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이태호 협동사무처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벽면에는 참여연대가 '역사를 바꾼' 문서들이 걸려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지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 동안 참여연대는 단연 돋보이는 시민운동의 상징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건물 3층 회의실에 내걸린 액자들엔 참여연대가 ‘역사를 바꾼’ 소송문건 따위가 나란히 걸려있었다.

모처럼 맞은 안식년이라 사무실에 상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참여연대 이태호 협동사무처장(42)을 어렵게 만나 이명박 신정부 하에서 진보진영이 나아갈 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스로에게 있어서 일관된 논리를 적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듯한 그는 17대 대선 결과에 대해서도 “국민의 선택에 의한 정권교체의 순기능을 인정해야 한다”며 “보수적 정권교체든 진보적 정권교체든 정권교체가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를 성장시키고 심화시킬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전제했다.

물론 “진보든, 혹은 이른바 범민주개혁이든 짧게는 노무현 정부 5년, 길게는 민주화 이후 20년 동안 구체적으로 시민, 민중의 고통을 대변해서 대안적인 정책이나 정치로 만들어내는데 역부족을 드러낸데 따른 일종의 심판이다”며 “그것은 진보세력의 한계고 민주개혁진영의 한계였다”고 자평했다.

“결국 민주화 이후 20년간 시민운동이 굉장히 급성장해 보였지만 시민사회를 바꾸고 스스로를 변화시켜 나가는데 역부족을 드러냈기 때문”이며, “민주화운동을 통해서 형성된 민주적 역량, 민주적 자산들을 곶감 빼먹듯 빼먹었지만 시민운동단체들이 보다 민주주의의 질을 심화시키고 더 적극적인 민주적인 시민주체를 형성하거나 하는데, 필요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운동은 훨씬 더 자기의 뒤가 어떤지를 살피고 자기의 기반을 튼튼히 만들고, 그 다음에 훨씬 더 과거의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을 뛰어넘는 좀더 질높은 진보 혹은, 심화된 민주주의를 위한 연대 같은 것을 기초부터 튼튼히 쌓아가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그러한 토대위에서 제대로 된 정당, 좋은 정당을 만들어내는 것도 시민사회운동에게 주어진 굉장히 중요한 숙제가 아닌가 본다”고 말해 새로운 정당 창당에 대한 의욕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정말로 시민 혹은 민중, 혹은 진보적인 시민의식에 의해서 통제받는 정당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문제가 중요한 과제”라며 “아쉽게도 당장에 총선까지 그러한 과제의 단초라도 만들 조건들이 주어질 것 같지는 않고 결과적으로 총선에서의 쓰라린 패배 이후에 그런 논의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들이 형성될 것이라고 본다”는 구체적 전망까지 보탰다.

▲ 그는 안식년 휴가중이라 사무실 자리에 앉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다고 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현안으로 대두된 민주노동당(민노당) 내부 분열에 대해서는 “사실은 지금 논쟁하고 있는 두 쪽 다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는 별로 설득력 없는 정파적 논쟁을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면서 민노당 주류와 비주류의 문제점에 대해 꼬집었다.

“자주파로 알려진 주류의 여러 가지 경직성, 그리고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의 균형의 상실이 있었다”는 것이며, “지나치게 민족문제에 치중해서 북에 대해서 동정적이거나 북에 대해서 너무 관용적이었다는 지적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예컨대 핵 문제랄지 북한인권 문제랄지 또는 복지, 노동, 민주주의와 관련된 정책과의 균형 문제랄지 이런 것과 관련해서 신중치 못한 정책을 이야기했다. 그 결과로서 대중성을 잃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또한 비주류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나 상대를 특정 주의로 몰고 가는 것은 옳지도 않고 설득력도 없다고 본다”며 “지금 남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운동들이 종북주의라고 하는 특정한 이념을 가진 특정한 주체들에 의해서 좌우되어 왔다고, 민노당이 해왔던 여러 가지 정책들이 그것에 의해서 결정되어 왔다고 비판하는 것은 과도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민노당 주류가 전국적인 한미FTA 반대투쟁, 효순이 미선이 촛불투쟁의 계기를 마련했고 평택투쟁을 “온몸으로 만들어냈다”는 역사적 사실도 평가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의 한미동맹 강화 정책이나 ‘비핵 개방 3000’으로 대표되는 대북정책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으며, “특히 이명박 정부 하에서 걱정되는 것은 북한 인권문제가 정치화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평화와 통일, 민주주의라는 3가지가 연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서로 적대적이고 총을 들고 있는 사이에선 총을 내려놓는 것이 가장 서로의 인권에게 중요한 인권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한반도 인권’을 위해서도 “남북간에 무장갈등의 씨앗을 줄이고 화해협력을 함으로써 평화가 양자(남북)의 인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6.15남측위원회) 협동사무처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정책위원을 맡고 있는 그는 의외로 "6.15민족공동위원회는 평화운동 뿐만 아니라 통일운동에서도 극히 제한적인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너무 많은 의미, 통일운동에 굉장히 전략적 의의를 부여하는 것은 그다지 현명하지 않다"고 충고했다.

