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후 11시 비대위측 '혁신안'이 부결되자 대회장을 떠나는 심상정 대표. [사진-진보정치 정택용]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대표 심상정) '혁신안'의 최대 쟁점사안이었던 이른바 '일심회' 연루자들의 제명안이 임시 당대회에서 부결됐다.

3일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열린 임시 당대회에서 연루자 두 명을 제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소위)일심회 관련 당원 최기영, 이정훈의 행위는 명백한 행당해위임'안의 삭제를 요구한 현장발의안에 대해 전체 862명의 대의원 중 553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17대 대선에 대한 평가의 내용이 담긴 '혁신안'의 첫 번째 안건 중 "편향적 친북행위에 대해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부정적 의미의 '친북정당'의 이미지가 형성되는 빌미가 되었다", "'무능력한 아마추어 당', '대안 없는 운동권 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되어 왔다"는 내용이 담긴 항목도 삭제됐다.

▲ 대의원들은 이른바 '일심회' 관련자 제명을 압도적 표차로 부결시켰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비대위측 '혁신안'의 핵심 내용 중 하나였던 '제명안'의 삭제가 결정되자 마자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의원은 막바로 자리를 떠났다. 심 대표는 4일 오전 중 기자간담회를 열어 향후 거취 등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평등파측 대의원들도 '제명안'이 부결되자 마자 일제히 밖으로 나가 당대회는 정족수 미달로 오후 11시 50분경 산회됐다.  

비대위.평등파 '당 지키자' 압박... "쓰레기법 가지고 당 진로 판단?" 자주파 강경 대응
'창당 8년만에 분당' 가속화 될 듯

▲ '당을 지키자'며 혁신안 통과를 호소한 심상정 대표.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이날 당대회에서 비대위측과 평등파측은 일부 분당파를 거론, '당을 지키자'는 명분으로 자주파를 강하게 압박했다.

심상정 대표는 당대회 중 대의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는 자리에서 "제가 혁신안을 마련하면서 이 동지들을(분당파) 첫 번째로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 당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쳐 당의 가능성으로 묶어세워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의식이었다"며 "그러나 비대위가 판단하기에 이런 정도의 혁신안을 통과시킨다면 대거 탈당과 분당을 막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그런 점에서 제 의지 문제가 아니라, 오늘 당대회 결과를 보고도 많은 당원들이 탈당을 한다면 비대위원장으로 할 일은 없을 것이다. 여러분들이 비상대책위원회에 주신 소임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고 대표직 사퇴까지 시사하며 '혁신안'의 원안 통과를 호소했다.

평등파로 분류되는 정창윤 대의원은 "지금 진보정당이 두 개가 되는 역사적 기로에 서 있다"며 "심상정 비대위가 정치적으로 편향적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잘못된 판단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후에 역사가 판단하면 되지 않나?"고 자주파에 원안대로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반면 자주파를 비롯해 '제명안'을 반대하는 대의원들은 국가보안법의 문제를 들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일심회' 사건의 변론을 맡았던 김승교 변호사는 '제명안'의 찬반토론에 나와 "국가보안법은 악법이고 법전에서 찢어버려야 할 쓰레기 법에 의해서 만들어진 판결문"이라며 "쓰레기법을 가지고 당의 진로, 정치생명을 판단한다"고 맹비판했다.

▲ 즉석에서 당을 떠나겠다는 당원들의 기자회견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들은 미리 현수막을 준비해왔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당내 의견그룹 '다함께'의 김인식 중구지역위원장 역시 "왜 쇄신의 핵심에 국가보안법으로 감옥에 가 있는 일심회 사건 관련자들의 제명이 핵심이 되어야 하나?"며 "민주노동당도 (일심회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가 맞다. 그러나 가해자가 최기영과 이정훈 당원이 아니다. 왜 이점을 분명히 하지 않나? 빨갱이 소리를 듣는 것은 국가보안법과 우파가 마녀사냥을 했기 때문이다"고 '제명안'에 강하게 반발했다.

민노당의 임시 당대회가 이른바 '일심회' 관련 당원들의 제명안을 둘러싸고 결국 파행으로 끝남에 따라  창당 8년만의 분당 등 민노당의 향후 진로에 커다란 곡절이 예상된다. 

'혁신안' 가결과 비대위 재신임 문제를 연계시켰던 심 대표의 사퇴와, 노회찬 의원의 탈당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고, '종북주의 청산' '친북당 이미지 탈피' 등을 강하게 주장해 왔던 평등파의 탈당 러쉬와 창당도 현실화 될 전망이다. 실제 이날 현장에선 당원 23명이 탈당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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