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 한반도 정세와 통일운동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잠깐 지난해를 돌이켜보자. 지난 2007년은 연초부터 진행된 북한과 미국 사이의 베를린회담(2007.1.16-18)과 뒤이은 2.13합의로 인해 2006년 10.9 북핵실험으로 일촉즉발의 위험상황에 직면했던 한반도 정세가 대화국면으로 급격한 전환을 이룬 해였다. 그간 북미 사이의 모든 것을 따져볼 때, 베를린회담에서 북미 양자가 만난 것은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전략적 변화라 할 만한 일이었다.

이후 북미 사이에 밀월기간을 거쳐 10.3합의를 내올 즈음, 남북관계에서도 의미 있는 일이 일어났다. 제2차 정상회담에서 10.4공동선언이 발표된 것이다. 한반도 정세에서는 보기 드물게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공히 안정적 국면으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이 순간은 지속되지 못했다. 남측의 12.19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이명박 후보의 당선은 남측에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개혁정권이 보수정권으로 10년 만에 정권교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보다 정확하게는 민족공조와 통일의 이정표로 불리는 6.15공동선언 이행의 앞길에 심각한 장애가 돌출했음을 뜻한다. 아울러 6.15선언 이후 남북관계를 한 차원 높이고자 한 10.4공동선언의 이행도 자칫 불투명해졌다. 과연 2008년에는 6.15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의 운명이 어찌 될 것인가?

돌이켜보면, 한반도 정세와 통일 정세는 북미관계와 남북 당국자관계 그리고 남북 민간관계 등 세 가지 차원에서 부침을 거듭해 왔다. 물론 대체로 북미관계가 한반도 정세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지만 긴장된 정세에서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갈등구조로 들어갔을 때 남북 민간관계가 숨통을 트기도 했다. 또한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는 남북 당국자 관계가 한반도 정세에 일정 영향을 주면서 통일 정세를 주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2008년에는 이 세 개의 축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이 세 개의 축의 역학관계에 따라 6.15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의 운명이 판가름 날 것이다.

2008년 북미관계는 양자가 2007년에 이룬 베를린회담-2.13합의-10.3합의의 궤도를 이탈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3합의에 따라 북한이 2007년 말까지 하기로 한 핵 불능화 조치와 핵 프로그램 신고가 해를 넘기면서 마무리되고 있지는 못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기한보다 신고가 중요하다’는 말처럼 이로 인해 전체 협상틀이 깨질 우려는 감지되고 있지 않다. 특히 2008년은 부시 행정부의 임기 말 해이기는 하지만 2000년 클린턴 행정부 말기의 북미관계 학습효과를 떠올린다면 양국 관계정상화의 길은 열려져 있다고 볼 수가 있다.

문제는 남북 당국자관계다. 남북 당국자관계는 남측에서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그 앞길이 매우 불투명해졌다. 이명박 정부가 북미관계의 큰 흐름을 변화시키거나 엇나가기는 쉽지 않겠지만 언제든지 정세 발전에 장애물로 나설 가능성은 농후하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대해서는 핵폐기에 입각한 상호주의 입장이고 미국에 대해서는 공고한 한미동맹 입장이다. 더도 덜도 없이 철저한 친미 입장을 띨 것이다. 이는 전임인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북한에 대해서는 민족화해 입장 그리고 미국에 대해서는 한미동맹과 민족공조의 병행발전 입장과는 현저히 다른 것이다. 요약하면 6.15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이 훼손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남북 민간관계에서 특히 남측 통일운동세력의 역할이 비상히 주목되고 있다. 그간 민간은 6.15선언 이후 7년간에 걸친 민족화해 정부 속에서 통일운동을 해 온 복을 누렸다. 이제 민족공조보다 한미동맹을 우선시 하는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민간통일운동세력의 역할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어 탄압과 피해도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이보다 어려운, 서슬퍼런 5,6공화국 전두환-노태우 정부 때도 통일운동을 해 왔는데 이 난관을 돌파하지 못하겠는가 하는 치기도 나오는데 상황과 민심이 많이 변했음을 인지해야 한다.

종합해 보면, 돌연변이로 나선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정세와 통일 정세에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당분간 북한은 미국과 상대하고 남측 통일운동세력은 이명박 정부를 상대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민간은 어려운 여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갖고 계속 통일운동을 할 것과 더 나아가 정부당국의 몫까지 챙겨야 할 이중의 난관에 직면하게 되었다. 민간통일운동세력은 이 난관을 어떻게 타파할 것인가? 그리하여 6.15선언과 10.4선언을 어떻게 사수할 것인가? 새해 벽두부터 역전의 용사 민간통일운동세력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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