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5일 제1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우리는 새 대통령의 취임과 더불어 새 정부의 출범을 축하해마지 않는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향후 5년간 국정을 잘 운용하기를 바라면서도 특정 부문과 관련해 몇 가지 당부를 하고자 한다. 지금 우리 민족과 한국 사회는 민족 모순과 계급 모순을 기본으로 하면서 남북 갈등, 사회 양극화에 따른 빈부 격차와 갈등, 지역 갈등, 계층 갈등, 세대 갈등 등 숱한 모순과 갈등 속에 놓여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현 시기 남북문제와 노동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북한은 우리 민족의 반쪽이고 노동자는 여전히 사회적 약자로서 이 사회의 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당선자가 북한과 노동자를 멀리하는 것 같다는 위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이제 당선자라는 꼬리표를 뗄 때까지 북한과 노동자에 대해 만나려하기는커녕 친근한 말 한 마디조차 전해주지 않으니 말이다.

이 당선자는 북한을 ‘하나의 민족’이자 통일의 동반자로 인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마주 대하거나 대화할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이 당선자의 대북정책은 ‘선핵 폐기’와 ‘비핵·개방·3000’으로 요약된다. 이는 북한이 핵을 먼저 폐기해야만 대화를 나누거나 지원을 하겠다는 것인데 그 전제나 후속 내용이 모두 일방주의적이다. 게다가 이 당선자는 북한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 없다가 취임을 이틀 앞둔 23일 “새 정부 출범으로 북한이 긴장할 이유가 없다”는 생뚱한 발언을 한 정도이다. 그 전에 몇 차례의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남북관계보다는 한미관계를 더 중시하는 발언을 했다.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해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풀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도 내놨다. 이같은 북한 외면하기는 남주홍 경기대 교수를 통일부 장관에 내정함으로서 극에 달했다. 남 내정자는 『통일은 없다』라는 책을 쓰고 “6.15공동선언은 대남 통일전선 전략용 공작문서”라고 주장할 정도로 대북 강경론자이다. 모두가 통일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기는커녕 북한과 대화조차 나누지 않겠다는 대북 메시지에 가깝다.

이 당선자의 노동문제 인식 또한 대북정책에 못지않다. 이제까지 이 당선자의 노동정책이 명확히 드러난 적이 없다. 정책이 없다는 것은 견해가 없다는 것이고 견해가 없다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다. 사실 이 당선자는 후보 시절에도 그 흔한 노동정책 하나 제대로 발표한 적이 없으며 인수위에서도 노동계는 철저히 소외돼 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당선자로부터 노동자의 입장을 이해하거나 공감하는 발언을 들은 적이 없을 정도다. 그나마 있다면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대변되는 ‘경제살리기’를 위한 친기업 정책 정도이다. 그러나 이도 벌써 ‘새 정부는 친기업 정도가 아니라 친재벌 정부’라는 말이 들릴 정도다. 이 당선자는 당선되자마자 주저 없이 재계를 먼저 만났다. 이어 여론에 밀려 자신을 지지해준 한국노총을  만나더니 민주노총과의 만남은 피했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함께 노동자조직의 한 축으로서 어느 면에서는 한국노총보다 노동자 입장을 더 잘 대변하고 있다. 그런 민주노총과의 대면을 피하는 것은 정확하게는 노동자와의 대화를 거부한 것이라고 볼 수가 있다.

이렇게 볼 때 이 당선자는 노동자보다는 재벌을 그리고 북한보다는 미국을 더 선호하고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미국 프렌들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당선자가 이 시대의 실체인 북한과 노동자를 애써 외면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우리는 정치적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을 경우의 나쁜 결과를 기억하고 있다. 전두환 정권은 5공 말기 당시 정치적 실체인 양김(김대중과 김영삼)을 인정하려하지 않았다. 그러자 1985년 총선에서 양김의 지원을 받은 신민당이 당시 여당의 2중대로 불리던 민한당을 누르고 제1야당으로 부상했다. 이후 전두환 정권은 급격히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정치적 실체를 인정하지 않은 톡톡한 대가다. 이 당선자는 민족의 실체인 북한과 한국 사회의 실체인 노동자를 인정해야 한다. 분단 시대와 양극화 사회에서 대통령이 북한과 노동자와 대화를 나누고 친해져야 하는 것은 민족의 진로나 국정 운용을 위해서도 당연한 일이다. 북한과 노동자를 멀리하지 마라. ‘북한 프렌들리’와 ‘노동자 프렌들리’를 하라. 모두가 하나의 민족이고 한 국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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