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씨가 선고공판이 끝난 뒤 재판장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1961년 '북한의 활동에 동조했다'는 등의 혐의로 박정희 군부독재 정권에 의해 사형당한 <민족일보> 故 조용수 사장이 47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용석)는 16일,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사형이 선고됐던 故조용수 사장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당.사회단체의 주요간부의 지위가 있는 자가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단체나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 고무, 동조하면 사형이나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의 6조에 의거해 사형을 언도한 당시의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사회단체라 함은 일정한 조직체계를 갖추고 실질적 활동을 하면서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등의 일정한 조건이 있으며, 영리법인은 수익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사회단체에 포함되지 않는데 주식회사 민족일보는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활동한 만큼 사회단체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 공소사실 중 故 조용수 사장을 '사회대중당 주요간부'로 여긴 것에 대해서도 "사회대중당 준비위는 정당이라고 볼 수 없으며, 설사 정당에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선거에서 공천을 받는 것 만으로 주요간부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故 조용수 사장이 '정당.사회단체의 주요간부'가 아닌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일반인이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동조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고, 이후 제정된 반공법으로도 피고인을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민족일보 사건'에 연루돼 징역 5년을 받았던 양실근씨에 대해서도 "민족일보가 사회단체가 아니"며 " 양씨가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되는 것을 알고 그런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의 위헌여부와 관련 "소급 적용 원칙과 평등 원칙 및 명확성 원칙 등에 위배돼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이 법이 1962년 개정된 헌법에 따라 효력이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에 위헌은 아니라고 재판부는 판결했다.

▲ 조용준씨는 "형의 억울한 심정을 제가 말로 할 수 있겠냐. (형님은)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일 것"이라며 '억울한 죽음'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용준씨가 공판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故조용수 사장의 동생이자 민족일보사건진상규명위원회의 위원장인 조용준(74)씨는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현명하고 정의로운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지만 우리 사건 말고도 기다리는 여러 억울한 사건들이 잘 세상에 밝혀져서 억울함을 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용준씨는 "형의 억울한 심정을 제가 말로 할 수 있겠냐. (형님은)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일 것"이라며 '억울한 죽음'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민족일보>의 기자였던 김자동(79)씨는 "사필귀정이라고 해야 한다"며 "무죄난 것으로 한이 풀릴 수는 없다. 목숨을 살릴 수는 없는 것이니까..."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민족일보 사건'은 "간첩혐의자에게서 공작금을 받아 <민족일보>를 창간하고 북한의 활동에 동조했다"는 혐의로 조용수 사장을 사형(1961년 12월 21일)시키고 당시 혁신계 진보성향의 신문인 <민족일보>를 강제폐간 시킨 것으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06년 11월 민족일보 조용수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고 故 조 사장의 동생 용준씨가 작년 4월 재심을 청구했었다.

지난해 1월 23일 재심에서 무죄로 판결난 이른바 '인혁당재건위' 사건에 대해 검찰측이 항소하지 않은 예가 있어, '민족일보' 사건도 검찰의 항소없이 판결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용준씨는 향후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 및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한편, 진실화해위의 재심권고에 따른 첫 재심에서 법원이 '민족일보 사건'을 무죄로 결정함에 따라 향후 재심사건의 재판결과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무죄판결이 날 때까지 많은 도움을 줬던 관계자 및 지인들과 함께 기념촬영.[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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