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일보 다시보기’ 연재를 시작하며

민족일보는 1961년 2월 13일부터 5월 19일까지 지령 92호의 짧은 삶을 살았다. 단명(短命)했지만 민족일보는 당시 저 유명한 ‘양단된 조국의 통일을 절규하는 신문’ 등 4대 사시(社是)를 내걸고 사월혁명 직후 “한국사회의 새로운 발전과 모색을 대변하는 신문”으로서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다.

통일뉴스가 민족일보의 얼을 이어받고 특히 ‘민족일보 다시보기’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통일뉴스의 창간 정신이 민족일보의 그것과 대동소이하며, 다른 하나는 양사의 최대 관심인 통일문제와 관련해 민족일보가 활동했던 사월혁명 후 한국상황과 통일뉴스가 활동하고 있는 6.15공동선언 이후 현재의 그것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족일보를 널리 알리는 일은 역사를 두 번 겪는 이로움을 줄 것이다.

‘민족일보 다시보기’ 란에는 민족일보에 실린 여러 가지 내용이 게재될 것이다. 사설, 논단을 비롯해 인터뷰, 기획연재, 세계의 동향 그리고 생생한 사회면 기사들이 매주 한두 편씩 실릴 것이다. 게재 방식은 첫째 원본을 싣고, 둘째 그 원본을 현실에 맞게 수정해 싣고, 셋째 가능한 경우 해설을 덧붙일 것이다. 특히 이 작업을 주도하는 경희대학교 총민주동문회에 감사드린다. / 편집자 주 

잃어버린 혁명 (1)

까맣게 잊어진 「도시락」정책
=구내식당에선 「비프」자르는 소리만=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어


0...『모든 관리들은 도시락을 먹어라!』고 호통쳤던 도시락 정책은 반년도 채 못돼서 새까맣게 잊혀지고 말았다.
작년 팔월이십삼일에 구성된 혁명내각은 그 당장에 첫국무회의를 열고 맨 먼저 국민 앞에 침발림의 선물을 던졌던 것이다.
그로부터 5개월이 조금넘은 지난 2월 10일의 낮 12시-정부의 본영인 중앙청내의 도시락 채점을 해 보았다.

0... 열두시 「싸이렌」이 울리기가 무섭게 관리들은 서류를 집어던지고 복도에서 기다리던 외래객들과 어울려서 중앙청 뒷문으로 터져나갔다. 맨 아래층 국무총리비서실 (응접·경제·공보 총무·민원) 다섯 방과 총무과에 들끓던 손님들과 관리들은 「싸이렌」을 신호로 싹 가시기 시작했고 20분경에는 방지키는 사람 한 둘이 자기가 나갈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시락이란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는 형편으로 에누리 없는 「제로」점...
2층의 국무총리비서실에는 점심조차 잃은 4·50명의 손님들이 총리면회의 차례를 기다리고 「장」총리도 제시간에 점심생각을 못할 정도로 바쁘고...
3층의 국무원 사무처장실과 무임소장관 방 두개와 법제국 제 1과에도 손님과 관리들이 어울려있을 뿐 여기에도 도시락 찾기에는 별 따기보다 힘들 지경이었다.
4층의 보도, 선전, 출판과의 어느 한방은 도둑이 들어서 다 집어가도 모를 형편으로 아주 깨끗하다.

0..그러니 구내식당은 30개의 식탁위에서「비프」를 자르는「포크」소리가 요란스러웠다.

(사진=사동만 혼자 남아 도시락을 먹고 있을 뿐 텅빈 이날의 중앙청 모과)   /  1961.2.13 3면  

▲ 잃어버린 革命 (1) [민족일보 기사 이미지]
0...『모든 관리들은 도시락을 먹어라!』고 호통쳤던 도시락 정책은 반년도 채 못돼서 새까맣게 잊혀지고 말았다
작년 八월二十三일에 구성된 혁명내각은 그당장에 첫국무회의를 열고 맨먼저 국민앞에 침발림의 선물을 던졌던것이다
그로부터 五개월이조금넘은 지난 二월十일의 낮十二시-정부의본영인 중앙청내의 도시락 채점을 해 보았다

0... 열두시 「싸이렌」이 울리기가 무섭게관리들은 서류를 집어던지고 복도에서 기다리던 외래객들과 어울려서 중앙청 뒷문으로터져나갔다 맨아래층 국무총리비서실(응접·경제·공보 총무·민원)다섯방과 총무과에 들끓던 손님들과 관리 들은 「싸이렌」을 신호로 싹 가시기 시작했고 二十분경에는 방 지키는 사람 한둘이 자기가 나갈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시락이란 그림자조차찾아볼수없는 형편으로 에누리 없는 「제로」점...
二층의 국무총리비서실에는점심조차 잃은 四·五十명의 손님들이 총리면회의 차례를 기다리고 「장」총리도제시간에 점심생각을 못할정도로 바쁘고...
三층의 국무원 사무처장실과무임소장관방 두개와법제국 제一과에도 손님과관리들이 어울려있을뿐여기에도도시락 찾기에는별따기보다힘들지경이었다
四층의 보도, 선전, 출판과의어느 한방은 도둑이들어서 다집어가도 모를 형편으로 아주 깨끗하다

0..그러니 구내식당은 三十개의 식탁위에서「비프」를 자르는「포크」소리가 요란스러웠다

(사진=사동만 혼자 남아 도시락을 먹고 있을 뿐 텅빈 이날의 중앙청 모과)

/민족일보 1961.2.13. 3면
/정리 - 통일뉴스.경희총민주동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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