다음은 5일 오후 5시 참여연대 3층 회의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용이다.

‘종북주의’, 큰 앙금을 남겼다

▲ 참여연대에서 평화운동 부문을 오랫동안 맡아온 그는 나이에 비해 흰머리와 흰수염이 많았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 통일뉴스 : 안식년 기간인데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하다. 언제부터 참여연대에서 일해 왔는지, 그리고 안식년은 언제까지인가?

■ 이태호 : 95년 5월부터 참여연대에서 일해 오고 있고 지금은 안식년 기간이다. 안식년은 작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이다. 원래는 7년 후에 가야 하는데 늦어졌다.

□ 현안으로부터 시작해보자. 어제, 오늘 민주노동당에서 잇단 기자회견이 열리는 등 여러 가지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 핵심에는 북한에 대한 시각차가 놓여 있는 것 같다. 민주노동당의 현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는지?

■ 사실은 지금 논쟁하고 있는 두 쪽 다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는 별로 설득력 없는 정파적 논쟁을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내 생각에는 지금 혁신하자는 측이나 일부 탈당한 분들의 문제제기에 합리적 핵심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나 상대를 특정 주의로 몰고 가는 것은 옳지도 않고 설득력도 없다고 본다.

하지만 민노당이 여태까지 침체해 온 데는 이른바 자주파로 알려진 주류의 여러 가지 경직성, 그리고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의 균형의 상실이 있었다고 본다. 그 점에 대해서 합리적인 논쟁과 토론, 그리고 개선이 굉장히 필요한 시기였는데 정파적 논쟁 때문에 그걸 건설적으로 해결할 기회를 놓친 게 아닌가 본다.

□ ‘한반도에 있어서의 균형의 상실’이라고 지적했는데, 북에 대해서 어떠한 관점과 태도를 취할 것인가에 대해 아직까지 운동진영 내에 상당한 이견들이 있는 것 같다. 시민운동 진영 내에서도 재작년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라든지 몇 차례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상당히 오랫동안 생각해온 것으로 아는데 정리된 생각이 있다면?

■ 지금 한반도에 존재하는 분단된 두 개의 체제는 하나의 민족공동체에서 분단되었다는 성격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분단으로 생겨난 상당히 기형적이고 결국 극복되어야 할 체제라는 속성을 같이 갖고 있다.

남한이 다행히 80년대를 거치면서 일부 민주화가 됐지만 남한도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북한은 그러한 내부적인 민주적 개혁의 기회를 놓쳤다. 말할 것도 없이 국가사회주의로서 더 많이 개혁되어져야 하고 변화돼야 할 체제인 것이 분명한 것 같다.

그 점에서 말하자면 민족이 분단을 극복하고 공동번영의 길을 찾는다는 것과 두 체제가 반드시 극복되어져야 할 체제라는 점, 이 사이에 균형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기존의 민노당 주류에서 그런 균형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종북주의라는 비판은 적절치 않은데 지나치게 민족문제에 치중해서 북에 대해서 동정적이거나 북에 대해서 너무 관용적이었다는 지적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예컨대 핵 문제랄지 북한인권 문제랄지 또는 복지, 노동, 민주주의와 관련된 정책과의 균형 문제랄지 이런 것과 관련해서 신중치 못한 정책을 이야기했다. 그 결과로서 대중성을 잃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 남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운동들이 종북주의라고 하는 특정한 이념을 가진 특정한 주체들에 의해서 좌우되어 왔다고, 민노당이 해왔던 여러 가지 정책들이 그것에 의해서 결정되어 왔다고 비판하는 것은 과도한 것이다. 그리고 민노당이 내세운 정책들이 그러한 정책이고 그러한 주의라고, 민노당을 이루는 다수파가 그렇다고 주장한 것 역시 전혀 현실과 맞지 않는 비판이다.

민노당이 종북주의에 의해서 좌우되기 때문에 결국 탈당하거나 거기서 민노당이 제 길을 못가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은 마치 종북주의가 민노당을 지도해왔고, 말하자면 주체사상을 이념으로 하는 특정 조직이 민노당을 지도해온 것처럼 말하는 것인데, 이는 전혀 맞지도 않고 사실도 아니다.

종북주의 이야기를 좀더 하자. 어쨌든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평가하고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평가는 다른 건데, 모름지기 공당이라면 무엇을 국민과 함께 평가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적극적인, 대안적인 쇄신안을 가지고 국민과 만날 것인가, 이게 중요한 것이지 당내에 있는 특정 세력에게 어떤 레테르를 붙임으로써 내부적인 문제를 적절치 않은 방식으로 자극적인 여론전으로 비화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그것은 장기적으로도 사실은 큰 앙금을 남긴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자극적인 논쟁이 붙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류가 동정을 얻지 못한다는 것은 주류가 얼마나 잘못되었던 것인가도 반증이 되는 문제이다. 내용적으로든 조직적으로든 그것은 문제이다.

