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2.19 한국 대선을 앞두고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어 주목된다.

기로에 접어든 북핵 문제를 비롯, 북미관계정상화,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한반도 평화체체 구축 등 메가톤급 이슈들이 한국의 차기정부에서 정리될 가능성이 높아 미국으로선 한국 차기 정부의 향배에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과거 한국 대선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내 반미감정 자극을 우려, 미 정부측이 오해를 살 만한 소지가 있는 언동은 극도로 삼가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가급적 공식 직책을 가진 정부측 인사의 한국 방문은 드물고 학계나 연구소, 지한파 한국 전문가들의 방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표면적으론 조용하지만 내부적으론 적극적인 정보 수집을 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 정확한 분위기다.

◇ 지한파 인사들 방한 러시 = 현재 한국을 방문중인 인사는 워싱턴의 대표적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한반도담당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이다.

한 관계자는 "클링너는 지난 3일 출국해 일본을 거쳐 한국을 방문중"이라면서 "한국 대선 주자들의 면면과 한국 대선판도를 청취하고 주말쯤 귀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 앞서 주한 미대사를 지낸 도널드 그레그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이 지난 5-10일 한국을 방문하고 귀국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지난 1973∼75년 중앙정보국(CIA) 직원으로 한국 근무를 한 '한국통'이고, 클링너 연구원은 한국에서 근무한 적은 없지만 CIA 출신의 정보통이다.

여기에다 1차 북핵위기 당시 미국측 협상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무부 차관보를 비롯, 국제관계센터(IRC)의 존 페퍼 국제문제담당 국장, 미 의회 관계자들도 이미 방한했거나 조만간 방한할 예정이다.

특히 조지타운대학 학장으로 있는 갈루치는 오는 15일 한국 대선과 북핵 등과 관련한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소식통은 "한국 대선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하는 미국 전문가들은 줄잡아 20여명은 될 것"이라며 "정부측을 제외하고 학계나 대기업 연구소 관계자들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늘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진보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동아시아정책연구센타(CNAPS) 책임자인 리처드 부시 박사는 인터뷰에서 "한국의 대선 결과를 속단할 수는 없다"며 "한국여론은 요동치는 경향이 있고 현재와 같은 싸움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 美, 한국 대선의 최대 관심사는 = 한국 전문가들 방한의 최대 목적은 한국 대선에서 과연 누가 최종 승리자가 될 것이냐에 모아진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한국정치의 역동성을 감안할 때 선거가 끝날 때까지 판도를 점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일단 양국간 주요현안에 대한 대선 후보의 입장을 파악하고, 한국의 대선판을 좀더 정확하게 예측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들 전문가는 특히 BBK사건의 핵심주모자 김경준씨 인도가 한국 대선에 미칠 파장,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미국관련 대선공약 비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무소속 출마 파괴력 등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한국내 보수 및 진보세력의 동향, 범여권세력의 통합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은밀한 동향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레그 전 대사 등 방한 인사들이 한나라당과 통합신당 등 주요 대선 주자측과 잇단 면담을 가진 것도 이런 목적의 일환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 美 한국 차기정부와 관계설정 부심 = 미국은 이들 전문가들의 정보 수집과 자체 동향파악 등을 토대로 한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 새로운 관계설정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국무부와 CIA 등 관계기관들은 유력후보들의 철학과 대미-북미관, 안보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에 대한 입장을 파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처럼 한국 대선 동향파악에 주력하는 것은 지난 2002년 한국의 대선 때 한국내 정세 흐름을 안일하게 판단, 선거 결과 예측에 실패해 대한(對韓) 정책에 차질을 빚었다는 자성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요 연구소들도 한국 차기정부와 관계설정에 주목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 초기 대북 특사를 지낸 잭 프리처드가 소장으로 있는 한미경제연구소(KEI)는 한국 대선이 끝난 이틀후인 내달 21일 한국 대선 결과를 비롯,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 남북간 대화, 북핵 협상 등을 주제로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또 대표적 보수 강경파인 미 기업연구소(AEI)의 니컬러스 에버슈타트 연구원은 오는 28일, 미 외교협회(CFR)의 개리 새모어 부회장은 29일 각각 북핵 등과 관련한 토론회를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코리아 소사이어티와 아시아 소사이어티는 내달 7일 한국 대선과 한미관계 등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할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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