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을 방문(12.5-8) 중인 통일뉴스 취재단이 전자우편을 통해 기사를 보내왔다. /편집자주 

북 특유의 수법치료와 난치나이치료

▲ 6일 오후 고려의학과학원에서 장도선 인민의사가 수법치료 중이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환자가 아니라 부모, 처자식을 대하는 심정으로 치료해야 효과가 더 나타납니다.”

6일 오후 평양시 대동강구역 동문동에 자리한 고려의학과학원에서 만난 북한 최고의 수법(手法)치료 전문가 장도선 인민의사는 “수기치료는 전신화상 환자나 말기암 환자를 제외한 거의 모든 병에 효과가 있고 침구치료 대상 환자에게는 거의 다 적용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수기치료는 안마와 지압처럼 손을 이용해 환자를 치료하는 요법을 말한다.

남측의 한의학에 해당하는 북의 고려의학에는 침과 뜸, 부항 같은 익숙한 치료방식은 물론 수법(수기)치료라든지 난치나이(난치병치료)와 같이 다소 생소한 영역도 포함돼 있다.

인민의사 장도선 박사는 “수법으로 보사(補瀉)도 하고 신경조절과 진통진정의 작용도 할 수 있다”고 말했으며, 영상물에는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재일동포 어린이가 수법치료 후 휠체어에서 일어나 부모의 손을 잡고 걸음연습을 하는 장면도 나왔다.

수법치료는 특히 마비성 신경질환과 노인성 질환에 유효하고 심지어 협심증에도 즉효가 있다고 설명했다.

▲ 난치나이 치료실에서 부항을 이용한 치료가 한창이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낫기 어려운 암과 같은 난치병을 치료하는 난치나이치료실 풍경은 얼핏 보기엔 그저 부항을 뜨는 것 같아 남측과 다름없어 보이지만 ‘난치나이주사약’을 주사한 뒤 부항을 뜨고 다시 가벼운 마사지로 치료를 끝낸다. 물론 북에서 자체 개발한 고려약의 일종인 ‘난치나이약’ 복용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 포인트다.

보름 가량 난치나이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는 양강도 혜산에서 온 김석주(56세) 씨는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편안하고 시원하다”며 “옛날에는 100미터 만 걸어도 허리가 아팠지만 지금은 20분정도 걸어도 경쾌하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색다른 뜸 방식 선보여, 귀침혈진단기 개발중

▲ 현철 부원장이 직접 나서 진단, 치료 과정을 설명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30대에 박사가 된 고려의학과학원 현철(49세) 부원장은 남측 취재진을 반갑게 맞아 1층 복부초음파검사실, 미소순환검사실, 심장초음파검사실, 근전도검사실, 2층 컴퓨터진단연구실, 3층 침치료실, 수법치료실, 난치나이실, 뜸치료실 등을 차례로 들러본 뒤 진단과 치료과정을 직접 설명했다.

뜸 치료실에서는 뜸의 약효를 깊이 침투시키기 위한 ‘먼(원)적외선 뜸돌’을 이용한 간접 뜸과 마치 긴 담배와 같은 뜸대를 피부에 닿지 않게 태우는 ‘뜸대뜸’을 뜨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김정옥 고려의사는 “뜸대뜸은 효과는 거의 비슷하지만 흠집을 남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고려의학과학원 내 컴퓨터진단연구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 냉감을 이용한 귀침혈진단기.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컴퓨터진단연구실에서는 컴퓨터 체질감별 프로그램과 냉감 반응을 통한 귀침혈 진단체계 등이 눈에 띄었다. 현철 부원장은 귀침혈 진단체계에 대해 “귀침혈에 대한 과학적 증명은 1950,60년대 유럽에서 이미 이루어졌다”며 “감각을 객관화 하는 방법은 아직 없는데, 거의 개발을 완성해 머잖아 멋있는 침혈 진단기가 나올 것”이라고 귀띔해줬다.

현철 부원장은 “현대 의학적 기구를 통해 진단은 과학적으로 하고 치료는 고려의학적 방식으로 하고 있다”며 “전통의학의 표준화 문제가 가장 긴급한 해결 과제다”고 말했다.

또한 “사상체질과 같은 민족전통의 재부부터 과학화하고 체질 전반에 대한 포괄적 연구로 넘어간다”든가 “특히 우리나라의 고려약은 공해, 산업독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고 소개하는 등 시종 고려의학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북은 일찍이 고 김일성 주석의 교시에 따라 서양의학과 더불어 민족전통의 고려의학을 병행 발전시키는 정책을 일관되게 취해왔으며, 국가적 차원에서 고려의학을 양성해왔다. 모든 의학대학에는 고려의학 과목을 이수토록 하고 있으며, 고려의학부가 별도로 개설돼 있다.

