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중(에다가와조선학교지원모금 공동집행위원장)

 

커서 조선학교 선생님이 되겠다는 아이들도 있지만 조선학교에 아이를 보내겠다는 부모들도 생기고 있다. 있을 법한 일이다. 대안학교로서도 조선학교는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선생님들 사랑 속에 고마움과 예절도 알고, 민족과 통일도 생각할 줄 알고, 또 모든 것을 혼자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 하는 환경에서 남을 생각할 줄 아는 넉넉한 인격을 갖춘 아이가 될 수도 있으니. 게다가 일본말도 익히고, 재일조선인과 일본인 친구도 생길 테니 초등학교나 중학교, 또는 일이 년 정도 조선학교에 유학 보내겠다는 생각은 매력적인 발상일 수 있다. 몇 가지 제약들이 해결된다면.

이 생각이 미국이나 구소련지역 등의 재외동포들에 미치면 조선학교의 가치와 매력은 더욱 뚜렷해진다. 60년 재일조선인들의 피와 땀으로 일궈낸 조선학교는 세계 속의 국제학교로도 빛을 발휘할 충분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또 이런 교류는 조선학교와 재일조선인사회를 풍부하게 만들 것이다.

조선학교는 벌써 10만 명을 배출했다. 단장, 부단장을 비롯하여 민단에도 조선학교 출신이 꽤 많다. 조선학교가 없었으면 지금 민단이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 농담만은 아니다. 남쪽과의 업무 및 교류에 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같은 흐름으로 일본에 진출한 한국회사나 관광 등 한국을 상대로 한 일본기업에도 조선학교 졸업자들이 점차 진출하고 있다. 또한 그리 멀지 않은 조일국교정상화, 그리고 남북간의 교류 확대 및 통일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동북아시아 시대를 시야에 두면 조선학교를 둘러싼 새로운 환경이 서서히 조성되고 있음은 누구나 짐작하고 있다. 조선학교는 매력을 지닌 학교이다.

일본 위정자들은 조선학교를 어떻게 볼까?
45년 일본 패전 후 60만의 재일조선인이 일본 땅에 남게 되었다.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다 쫓아내고 싶지만 과거의 역사가 존재하고, 세계의 이목이 존재하니 강제퇴거란 불가능하다. 눈의 가시이고, 어차피 일본 땅에 남아 살게 된다면 가능한 약화시켜 결국은 소멸시켜야 한다.

세계는 동서냉전구도로 지각이 변동하고, 남북은 경쟁대립하고, 재일조선인사회도 둘로 나뉘어 골이 패이게 되었다. 재일조선인의 약화 소멸이 일본이 바라는 목표라면 하나로 뭉쳐 있는 것보다는 갈라져 있는 것이 좋다.

그 동안의 차별과 동화정책으로 그 한쪽은 서서히 동화되어 갔다. 먹고 살기 위해, 먹고 사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조국 민족과의 끈은 세대가 변하면서 점차 약해지고 부정되었고, 이는 어느새 자신을 약화시키고 부정하게 만들었다. 그 사람들이 뭉쳐 힘이 될 리는 만무하다. 자 이제는 남은 한쪽을 다루면 된다.

2000년 경 일본에 있을 때, 한류 붐이 일기 시작할 때, 이제 남은 한 쪽에 대한 일본의 노골적인 공격이 표면화될 것이고, 이를 방어할 무기가 필요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재일조선인사회가 통합 유지되는 근간은 조선학교이다. 그리고 <북조선(조국) - 총련 - 재일조선인/조선학교>의 삼위일체 구도가 그 핵심이다. 당연히 그 고리를 공격할 것이다. 그 공격이 눈앞에 놓인 듯이 보였다. 게다가 조일국교정상화를 염두에 둔다면.

