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욱(인하대 법과대학 교수)

국제법 및 우리 헌법상 전쟁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있다. 오직 엄격한 조건 하에서 방어전쟁만이 허용될 수 있을 따름이다. 소위 ‘선제적 방어’, 혹은 ‘예방적 전쟁’이 정치적으로는 흔히 ‘자위의 전쟁’이라고 주장되곤 하지만, 법적으로는 방어전쟁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나아가 참으로 방어전쟁의 경우에도 그 전쟁은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수단과 방법 그리고 정도에 있어서 일정한 한계가 있다. 이렇듯 현대 법질서는 무력사용을 경계하고 평화의 의지를 엄중히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반도에서 수행되고 있는 한미연합사령부의 ‘키 리졸브’ 합동군사연습도 그런 점에서 법적 검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비록 한미연합사령부 측은 그 훈련을 방어전쟁을 위한 연습이라고 공언하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합당한 방어인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의 공격성

그 훈련의 전모는 ‘군사기밀’로서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것은 한미연합사령부의 작전계획에 따라서 수행되는 것이라고 할 때, 그 작전계획이 계속하여 공세적으로 변경되어 왔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작계 5027-92' 및 ‘작계 5027-98’이 선제타격을 전제로 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은 일찍이 지적된 바 있으며, 특히 2005년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의원은 국정감사의 현장에서 그에 대한 문건을 공개하며 작계의 공격성을 폭로한 바도 있다.

권 의원은 2002년 이준 국방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서명한 한미연합사의 작전기획을 위한 ‘전략기획지침’을 공개하면서, “한미 양국 국방부가 ‘북한군 격멸’, ‘북한정권 제거’, ‘한반도 통일 여건 조성’ 등을 작전목적으로 명시한 ‘작전계획 5027-04’를 2003년 12월말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한미연합사령부의 작전계획은 단순히 북한의 침략에 대응하는 방어전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선제타격에 대하여 북한이 반격을 할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었으며, 그 과정도 북한군의 단순 격퇴가 아니라 북한정권을 제거하고 북한 전지역의 점령을 기도하는 것이었다.

그와 같은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의 공격성은 2007년 RSOI 훈련의 일환인 만리포 상륙작전에서 실제로 확인되기도 하였는데, 그것은 실제로 북한 해안에 상륙하여 평양 고립화를 목표로 하는 연습이었던 것이다.

방어전쟁의 개념

서두에서 언급한 대로 자위권 발동의 범위를 확장하려는 시도로서,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를 무력공격이 “임박한 경우”를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견해가 있다. 이것이 소위 ‘선제적 자위(anticipatory self-defense; preemtive strikes)’라고 불리는 것이다. 그 선제적 자위는 보통 1841년 이른바 Caroline호 사건에서 당시 미국의 국무 장관인 웹스터(Webster)의 성명에서부터 유래한 것으로 이해되는데, 주의할 것은 웹스터는 영국의 자위권 주장에 맞서, 그것은 아주 예외적인 상황에서 절제되어 행사되어야 함을 밝혔다는 점이다. 그는 “그 필요성이 급박하고, 압도적이며, 다른 수단을 선택할 여지가 없고 숙고할 여유가 전혀 없는” 경우에만 선제적인 자위권발동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김대순의 『국제법론』 참조)

그러한 고전적인 선제적 자위의 논리에 비추어 미국이 주장하는 대량살상무기 및 테러에 대한 선제타격의 논리는 대체로 정당방위의 범주에 들기보다 오히려 예방전쟁의 범주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선제적 자위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상대국의 실제적인 전쟁기동이 수행되고 있으며, 그것을 차단하기 위하여 무력적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에서의 소위 ‘차단적 방어(interceptive self-defense)’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볼 때, 단순히 위험을 제거(preemption)하는 차원의 선제적 공격은 방어전쟁의 범주가 아니라 예방전쟁의 범주로 들어가야 하며, 국제법으로는 허용되기 어려운 것이다. 요컨대 미국이 주장하는 테러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선제적 무력공격, 무법정권의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한 선제적 무력공격 나아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과 같은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강제적 반확산조치 등은 대체로 정당방위적 무력행사의 차원에서 이해되기 힘든 것이다.

