연주회가 북.미 ‘혼례’의 서막이기를 기원했던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북한정권제거’를 향한 군사훈련의 화약내와 함께 퍼져나간 셈이다.

미국내 주체들이 북이라는 동일한 상대방에게 보내는 이중적 메시지이며, 지금 한반도가 처해있는 모순된 현실이다.

2008년 시점에서의 키 리졸브 훈련과 그것을 다루는 주한미군 측의 태도

알다시피, 2008년은 10.3합의의 연장선상에서 시작되었고, 뉴욕필의 공연 또한 그러하다.

북측의 핵불능화 및 프로그램 신고조치와 미국 측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및 적성국 교역법 적용 중단 조치로 요약되는 10.3합의가 잘 이행된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간 관계 정상화,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향한 협상은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

비록 합의의 이행이 늦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미 국무부도 말하고 있듯이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이 유효한 합의를 지키고 이행하는 방향에서 정책들을 신중하게 조율하고 세심하게 진척시키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평양점령’을 상정한 전쟁연습 그 자체도 군사적 위협이며 상대방에 대한 사실상의 무력시위인데(키 리졸브 훈련의 양상, 본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연속기고를 참고하시길), 이번 키 리졸브 전쟁연습의 경우 한술 더 떠 ‘공세적’인 언론플레이를 동반하며 진행되고 있어 그 심각함을 더해주고 있다.

‘점령’, ‘정권붕괴’를 상정한 전쟁연습의 실체를 매 훈련마다 ‘공세적’으로 공개하는 주한미군의 태도에서 대화의 상대방, 관계를 정상화해야 할 상대방에 대한 고려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방어형 훈련’이라는 허울아래 군사적 위협, 협박을 전면화하는 노골적 조롱인 셈이다.

미 군부의 이같은 태도는 10.3 합의 지체 국면과 맞물리면서 미 부시행정부가 한반도 핵문제 해결 의지가 실제 있는가, 그 방향아래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6자회담을 더욱 지체시키는 전쟁연습

북측은 지난 11월 8000여개의 폐연료봉을 꺼내는 작업에 돌입한 이래 지금까지 불능화 공정을 거의 완료하였고, 핵프로그램 목록을 미국측에 통보하였으며, 미국이 농축우라늄프로그램 추진 증거로 제시한 알루미늄봉의 사용처를 공개하였다.

반면 미국 측은 신고한 핵프로그램 목록이 불충분하다며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개발을 시인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시리아 핵 이전설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들고 나섰다.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적성국 교역법 적용 중단’이라는 의무사항은 이행할 수 없다고 밝혔고, 5개국의 95만톤 에너지 제공도 20%를 갓 넘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북이 내놓은 해명이 미흡하다면 그 증거를 구체적으로 드러내 놓으면 되는 것이지만, 여전히 미국은 ‘의혹’만을 내세우고 있다.

‘행동 대 행동’으로 진전해 가는 북.미관계와 6자회담의 기조를 생각해 볼 때, 미국의 태도는 군색하기 짝이 없다.

미 국무부가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식어가는 회담장에 꾸준히 불을 때는 것은 이 같은 군색한 처지를 모면하려는 몸부림이지만, 이 역시도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곧바로 사그라질 불씨에 불과하다. 합의의 유효성은 실천으로만 확인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처럼 ‘평양 점령’을 상정한 군사훈련, 무력시위가 맞물리게 되면 그 기만적 태도에 대한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

뉴욕 필하모닉 공연 직후 시도했던 힐-김계관 만남이 불발된 데에는 북미간 합의점을 마련하지 못한 데 기본 원인이 있겠지만, 실질적 적대행위인 군사훈련으로 인해 어떠한 대화도, 합의도 무색해지는 상태도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북측은 이와 관련한 정치적 공세의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지난 19일 노동신문 기사로 부터 시작하여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대변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외무성 등 대남, 대외관계 관련 부서들이 키 리졸브 훈련에 대한 비판입장을 연거푸 발표하고 있다.

관계 정상화의 입장이 확실하다면 일관된 실천으로 담보해야

미 행정부는 대화와 협상의 분위기가 깨지고 6자회담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원치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말 부시대통령은 처음으로 북측 김정일 위원장 앞으로 친서를 보내 미국측 의무이행을 약속한 바 있으며, 지난 6일 공화당 매케인 후보 지지 연설에서도 임기말 주요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북 문제를 여전히 꼽고 있다.

힐 차관보도 최근 북이 이른바 ‘비밀신고’, ‘단계적 신고’에 나서면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고려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부시 행정부 등장이후 추진해 왔던 대북 강경압박정책이 사실상 파탄난 조건에서 어렵게 마련된 협상이 깨지고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부시 행정부로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관계정상화라는 일관된 기조아래 정책이 조율되어야 하며, 불필요한 시비는 걸지 말아야 한다. 아직 군사분야의 관계 정상화 조치를 다루는 회담이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군사적 조치들 또한 적대관계 청산과 관계정상화라는 지향에 맞게 조율되는 것이 중요하다. 91년 북.미 고위급회담을 시작하면서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하였던 것이 관계정상화 입장의 일관성을 담보하는 조치였다면, 93년 팀스피리트 훈련의 재개는 관계정상화 입장을 철회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전례도 있다.

최근 미 국무부 동아태국은 6자회담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감안하여 북인권보고서의 일부 표현 수정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조율된 조치와 입장들이 군사적 분야에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미국은 관계정상화를 향한 각 정책을 조율하고 일치시켜 내는 데에서 책임 있는 결단을 보여주어야 하며, 그것이 실현될 때 비로소 북.미관계는 새로운 단계로 발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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