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열리는 미국 뉴욕필하모닉 교향악단의 평양 공연이 화제다. 단지 전 세계에 생중계돼서만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1970년대 중국-미국간 핑퐁외교에 빗대 북한-미국간 ‘콘서트외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현재 북미관계는 지난해의 2.13합의와 10.3합의 상태에서 한발짝도 못나가고 딱 멈춰있다. 그만큼 이번 뉴욕필의 평양공연이 어떤 돌파구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가 절실하다. 북한측도 굳이 뉴욕필의 평양공연을 무심하게 대하지 않는다. 다소 사무적이기는 하지만 노동신문이 지난 11일 뉴욕필을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교향악단”중 하나로 소개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미국측도 애써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북한과의 신뢰구축을 위해 뉴욕필의 평양공연과 같은 대북 교류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뉴욕필의 평양공연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충분히 예견되는 일이다. 김 위원장은 음악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나의 첫 사랑은 음악”이라고 말한 적이 있으며 이른바 ‘음악정치’도 구사하고 있다. 음악정치란 ‘광폭정치’, ‘인덕정치’와 함께 통치방식 가운데 하나로서 “노래를 부르면서 온갖 어려움과 난관을 극복해 나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노동신문은 종종 김 위원장이 여러 음악회나 특히 인민군 공훈국가합창단의 공연 관람 소식을 보도한다. 김 위원장은 평소 “노래없는 인간생활은 향기없는 꽃과 같다”거나 “정치가들이 음악을 몰라서는 안된다”고 말하곤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김 위원장의 뉴욕필 관람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며 이것만으로도 대미 화해 메시지는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더 나아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뉴욕필 평양공연 관람설도 나오고 있다. 요지는 라이스 장관이 미국 특사 자격으로 25일 남측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다음날 평양 뉴욕필 공연 참석을 위해 전격 방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과 라이스 장관이 회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물론 이는 현재 북미간 저간의 사정에서 볼 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라이스 장관 개인의 캐릭터에서 볼 때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라이스 장관은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음악교사였던 모친의 영향을 받은 라이스 장관은 피아노 신동으로 소문이 자자해 한때 대학에서 피아니스트가 되려했으며 실제로 교향악단과 협연할 정도로 뛰어난 피아노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음악정치를 구사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피아니스트인 라이스 국무장관이 만난다면 멋진 앙상블을 이룰 것이다. 이는 세간의 음악외교, 콘서트외교가 현실화되는 일이 되기도 할 것이다. 뉴욕필이 평양의 한복판인 동평양대극장에서 북한 국가 ‘애국가’와 미국 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연주하는 가운데 두 사람이 상호 관심사인 음악 얘기를 하든 무슨 얘기를 나눠든 교착상태에 있는 북미관계를 해빙시킬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이와 같은 신뢰가 지금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북미간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와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 타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정치란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말이 있다. 북미간의 정치군사적 대립을 화해시키는 데 음악예술의 결정적 역할을 기대해 보자. 이런 의미에서 라이스 장관의 방북을 적극 촉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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