정당한 방어전쟁

더 나아가 자위권 발동의 방어전쟁이라고 하여도 국제법은 다시 필요성(necessity)과 비례성(proportionality)의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법재판소(ICJ) 등에 의하여 국제관습법으로 확인된 것이다. 물론 그 필요성과 비례성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어떤 유권적 결정은 없다. 다만, 일반적으로 필요성의 원리는 방어전쟁은 침략의 격퇴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정되며 또한 응징적이거나 복수적인 전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등의 내용으로 이해되며, 비례성의 원칙은 전쟁의 정도와 수단은 침략국을 격퇴하는 한도에서 허용되며 그 이상의 과도한 피해를 야기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등의 내용으로 이해되고 있다. 물론 그러한 비례성의 원칙이 반드시 침략국의 영토를 넘어서 진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 이해되지는 않지만, 불필요한 점령 그리고 영토의 획득은 필요성과 비례성의 원칙에 비추어 부정된다는 것이 확고한 국제법의 원칙이다.

다시 말하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선제적 타격을 전제로 한 한미연합사의 전쟁연습 그리고 단순한 격퇴가 아니라 북한 정권교체 혹은 한반도 통일을 위한 전쟁연습이라면, 이는 결코 국제법적으로 허용되는 방어전쟁에 관한 것이라고 얘기할 수 없을 것이다.

전쟁과 전쟁연습

물론 이는 실제로 전쟁이 아니라 전쟁연습일 뿐이며, 따라서 엄격한 방어전쟁의 범주에 들지 않더라도 그 훈련은 허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우리 헌법도 “침략전쟁을 부인한다”(제5조 제1항)고 하였으나, 군사훈련에 대하여는 명시적 언급이 없는 상태이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국제평화주의를 취하고 있으며, 평화통일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과연 공격적인 군사훈련이 헌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유엔헌장 제2조 제4항은 “그 어떤 국가의 영토보전 혹은 정치적 독립”을 해하거나 기타 “유엔의 목적에 위배되는 방식의 무력사용이나 무력위협(threat or use of force)”을 금지하고 있다. 즉 현실적인 무력 침공 혹은 공격만이 아니라 무력의 위협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헌법의 국제평화주의가 유엔의 평화의 원칙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면, 우리 헌법의 침략전쟁의 부인이라는 규정은 예컨대 침략적 목적을 위한 군사훈련의 배제 등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한미상호방위조약도 앞서 본 유엔 헌장 제2조 제4항의 문구를 원용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 조약 제1조는 “국제연합의 목적이나 당사국이 국제연합에 대하여 부담한 의무에 배치되는 방법으로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의 행사(강조는 필자)를 삼갈 것을 약속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예컨대 우리 헌법은 침략전쟁만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단지 군사훈련에 불과한 경우는 문제가 안 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무력의 사용만이 아니라 무력의 위협까지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국제법의 정신이라고 할 때, 방어를 위한 군사훈련이 아니라 공격적인 군사훈련 혹은 방어로 출발을 하였더라도 공격으로 이행하는 군사훈련은 우리 헌법상으로 허용되기 어려운 무력위협이라고 생각된다.

전쟁연습과 전쟁억지론

혹자는 여기에서도 필요성과 비례성의 원칙을 적용하여 소위 억지론(deterrence)을 내세우기도 한다. 즉 어느 정도 공격적인 위협이 될지라도 그것이 상대국의 무력도발의 의지를 꺾는 전쟁억지의 효과가 있다면 그 무력위협은 허용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평화의 유지가 반드시 억지전략으로 가능한지 의문이고(예컨대 소위 선제적 외교, 혹은 예방적 외교의 가능성), 설사 억지력이 필요하다고 하여도 반드시 공세적 군사훈련을 필요로 하는지 의문이며, 공세적 군사훈련에 의한 억지정책은 그것이 다시 상대방에게 군사적 위협이 되어 전체적으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위험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례성과 필요성의 차원에서 억지론을 얘기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미연합사의 ‘키 리졸브’ 훈련은 그것이 전쟁을 억지하기보다 오히려 북한에게 전쟁의 공포를 강화시켜 전체적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나아가 현재 남과 북의 국력과 군사력을 비교할 때, 그와 같이 대규모의 미군이 동원되는 훈련을 하지 않더라도 대북 군사억지력은 가능할 수도 있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 또 현재 한반도에서 6자회담의 진전과 남북의 교류와 협력의 발전을 생각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키 리졸브’라는 대규모의 한미연합사의 합동군사훈련은 단순한 방어전쟁을 위한 군사훈련이라고 보기 어렵고, 또 그것은 한반도의 전쟁억지와 평화증진에 도움을 주기보다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할 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그 정당성이 매우 의심스럽다. 적어도 그 군사훈련이 정당하며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입증책임은 한미연합사 측이 져야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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