사실은 한국사회에서 정파는 굉장히 무한한 것 같지만 10년, 20년 가는 정파는 없다고 본다. 다 그 과정에서 정파는 유지되더라도 정파를 구성하고 있던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바뀐다. 그러기 때문에 어떤 활동가들이랑 어떤 그룹들을 평가할 때 단순히 그 그룹들이 갖고 있는 노선뿐만 아니라 그 그룹들이 실제로 대중운동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고, 또 그들이 대중운동에서 이뤄낸 성과들, 단순히 그 조직이나 그룹이 아니라 사실은 거기에 참여했던 대중들이 이뤄낸 성과로서 존중하고 올바로 평가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아무리 무슨 노선상의 편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한미FTA 운동 전국에서 누가 했냐는 것이다. 그것 비난받는 주류들이 한 것 아닌가. 미선이 효순이 촛불집회 그것 누가 한 것이냐. 지금 당내 쇄신하자고 비난당하는 그 사람들이 어쨌든 온 몸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 사람들이 다 일궈냈다는 것도 오만이다. 네티즌들이 같이 참여해서 이뤄낸 것이다.

그게 약간 정치적으로 편향이 있었기 때문에 올바르지 않은 운동이었느냐. 한국 현대사에 족적을 남긴 굉장히 중요한 운동이었고 그것은 그 누가 아니고 그 사람들이 말하는 ‘꼴통 엔엘(민족해방파)’들이 어쨌든 그 계기를 열어낸 것이지 않느냐. 평택은 뭐 좌파가 만들었나. 꼴통소리 듣는 엔엘들이 어떻게든 온몸으로 만들어낸 역사적 계기인 것 아닌가. 그걸 존중하지 않으면서 상대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그 운동의 역사적 의미, 그 운동이 한국운동을 발전시킨 역사적 동력을 평가하지 않고, 그리고 거기에 참여했던 그 많은 꼴통들이 앞으로 한국 사회운동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지에 대한 기대까지를 다 포기하면서 어떻게 정치를 하겠다는 거냐. 나는 잘 이해가 안 간다.

“좋은 정당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한 숙제”

▲ 그는 차분하고 느리게 생각을 담아 말하려고 노력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 현 국면을 말하자면 대선이 끝났고, 10년간 개혁적인 시도들이 일단 큰 틀에서는 주춤거리게 된 상황이다. 이런 대선 결과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와 진보진영에 대한 평가라고도 볼 수 있을텐데, 이런 대선의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 전체적으로 진보든, 혹은 이른바 범민주개혁이든 짧게는 노무현 정부 5년, 길게는 민주화 이후 20년 동안 구체적으로 시민, 민중의 고통을 대변해서 대안적인 정책이나 정치로 만들어내는데 역부족을 드러낸데 따른 일종의 심판이다. 그것은 진보세력의 한계고 민주개혁진영의 한계였다.

두 번째로 사실 우리가 지난 2004년에 만들어진 중요한 계기, 어쨌든 민주개혁 진영이 행정권력에서건 입법권력에서건 다수인 조건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측면이 있다. 거기에는 민주개혁세력이 갖는 일반적 한계 외에도 노무현 정부나 특히 집권 여당이 자신에게 주어진, 말하자면 위임된 지지에 반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구현함으로써 가뜩이나 한정된 민주개혁 역량이 분열되고, 소모되고, 소진되는 과정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명료하고 분명한 정체성을 갖는 강력한 정치세력으로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런 정치적 요소도 적지 않았다.

□ 결국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상황을 맞았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시민운동단체라고 할 수 있는 참여연대에서 오랫동안 중심적인 활동을 해왔는데, 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사회운동의 성과나 과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정치세력의 한계는 시민사회운동의 한계일 수도 있다고 본다. 꼭 동일한 세력이어서가 아니라 어쨌든 정치적인 주체를 통제하는 힘은 결국 시민사회에서 나오고, 그리고 그 시민사회와 작용하는 하나의 행위자가 시민사회운동이라고 할 때 결국 민주화 이후 20년간 시민운동이 굉장히 급성장해 보였지만 시민사회를 바꾸고 스스로를 변화시켜 나가는데 역부족을 드러냈기 때문인 것 같다.

심하게 말하면 민주화운동을 통해서 형성된 민주적 역량, 민주적 자산들을 곶감 빼먹듯 빼먹었지만 시민운동단체들이 보다 민주주의의 질을 심화시키고 더 적극적인 민주적인 시민주체를 형성하거나 하는데, 예전 식으로 말하면 시민을 의식화, 조직화해서 시민사회를 훨씬 더 튼튼하게 만드는데 필요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장 닥치는 ‘이슈 파이팅’(현안 투쟁)이나 정책적 쟁점들을 제도권에 관철시키는데 너무 몰두한 나머지 시민사회 전체를 키워나가는 데는 소홀해왔고, 그 점에서 스스로에 대한 성찰도 많이 부족했던 것이 지금의 사태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라고 본다.

