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백범기념관에서 KAL858기 사건 20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20년이 지나도 가족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2007년 11월 29일은 KAL858기 사건이 발생한지 20년이 되는 날이다. 20년 전 탑승객 115명은 실종되었고, 실종자뿐만 아니라 그들 가족의 삶 또한 실종되었다.”

87년 11월 29일, 중동 근로자 등 115명을 태운 KAL858기가 미얀마 안다만해 상공에서 사라졌다. 꼭 20년 전 그 때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었다.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국정원 발전위)가 이른바 ‘무지개 공작’을 통해 이 사건을 대통령선거에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밝혔지만 이 사건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29일 오후 2시 20분 서울 백범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20주기 추모제’에 참가한 피해자 가족들의 눈에서는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 KAL858 가족회 차옥정 회장은 국정원과 김현희를 겨냥해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우리 가족이 이 나라 국민인지? 우리 가족에게 왜 이러는지? 서러움과 분노가 뼈에 사무칩니다.”

‘KAL858기 사건 가족회’ 차옥정 회장의 분노의 목소리는 최근 KAL858기 사건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를 내놓은 국정원과 김현희를 겨냥했다.

차 회장은 “천인공로할 사건을 저질러놓고 사과는 커녕 희생자에 대한 예의도 모르는 국정원... 아무런 입증도 못하면서 종합보고서라니, KAL대책위와 가족회는 전면 거부한다”며 “우리 사건에 추정이란 있을 수 없다. 폭파했다는 범행대상인 KAL858기와 사랑하는 탑승자 가족들은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차 회장은 “역사의 산증인 김현희가 면담에 임하지 않았으면 스스로 사면(조건)을 파괴했으니 대법원 사형 확정대로 법의 심판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진상규명이 되는 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고 다짐했다.

▲ 묵념. 앞줄 왼쪽부터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진재영 KAL858사건 연구자, 최사묵 평화재향군인회 공동대표, 차옥정 KAL858 가족회 회장, 김병상 신부.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에 앞서 추모사에 나선 ‘KAL858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대책위’ 공동대표 김병상 신부(몬시뇰)는 “가족들에게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말이 안 나온다”며 “우리는 결코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항구하게 이 문제를 꼭 밝힘으로써 어두운 사회 한 구석에 빛을 밝히자”고 격려했다.

김 신부는 “결코 실망하고 좌절하지 말라”고 재차 강조하고 “이 일이 꼭 밝혀지고 돌아가신 모든 분들에게도 틀림없이 불빛을 밝혀준다는 희망을 가지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KAL기 사건을 해결하도록 다짐하고, 결심하고 우리의 모든 마음을 돌아가신 영렬들에게 봉헌하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진보연대 오종렬 공동대표는 “국정원과거사위를 만들 때 말석에서 참여했다”며 “고영구 전 원장이 인격이 훌륭하지만 KAL858 사건에서 한계에 부딪쳤다”고 평가했다.

오 대표는 “한국진보연대는 이 KAL기 사건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고 약속하고 “투지는 모든 병마와 좌절감을 이겨낸다”며 좌절과 울분을 경계하고 투지를 가질 것을 당부했다.

▲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가 참석해 진상규명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는 “민주노동당은 이 사건으로 돌아가신 115명의 노동자를 가슴에 담아야 한다”며, “국정원 발전위에서 제대로 되지 못한 것이 진실화해위에서 제대로 돼야 한다”고 말하고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과거사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을 면담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표는 “우리 당원들도 이 사건을 잘 모르고 있다”며 “우리 당의 제일 중요한 회의인 최고위원회에 올려서 민주노동당이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이도록 하겠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천주교인권위 김덕진 사무국장은 경과보고를 통해 진실화해위원회에서 KAL858기 사건 조사를 위해 해외출장이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며, 지난 11월 6일 KAL858 가족회와 대책위가 진실화해위원회의 송기인 위원장과 김갑배 상임위원 등과 면담한 자리에 국정원발전위 보다 강도 높고 폭넓은 조사를 촉구해 확답을 받았다고 전했다.

▲ 민족춤패 출이 영령들의 원혼을 달래는 추모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최광기 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20주기 추모제는 민중가수 박준 씨와 민족춤패 출의 추모공연이 펼쳐졌으며, 일부 가족들은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가족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80여명은 마지막으로 헌화하며 고인들의 넋을 달래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날 추모제는 20년의 세월을 말해주듯 성장한 실종자 자녀들도 가족단위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참가자들은 KAL858 대책위 공동대표인 변연식 천주교인권위원장이 낭독한 성명서를 통해 "20년은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하나 둘 보고 싶은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눈도 감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된 재조사와 진실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20년간 국가기관이 실종자 가족들에게 자행한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낱낱이 밝혀지고 사죄해야 한다"며 "KAL858기 가족회와 시민대책위는 KAL858기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울 것이다"고 천명했다.

▲ 추모제에는 피해자 가족 2세들의 참가가 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 사고로 동생 정길복(당시 31세) 씨를 잃은 정길두(71세) 씨는 이날 추모제에 참석하기 위해 목포에서 새벽열차를 타고 올라왔다며 "얘들을 바라볼 때마다 지 아버지 생각이 나고 나도 동생이 있었으면 하는 비애감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가시지 않은 슬픔을 토로했다.

정 씨는 동생의 자녀인 당시 5살 3살바기 조카들을 한집에서 어엿하게 키워 모두 대학에 진학시키기도 했다.

정 씨는 "10만원만 도둑질해도 절도죄가 되고 한대만 때려도 폭행죄가 되는데 김현희는 국익을 위해 살려둔다 하는데 호의호식한 것 외에 무엇을 했느냐"고 분노를 터트리고 "유명무실하게 넘길 게 아니라 확실하게 진상을 밝혀야, 만약 죽었다면 영혼들에게 안식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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