안팎의 어려움이 가중되어 있다. 조선학교가 처한 어려운 현실을 진단하고, 그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나, 남쪽은 아직 그 주체의 일원이 될 수 없다. 책임은 있으나 자격이 없다. 먼저 알고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60년 재일조선인의 삶과 역사와 정신을 이해하고 우리의 부끄러움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 토대 위에 자격이 생길 것이다. 그 토대는 너무 빈약하다. 알리고 아는 것이 우리의 첫째 과제임이 분명하다.

이를 위해서 먼저 조선학교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말했다.
우리가 조선학교의 가치에 눈이 뜨고 이것이 관심과 애정으로 발전하고, 나아가 우리사회가 조선학교와 재일조선인에 적극적으로 접근,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려 한다면, 즉 자격을 얻고자 한다면 다음 사항에 대한 이해가 절대 필요할 것이다.

조선학교를 만들고 지키기 위해 총련이 얼마나 노력했는가? 또한 현재와 앞으로 조선학교를 유지하는데 총련이 얼마나 중요한가? 그리고 정신적 지주로서의 북쪽 정부의 중요성과 그동안 남쪽 정부의 역할과 정책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정확한 이해와 인식이 그것이다. 연재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달리 요약하면 60여년 그들이 쏟은 총량과 지금 가능한 우리의 힘에 대한 비교인식이다.

현 조선학교를 운영하는데 대략 년 50억 엔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 정부의 민단지원금은 10억엔 정도이다. 현실가능성 문제를 접어두고 이 정부예산을 2배로 하여 조선학교에 10억을 지원한다고 가정해도 짐작이 될 것이다. 정부가 아닌 한국시민사회를 생각할 수 있으나, 우토로 문제로 몇 년을 애써 한국시민사회가 모금한 금액은 5천만엔 정도이다.

50억엔을 60년간 마련하면서 조선학교가 유지되고 있다. 북쪽 정부는 57년 처음 2억엔을 지원, 점차 늘어 75년에는 한 해 37억엔으로 최고였으며 이후 다시 줄어 최근엔 2억 엔 대로 그 동안 400억엔을 지원했다. 모두 부정확한 수치이나 대략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한국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오히려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고 싶다.

조선학교와 재일조선인을 알리는 일들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안팎의 어려움이 제반 요인들의 변화와 함께 맞물려 그 보물들이, 그 소중한 자산들이 하나 둘씩 통폐합되어 사라지는 안타까운 현실을 어찌 가만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아직 한국사회를 움직이고 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기반들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이해, 여기서 나오는 겸손과 신중함으로 현 단계에서 한국사회가 가능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은 시작되어야 한다.

<에다가와 조선학교>모금운동, <우리학교>상영 운동, 조선학교 지원교류모임인 <뜨겁습니다>의 활동 및 부산지역의 교류활동 등 최근 조선학교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뜨겁게 반가운 일이나 사랑과 열정과 함께 우리들이 지닌 지식과 인식의 깊이에 대한 성찰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2007남북공동선언 제8항에 “남과 북은 국제무대에서 민족의 이익과 해외 동포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에 대한 재일조선인들의 뜨거운 환호를 전하면서 하루라도 빠른 시일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강조한다.

많이 부족하나 앞을 생각하며 연재를 마친다.
조선학교와 재일조선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흔쾌히 원고를 써 보내주신 일본 쪽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아무 답례도 없음이 그 애정과 열정의 깊이를 더해 주었을 것이다. 조금은 딱딱한 글들을 읽어주신 독자 분들에게 애정을 전하고 싶다. 사랑하자고. ‘4편을 읽고 형언하기 어려운 깊은 감동을 받았다’는 댓글을 줄곧 힘이 되었고, 앞으로도 힘이 될 것이다. 공동연재라는 형식을 흔쾌히 받아 지면을 할애해 준 <민중의 소리>와 <통일뉴스>에 다시금 그 진정성을 느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조선학교와 재일조선인은 정의이고 진보이다. 편함이 아닌 어려움을 선택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