그 점에서 이명박 정부 시대, 나아가서 민주화 국면이 끝나고 뭐라고 규정할지 모르지만 어떤 새로운 조건이 펼쳐진 전제하에서 사회운동은 훨씬 더 자기의 뒤가 어떤지를 살피고 자기의 기반을 튼튼히 만들고, 그 다음에 훨씬 더 과거의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을 뛰어넘는 좀더 질높은 진보 혹은, 심화된 민주주의를 위한 연대 같은 것을 기초부터 튼튼히 쌓아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토대위에서 제대로 된 정당, 좋은 정당을 만들어내는 것도 시민사회운동에게 주어진 굉장히 중요한 숙제가 아닌가 본다.

□ 안식년에도 제대로 쉬지 못한 것 같은데, 안식년을 가지면서 큰 구상도 가다듬고 있을 법하다. 이명박 정부 첫 해를 맞아 참여연대의 주요한 방향이나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나?

■ 우선 이 이야기부터 해보자. 정권교체를 어떻게 볼 것이냐의 문제가 있다.

나는 어쨌든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국민의 선택에 의한 정권교체의 순기능을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어쨌든 그전에 집권했던 세력들이 못한 것이 있었기 때문에 그 심판으로서 새정권에게 기회가 주어졌고, 당연히 새정권이 제시한 어떤 이슈들이 국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예전 정권이 담지 못한 어떠한 것들을 실현해줄 것이라는 기대 하에서 새정권을 선택했다고 본다.

그 점에서 그게 보수적 정권교체든 진보적 정권교체든 정권교체가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를 성장시키고 심화시킬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전제 하에서 보수적 정권에 대한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진영의 견제와 비판 작용을 충실히 하는 것이 일단 우선적인 임무라고 본다.

어떤 정권이든 그게 진보적인 의미에서건 보수적인 의미에서건 비판을 수용해야 하고, 비판에 노출되어 있지 않을 경우 진보적 의미의 개혁이든 보수적 의미의 개혁이든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지금의 조건에서는 대선의 결과도 그렇고 이어질 총선에서도 지금 제1 야당인 한나라당이 압도적 다수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만큼 권력의 행사나 정책의 결정에 있어서 독주 혹은 독선, 권력의 남용 같은 것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것에 대해 확고한 견제력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정권교체가 민주주의의 성장을 가져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보수적 권력 남용에 의해서, 보수적 정책결정의 독주에 의해서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의 후퇴를 야기할 수 있는데 이 후퇴를 막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과제가 아닌가 싶다.

두 번째는 우리가 심판받은 이유, 혹은 노무현 정권이 심판받은 이유, 혹은 민노당이 부진한 이유, 시민사회, 노무현 정권, 야당이었지만 진보정당으로서의 민노당이 다같이 가지고 있는 한계 중의 하나가 진보적인 언어, 가치, 대안 같은 것들을 훨씬 성숙시키는 문제라고 본다.

그 점에서 여러 가지 시도들이 있지만 그것들을 훨씬 더 다듬고 진보적 정책대안들 간의 교류와 의사소통을 충분히 하고 그럼으로써 적극적인, 그리고 국민들이 신뢰할 만한 대안세력으로서 거듭나는 일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세 번째로는 정말로 시민 혹은 민중, 혹은 진보적인 시민의식에 의해서 통제받는 정당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문제가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아쉽게도 당장에 총선까지 그러한 과제의 단초라도 만들 조건들이 주어질 것 같지는 않고 결과적으로 총선에서의 쓰라린 패배 이후에 그런 논의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들이 형성될 것이라고 본다.

지금 서로를 무엇무엇이라고 낙인찍는 풍토가 그러한 건설적인 작업을 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참여연대, 권력감시 지속적 수행이 가장 중요”

▲ 그는 통일부 통폐합 방안에 대해 비판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 이명박 정부 하에서의 큰 기조 3가지를 말했는데, 이런 것에 근거해서 참여연대의 새해의 주요방향이나 주력사업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 나는 참여연대 논의에 결합하지 않고, 안식년을 하고 있는 임원으로서 최소한의 평가회의에만 참여를 해본 바에 의하면 아무래도 참여연대는 권력감시 단체였고, 그게 이른바 진보개혁 정권을 자임한 노무현 정권에 대해서도 비판적 감시자적 견제자로서의 역할을 계속해왔다고 본다. 따라서 이명박 정권 하에서도 그러한 기존에 해왔던 권력감시 작업들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참여연대 연중사업 계획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어떤 정권이든 첫 정권을 세팅하고 정권 초기에 이른바 자신의 정책구상을 펼칠 때 정말로 그걸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수행하는지, 그리고 정말로 국민을 위해서 수행하는지, 아니면 자신의 정파와 당리당략을 위해서 수행하는지가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보고, 초기에 가장 강력하고 꼭 필요한 비판들을 해내는 것이다.