고려의학과학원, “고려의학과 현대의학 밀접히 결합”

▲ 고려의학과학원 간부들과의 만남에서는 진지한 문답이 오갔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고려의학과학원 시설과 치료현장을 둘러본 뒤 최득룡 원장, 현철 부원장, 려경선 침구연구소 소장, 김혜련 고려약연구소 소장, 권양재 체질연구소 소장, 김일남 대외사업 과장 등 주요 간부들이 참가한 가운데 고려의학에 대한 소개 비디오 상영과 질문 답변이 이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시 권양숙 여사와 수행원들이 참관한 바 있는 고려의학과학원이 남측 언론을 상대로 이 같은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 고려의학과학원에서 현철 부원장을 만났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영상물과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1961년 2월에 창립된 고려의학과학원은 20여명의 교수와 박사급 최고급 인력을 비롯해 170명의 학위.학직 소유자들과 1천여 명의 종업원이 일하고 있으며, 연건평 2만여 평방미터에 멋스런 한옥식 건물을 자랑하며 과학연구와 고려치료봉사, 전문가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현철 부원장은 “40여 년간 고려의학을 과학화 하고 나라의 종합적인 고려치료 봉사기지로서 자기 역할과 사명을 수행해왔다”며 “침구연구소, 체질연구소, 내과연구소, 외과연구소 등 4개의 림상연구소와 두 개의 기초 및 고려약 연구소, 정보쎈터, 그밖의 후방 및 경리부분이 위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고려의학은 자기 뚜렷한 발전방향을 가지고 오늘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우수한 민족 전통의학으로 발전돼 왔다”며 “우리 고려의학 발전방향은 철저히 지난날 우리 선조들이 이룩한 전통의학을 복고주의적으로 답습하는 방향이 아니라 고려의학과 현대의학을 밀접히 결합시켜서 그야말로 세상에서 으뜸가는 전통의학으로 만들려는 발전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시점에선 신경체액설, 봉한학설은 가설”

▲ 최문석 부회장(왼쪽)이 고려의학과학원에 소정의 기념품을 전달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취재에 동행한 대한한의사협회 최문석 부회장은 최근 남측에서 부분적으로 입증되고 있는 ‘봉한학설’에 대한 북측의 연구현황과 1960년대 당시 김봉한 교수가 연구에 사용했던 염료시약에 대해 질문했다.

현철 부원장은 “김봉한 학설은 경락이라고 하는 문제를 현시점에서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고 규정하고 “봉한학설은 봉환소체를 발견했다, 구조물을 발견했다는 내용인데 그 구조물이 (전통의학이 말하는 경락의)5개의 기능을 가진 구조물이냐 하는 문제”라며 “이건 앞으로 연구가 더 심화돼서 그와 같은 기능들이 다 규명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시점에서 우리가 경락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세계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학설은 신경체액설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해 북측에서는 신경체액설을 기본으로 삼으면서 봉한학설은 아직 온전히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가설중의 하나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염료시약에 대해서는 “그저 통짜로 말하면 우리 노하우이다”며 “우리가 일정하게 학술적인 토론 마당에서는 일부 공개시킬 수 있어도 일반적인 마당에서는 어렵다”고 피해갔다.

장명.혈궁불로정, “건강식품이지 약이 아니다”

영상물에 소개된 ‘00난치나이약’, ‘00싸락’ 등의 치료약보다 남측에 더 널리 알려진 장명, 금당, 혈궁불로정 등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 단위가 직접 개발한 약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구체적으로 내용은 잘 모른다”며 “혈궁불로정이나 장명 같은 것은 건강식품이지 약이 아니다. 그보다 효과가 좋고 월등한 약도 많다”고 답했다.

최득룡 원장은 “전국에 고려약 공장들도 많고, 그러나 고려의학과학원이 나라의 전반적인 고려의학 과학연구사업, 치료보장사업, 양성사업을 보건성의 지도 밑에 다 통일적으로 지도하고 있다”며 “건강식품이니까 그렇지 고려약 부분에 제기되는 약들은 국가적인 승인 밑에서 다 우리한테서 심의를 받는다”고 확인했다. 행정적 의미에서도 장명 등은 고려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득룡 원장은 강계고려약제약공장 등 현대적인 고려약 제약공장이 착공되었다고 전하고 “고려의학의 엑스화(추출화), 표준화가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며 기존 전통의학에서의 ‘생맥탕’을 ‘생맥산’과 ‘생맥정맥주사약’으로 개발한 사례를 들기도 했다.

고려의학과학원은 또한 30여년에 걸쳐 자체로 연구 작성한 ‘경혈신경도’를 “현존 시점에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성과물의 하나”라고 큰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계속 ‘완성’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남북 힘 합치면 침구학은 세계 최고될 것”

▲ 고려의학과학원 방문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고려의학과 한의학의 남북교류에 대해서는 “북과 남이 힘을 합치면 전통의학, 특히 침구학은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며 “북과 남이 힘을 합쳐 침구학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적극적 의지를 표명하고 용어 표준화 문제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고려의학과학원 측은 동의보감 등 북측에서 번역 발간된 의학서들에 대한 남측의 ‘비법적’ 출판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아직까지 긴밀한 정기적인 교류가 없었지만 10.4선언이 발표되고 6.15공동선언도 확인된 만큼 북남이 고려의학 연구사업에 있어서 토의도 하고 때로 도와도 주면서 민족의학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의학과학원을 취재하고 나온 최문석 부회장은 “신경체액설과 경혈신경도 이론은 남측의 경락이론과 다른 학문접근으로서 새로운 학설인 것으로 보인다”며 “약침시술 뿐만 아니라 주사제를 혈맥과 근육에 직접 주사하는 방식은 남쪽의 경혈에 주사하는 약침보다 진일보한 방식이다”고 평가하고 “사상체질 분류에 대한 연구 성과가 많은 것으로 보여 남쪽의 사상체질 분류 연구 성과가 서로 결합하면 보다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교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2시간여에 걸친 취재에 정성껏 임해준 북측 관계자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벌써 어두워진 고려의학과학원을 나서며 역시 남과 북은 수천 년에 걸친 민족전통을 공유하고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으며, 10.4선언 이후 다방면에 걸친 교류가 보다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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