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공식 출범을 2주 정도 앞두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주요 내용과 명칭은 무엇일까? 역대 정부에서도 통일방안이나 대북정책은 있어왔다. 가깝게 보더라도 본격적인 남북화해시대를 알린 김대중 정부 때는 햇볕정책이 있었고 노무현 정부 때는 평화번영정책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 지난 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할 5대 국정지표와 21개 국정 전략목표, 192개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여기서 대북정책을 포함한 대외정책의 경우, ‘글로벌 코리아’를 국정지표로 해서 총 47개 과제가 선정됐다. 이중 대북정책과 관련된 주요 과제로는 △북핵 폐기의 우선적 해결 △비핵·개방·3000 구상 추진 △한·미 관계의 창조적 발전 △남북간 인도적 문제의 해결 등을 들 수 있겠다. 이외에도 △나들섬 구상 추진 △비무장 지대 평화적 이용 등 익히 듣던 것도 포함돼 있다. 이들 중에서도 핵심 과제로 ‘북핵 폐기의 우선적 해결’과 ‘비핵·개방·3000 구상 추진’을 들 수가 있는데, ‘북핵 폐기의 우선적 해결’이란 ‘선핵 폐기’를 풀어쓴 말이라고 볼 수가 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의 대외정책을 ‘글로벌 코리아’ 정책이라 한다면 특별히 대북정책은 ‘선핵 폐기에 입각한 비핵·개방·3000 정책’, 보다 명확하게는 ‘선핵 폐기 정책’이라 부를 수 있겠다. 이명박 당선자는 대북정책으로 내세우는 모든 과제가 오직 북핵 폐기라는 전제에서만 실현가능하다고 언명해 왔기 때문이다. 사실 이 당선자가 선핵 폐기와 비핵·개방·3000을 대통령 후보시절 때부터 얘기해 왔기에 그리 생소하지는 않다. 문제는 이들 정책이 대선 기간 중 충분한 국민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있다가 새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버젓이 자리잡게 되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골간을 이루는 선핵 폐기 정책은 한마디로 말해 이미 6자회담 과정에서 부시 행정부가 비싼 수업료를 내고 실패한 정책이다. 알다시피 이른바 ‘북핵 문제’가 불거지자 북한과 미국은 서로 ‘선 적대시정책 포기’, ‘선핵 폐기’로 맞서다가 결국 양자는 9.19공동성명과 2.13합의에 따라 ‘행동 대 행동’이라는 동시행동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6자회담 과정과 북미관계에서 ‘선후(先後)’가 없어지고 ‘동시행동’으로 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선핵 폐기 정책은 부시 행정부도 실패한 정책을 복구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비핵·개방·3000’ 정책도 심각하다. 그 주요 내용은 북측이 핵을 폐기하고 문호를 개방할 경우 남측이 국제사회와 함께 적극적인 대북지원에 나서 1인당 국민소득을 10년 내에 3000 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 정책의 결정적 하자는 모든 걸 경제적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오만이다. 북한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이 가장 꺼려하는 경제적 차원의 접근방식만으로는 대북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2005년 참여정부가 제시한 ‘북핵 폐기시 대북 전력공급’을 골자로 한 ‘중대제안’이 북측에 별다른 흥미를 끌지 못한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보면 이명박 정부의 ‘선핵 폐기에 입각한 비핵·개방·3000 정책’은 무슨 대북정책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대북통고로 보인다. 이명박식 일방주의라 할만하다. 여기에는 북한과 대화를 나누겠다는 진지한 고민이 안 보인다. 오히려 대화의 문의 빗장을 잠그고 있다. 미국도 실패한 ‘선핵 폐기’ 정책과 북한도 달가워하지 않을 ‘비핵·개방·3000’ 정책을 고집한다면 이는 한미동맹에도 어긋나고 민족공조에도 어긋난다.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 이제 막 출범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처음부터 엇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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