□ 이명박 당선자와 인수위의 경제와 교육 정책의 기조가 밝혀지고, 정부조직 개편안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정부조직 개편안 중 통일부를 통폐합한다든지 국가청렴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에 관한 입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 통일부 같은 경우 아무리 여러 말로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외교부 밑에 넣겠다는 논리로 밖에 이해할 수 없고, 그 점에서 새정부가 통일과정에서 혹은 남북간 대화나 화해협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그야말로 사회통합적인 노력, 그리고 각계각층을 참여시기고 연결시키고자 하는 노력들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통일부가 없어져도 남북접촉은 외교통일부 차관이 하면 되고 중요한 접촉은 특임장관이 하면 된다. 그러면 국정원장이 한다는 말인데, 국정원장이 통일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고, 국정원장이 사회문화교류를 촉진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외교부 차관이 그런 일을 각 부서를 통괄하면서 책임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말하자면 통일부가 할 수 있는 그야말로 ‘통일 거버넌스(governance, 협치)’와 같은 역할들을 이 정부가 과소평가하고 있고, 그냥 남북간에 비선이든 아니면 공무원 몇이 만나서 대충 쇼부치는(결판내는) 것으로 남북관계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와 같은 것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도 드러난다. 예를 들어 ‘비핵 개방 3000’이 나름대로 경협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이면서도 핵문제가 풀려야 된다라는 조건을 닮으로써 지난 10년을 이어온 핵문제, 앞으로도 몇 년이 갈지도 모르는 핵문제 뒤로 적극적인 경협문제를 미룬다는, 이런 남북문제에 대한 일종의 아마츄어리즘, 안이한 태도, 비현실적인 태도가 엿보이는 구상이라고 본다.

□ 국가청렴위원회나 국가인권위원회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는데.

■ 국가인권위원회는 단적으로 이것을 만들 때 대통령 직속으로 하자는 당시의 새천년민주당 안을 가장 강력하게 반발함으로써 지금의 국가인권위원회를 만들어낸 장본인이자 당사자가 한나라당이었다는 것을 보더라도 지금 3권분립이니 뭐니라는 논리를 대면서 대통령 직속으로 하자는 논리가 얼마나 허구적이고 편의주의적 주장인가 하는 게 단적으로 드러난다.

국가청렴위원회 경우는 사실은 참여연대가 만들어지면서 부패방지법 제정 운동을 하면서 국민 대다수의 동의와 절대적인 지지하에 만들어낸 위원회인데, 오히려 그 권한과 권능이 약해서 여태까지 문제가 돼왔고, 새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국가청렴위에 조사권을 둬야 한다든가 나아가서 아예 고위공직자를 전담하는 수사기구를 둬야 한다든지 하면서 기능강화가 주문되어 오던 것인데, 지금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합쳐야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은 지금 제한적으로나마 부방위(국가청렴위원회)가 하고 있는 양심선언자, 말하자면 내부고발자 보호기능도 취약해질 우려가 높은 것이다. 단순히 복잡한 위원회를, 불필요한 위원회를 통폐합한다는 이유로 사실은 이른바 민주적 협치, 거버넌스를 위한 꼭 필요한 제도의 여태까지 있어왔던 발전을 후퇴시키는 조치들을 많이 취하고 있다.

국가청렴위 뿐만 아니라 정보공개제도도 김영삼 정부 때부터 꾸준히 발전해온 것인데, 그것을 좀더 강화시키기 위한 각종 TF(태스크 포스)나 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하자는 것도 폐기하는 마당이니까, 전체적으로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따지면서 의사결정의 민주성이나 정부 내에서의 견제와 균형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소홀한 것이 아니냐. 전반적으로 거버넌스에 대한 관점이 부족하다.

“ ‘비핵 개방 3000’, 남북관계 굉장히 어렵게 할 가능성 있다”

▲ 이명박 정부의 친미 정책은 사실 새로울 것이 없지만 네오콘적 동맹정책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 평화문제를 쭉 다뤄왔는데, 이라크 파병 문제에 더해 최근에는 PKO(유엔 평화유지활동) 문제,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문제, MD(미사일 방어체제) 문제 등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한미동맹 우선 관점에 서 있는 이명박 정부의 군사안보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지?

■ 제일 걱정되는 것은 지금 이명박 정부가 친미를 표방하고 있는데, 사실 친미는 새로운 기제는 아니다. 굳이 말하면 김대중 정부도 친미였고, 사실은 클린턴 시대 클린턴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은 우호적 관계로 따지면 역대 어느 대통령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친했던 관계다. 노무현 정부도 반미니 자주니 그러는데 사실은 이명박 정부 하에서 미국에게 더 제공할 것이 없을 만큼 많은 것을 제공하고 합의했다. 전략적 유연성을 제공해줬다든가 평택 같은 허브 기지를 제공해줬다든가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해줬다든가 하는 것이 그런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친미라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라기 보다는 사실은 미국 내에서도 부시가 표방했던 네오콘적인 동맹정책, 군사정책 같은 것들이 비판받고 있고 후퇴되고 있는데, 새정부의 정책은 부시 1기 때의 매우 공격적이고 매우 비현실적인 군사주의 정책을 뒤늦게 답습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MD 같은 것이 그렇고, PSI에 새로 가입한다든가, 그 다음에 PKO 만 해도 한나라당 안은 다국적군 파병도 언제든지 국회 동의 없이 가능한, 굉장히 무제한적인 파병이 가능한 안이다. 어떤 경우에도 국회가 사후에만 통제할 수 있는 ‘묻지마 파병’을 정당화하는 법이다. 그래서 사실 법자체도 PKO 법이라고 할 수 없다. ‘다국적군 파견 전담부대 안’이 지금 한나라당 당론으로 채택된 파병부대 안이다.

이런 식으로 가는 게 정말로 한반도 평화와 세계평화에 매우 부정적인 역할을 한국외교가 뒤늦게 하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지금 이명박 정권에 의해서 일부 인사들이 공공연하게 한미일 지역동맹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정말로 낡은 구도의 재편이고 미래의 동북아 질서를 위해서 하등 바람직하지 않은 그야말로 대결의 구도를 만드는 것인데, 이런 점에서 굉장히 이후 동북아 평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 요즘 종전선언, 평화체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다음 정부에서 이것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주한미군 문제, 평화체제 문제 이런 것들은 어떻게 되리라 보고, 어떻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보는가?

■ 주한미군 문제와 평화체제 문제는 역시 파트너가 있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서 미국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는 문제, 그 다음에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문제도 있다고 본다. 그리고 물론 한국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 이런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우선 한국정부가 지금 표방하고 있는 ‘비핵 개방 3000’이라고 하는 정책을 계속 유지한다면 그것은 남북관계를 굉장히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은 일정한 로드맵과 쟁점을 가지고 전향적이라 할지라도 시간을 두고 해결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 와중에 남북관계에서는 10월 4일 남북정상회담이나 그 이전에 합의된 것에 따라 진도를 나가야 하는 여러 가지 프로세스들이 있는데, 그런 문제들이 교착상태가 계속되게 된다면 북으로서는 남한과의 관계를 순조롭게 풀 자체의 정당성을 가지기가 굉장히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에 명분을 중시하는 북으로서는 남북관계에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두 번째로 평화체제 문제도 마찬가진데, 평화체제라고 하는 것은 북핵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것들이 같이 연결된 거라고 본다. 예를 들어서 유엔사 문제랄지 또 지금 한미간에 같이 유지하고 있는 연합작전계획이랄지, 그리고 그것의 구체적인 신뢰의 징표로서 NLL(서해상 북방한계선) 문제랄지, 서해에서의 무장충돌 방지 대책이랄지 등등의 같이 해결돼야 될 주제들이 있는데, 한미 동맹이 지금 예측된대로 공세화되거나 자극적인 동맹으로 재편된다면 쉽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한미지역동맹이 공격화 되는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긴장하게 될 중국의 협조를 받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또 하나의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결코 지금 조건에서는 순탄하다고 볼 수 없겠다.

“6.15공동위, 통일운동에서도 극히 제한적인 일부분”

▲ 6.15남측위 협동사무처장을 역임했고 지금은 정책위원인 그는 의외로 6.15공동위에 전략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그다지 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 이전에 6.15남측위원회에 협동사무처장으로 결합해서 활동했는데, 그동안 평화운동과 통일운동이 약간의 간극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평화운동과 통일운동의 수렴이 가능한지,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경험을 들려달라.

■ 지금도 6.15남측위원회 정책위원이다. 나는 평화운동, 통일운동, 나아가서 민주주의 운동, 이 3개가 서로 잘 조율되고 융합되어야 된다고 본다.

결국 우리가 모든 정책을 펴거나 하는 것은 잘 살자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민주주의 운동은 그 기본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잘 살면 최소한 전쟁은 없고 나아가서 쓸모없는 대결이나 군비에 인력과 재화가 소모되지 않는 사회이고 주변국과 화평하게 지내는 사회일 때만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어쨌든 그것을 위해서 한반도에서 최우선적으로 해결될 부분은 남북의 평화적 방식의 통일, 분단극복일 수 밖에 없다.

이 점에서 본다면 과거 통일운동 처음 시작할 때부터 통일과 평화를 너무 극단적으로 보고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견해들은 대체로 대중의 동의도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법을 제공하는데도 실패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결국 평화운동이라고 하는 것의 요체는 갈등해결인데 한반도에 사는 사람에게 갈등해결의 핵심 중의 하나는 분단문제이다.

평화운동이 분단 극복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정책과 대안을 내놓고 그것을 위한 대화에 참여하는 것을 여태까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해왔던 것에 대해서는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점에 대해서는 이미 이견의 여지가 없이 평화운동의 통일운동, 분단극복에 대한 관심은 높아져 가고 있다고 본다.

□ 6.15남측위원회에 직접 들어가 북도 방문하고 북측과 협상도 해봤는데, 이에 대해 평가한다면?

■ 나는 그 점에서는 6.15민족공동위원회는 평화운동 뿐만 아니라 통일운동에서도 극히 제한적인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6.15민족공동위원회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당국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의 정치적 절충점을 찾는 정치적 교류라고 본다.

그것은 남한 당국의 입장에서나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나 그리고 남한 시민사회의 입장에서 볼 때 어떤 정치적으로 조율되고 계산된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만들기 위한 고도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라고 보고, 그런 것 일반을 사회문화교류로 통칭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가교를 만들기 위한 말하자면 제한된 어떤 노력이라고 보고, 그게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막힌 남북대화의 물꼬를 튼다든가 다양한 민간 각계각층이 대표성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한다든가.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그게 민간교류로서의 의미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것다. 북은 어쨌든 굉장히 교류를 정치적으로 통제된 범위에 두려는 생각이 있고, 그래서 매우 제한되게 수용하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는 보조물로 보거나 아니면 경협이나 이런 것을 하기 위한 어떤 통로로 보는 경향이 있어왔다.

그렇기 때문에 남한에서는 많은 민간교류의 요구가 있는데 충족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지역교류도 북은 마다하고 있고, 부문간의 풍부한 교류도 사실 몇 가지 한정된 부문, 노동, 청년, 종교, 여성 등 아주 제한된 영역의 범주를 넓히려는 시도를 별로 안 해왔다는 점에서, 6.15민족공동위를 통한 사회문화교류는 매우 제한된 일부이고 사실 많은 실제적인 의미의 교류는 인도지원이나 경협이나 다른 유형무형의 교류, 접촉을 통해서 다양한 방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심지어 북한 인권운동을 통한 접촉도 전혀 다른 의미에서 하나의 교류일 수 있다고 봤을 때 북한 사회와 접촉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통로의 하나로 보는 것이 맞는데, 이것(6.15민족공동위원회)에 너무 많은 의미, 통일운동에 굉장히 전략적 의의를 부여하는 것은 그다지 현명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 통일운동과 통일연대가 추구했던 노선 같은 경우에는 사실은 매우 제한된 운동영역을 굉장히 중요한 전략적 운동인 것처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예전 통일운동 초기에 자주교류운동이 통일운동의 모든 것으로 강조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것은 결국은 몇 가지 남북 사이의 정치적 선언문이나 정치적 스테이트먼트(성명서)를 만들어낸 것으로 귀결되었던 것처럼 제한하는 것이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하에서 걱정되는 것은 북한 인권문제가 정치화될 우려가 크다. 자극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서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서로에게 딱지를 붙이는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

평화운동과 민주주의운동, 통일운동과 민주주의운동이 연결되어야 된다는 것은 평화운동의 핵심은 갈등분쟁을 해결하는 건데, 남북은 지난 60년간 무장갈등을 지속해온 사회인데 여기서 서로에게 딱지를 붙이고 손가락질 한다는 게 하등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서로 적대적이고 총을 들고 있는 사이에선 총을 내려놓는 것이 가장 서로의 인권에게 중요한 인권일 수도 있고, 따라서 평화운동, 통일운동이 한반도 인권문제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것과 더불어서 기존에 북한인권, 북한해방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그런 정치적 갈등에서 벗어나서 어떻게 남북간에 무장갈등의 씨앗을 줄이고 화해협력을 함으로써 평화가 양자의 인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인가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평화통일과 민주주의가 연결되어야 하고, 또 통일과정에서 거버넌스를 위해서도 민주주의가 발휘되어야 하고, 이런 3가지의 연결이 필요하다고 본다.

□ 예전에 비해 평화운동과 통일운동이 경험도 쌓이고 서로 많이 만나온 것도 사실인데, 예전에는 영역도 달랐고 간극이 있어 시각차도 좀 있었다. 지금은 그런 것들이 많이 해소된 것으로 보이나?

■ 아직은 완전히 해소됐다고 할 수 없다. 재작년 핵실험부터 작년 6.15행사 문제에 이르기 까지 6.15민족공동위원회 내부에서도 앞으로의 통일운동, 한반도 평화운동을 어떻게 발전시켜 낼 것인가에 대해서 구상과 상이 많이 다른 것도 사실이다.

6.15민족공동위만 보더라도 이것의 정치적 질을 더 높이고 고도화 해나가고 구심력을 강화해나가자는 주장이 있는 반면에 그런 게 아니라 이것은 어차피 정치적 협력체이니까 보다 많은 정치적 다양성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서 남북관계의 다양성을 훨씬 더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더 심각하게는 6.15민족공동위는 더 발전해야 한다. 아니다, 6.15민족공동위는 일정한 역할을 제한적으로 수행하고 다른 분야에서 운동영역들을 많이 개발해야 한다. 이런 다양한 노선과 비전상의 차이가 있다고 보고, 더 나아가서는 본질적으로 그러면 한반도 평화나 통일의 상은 어떠해야 되는가에 대해서도 아직 필요한 논쟁들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있다고 본다.

□ 2002년 이후 본격화된 반미운동에서의 만남이 있었던 것 같고, 6자회담이라는 안정적인 틀이 구축됨으로써 평화운동과 통일운동이 서로 다가가기 어려웠던 지점들이 어느 정도 근접할 수 있는 외적 틀이 마련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예전에 비하면 그래도 많이 기본틀들이 갖춰져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내부적인 시각차나 이런 것은 아직까지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 같다.

■ 그런 요소는 있다. 의제들이 수렴되고 있다. 6자회담에서 평화체제가 이야기되고 통일운동이 당연히 화해협력을 발전시키다 보면 결국 평화체제로 나아가게 되고...

‘한반도판 님비’ 경계하고 ‘따뜻한 진보’ 고민해야

▲ 그는 진보개혁 세력이 정책적 능력과 대안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 정권이 바뀐 현 상황에서 짚고 싶은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통일정책이다. 순서도 통일.외교.안보도 아니고 외교.안보.통일 정책으로 정해졌고, 외교통일부이다. 그러나 이 정책의 장점은 없느냐 거꾸로 이런 얘기를 한다. 나는 어느 면에서 있다고 본다. 왜냐면 외교통일부로 흡수돼서 외교부의 한 부처로 하는 것이 옳아서가 아니라 노무현 정부에서도 그렇고 김대중 정부에서도 그렇고 통일정책과 외교정책, 한반도 평화정책과 평화외교정책, 국제정책이 사실은 분리돼 있었다. 모순돼 있었다.

북핵 문제는 해결하는데 이란 핵문제에 대해서는 비난하는 행렬에 참여하고, 한반도 평화 때문에 이라크 파병하고, 북핵문제는 이야기 하는데 미-인도 핵협정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고, 그러다보니까 우리 통일정책, 한반도 평화정책도 다른 나라의 시각에서 보면 ‘예외주의만 주장한다’. 말하자면 이른바 ‘한반도판 님비’지 다른데 대해서 정책의 일관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그렇다. 한반도 평화 이야기하면서 전략적 유용성 합의하고, 사실은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내건 모순된 정책들이 결국 지나고 보면 현실성도 떨어지는 것으로 귀결된 적이 많았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명박 정부가 그 점 때문에 손쉽게 자기의 외교.안보.통일정책을 주장할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오히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견제하고 비판하기 위해서라도 훨씬 더 적극적인 일관된 평화주의적 기조를, 그리고 원칙적인 기조를 진보적인 정치세력이 그리고 진보적인 시민사회운동 세력들이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 점에서 내적 성찰도 많이 필요하고 비판의 초점을 어떻게 가져가는 가도 매우 중요할 수 있다. 막연히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에 무능할 거고, 친미일변도이기 때문에 문제다라는 비판이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 있다. 우리나와 사정이 다르지만 부시가 그렇게 깽판치고 난리를 쳤는데도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될둥말둥이다. 민주당이 부시를 비판하는 데는 능숙하지만, 반대한다라는 이야기에는 능숙하지만 사실은 부시 정부와 차별화되는 정말로 평화적 대안이나 외교안보적 대안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이 보기에는 이도저도 아닌 세력으로 본다.

나는 많은 진보적인 시민들에게, 한반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를 원하는 시민들에게 노무현 정부의 정책이 단순히 좌파의 정책으로 비춰진 것이 아니라 이도저도 아닌 정책, 혹은 앞뒤가 안 맞는 정책으로 비춰진 것은 아닌지 반성해봐야 된다고 본다. 그 점에서 범 진보, 범 민주 평화통일 세력들이 자기의 논리를 훨씬 더 가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안식년을 절반 정도 보낸 것 같은데, 운동가들의 자기 발전에 대해 떠오른 생각이 있다면?

■ 운동가들이 이슈에 쫒아 다니고 여러 가지 시위와 집회에 쫒아 다니고 그리고 회의에 쫓아다니고 하다 보니까 사실은 자기가 처한 위치를 보다 넓고 깊게, 그리고 자기를 객관화 시켜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놓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사실은 소진되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사회운동의 문제점과 한계가 지금 민노당 논쟁 같은데서 드러난 것이 아닌가 싶다. 침체라면 침체를 겪고 있는 사회운동 조직의 침체로도 드러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운동가 스스로도 자기를 돌아보고 자기를 객관화 시키면서 운동의 가치와 원칙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의 공간, 성찰의 공간들이 좀더 많아지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위해서 각 단체들이 훨씬 더 투자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활동부분에 많은 비용과 인력을, 물론 인력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이슈 파이팅 하는데 배치하고 있다. 조직을 훨씬 더 풍부하게 하고 스스로를 평가하는 영역에 많이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로 유럽의 진보가 연대를 강조하고 공공성을 강조하고 사회복지를 강조하고 평화를 강조하고 생태를 강조하면서 전체로서 따뜻함을 강조한 것에 비해서 보수가 너무 냉혹하고 엘리트적이라고 해서 ‘따뜻한 보수’를 강조해서 사민주의를 따라잡은 경우가 많았다.

지금 이른바 진보세력은 거꾸로 된 의미에서 보면, 구호만 외치고 가르치려고 하고 그리고 마땅히 이렇게 되어져야 한다라고만 이야기하기 때문에 정말로 현실에서 사는 시민들 혹은 민중들에게 따뜻하지 않은 진보로서 비춰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활동가 스스로 그리고 진보운동 전체, 나아가서 민주개혁 진영 전체가 어떻게 좀더 시민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낮아지고, 스스로에게 그리고 대중에게 따뜻해질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고민과 에너지와 비용을 투자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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