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에서 내년부터 백두산에 갈 수 있게 되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 달 30일 4박5일 일정으로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3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와 백두산관광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했다. 현대그룹과 아태의 합의문에 따르면 백두산관광은 내년 5월부터, 개성관광은 오는 12월 초부터 가능하게 된다. 아울러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1639m)도 오를 수 있게 되었다. 현대그룹이 1998년 11월 대북 사업의 첫 걸음인 금강산관광 사업을 시작한지 9년 만에 백두산, 개성 관광을 실현한 게 된다. 특히 현정은 회장은 이번 방북 중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접견함으로서 ‘정주영→정몽헌→현정은’으로 이어지는 현대가(家)와 북측과의 인연과 신뢰관계를 재확인하는 쾌거를 이뤘다.

다 알다시피 백두산은 ‘민족의 성산’이다. 북측에서는 ‘혁명의 성산’이라고도 한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2시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에 천지가 있고 으뜸 봉우리인 장군봉이 있고 백두산 온천도 있다. 백두산에 가기 전에 들르는 큰 연못인 삼지연도 일품이고 이른바 백두산 ‘밀영’도 있다. 그런데도 남측에서는 그간 백두산을 창바이산(長白山)이라고 불리운 중국 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백두산 관광은 2005년 7월 현대아산이 같은 해 2차례 이상 실시하기로 북측과 합의했었지만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의 퇴출로 인한 북측과의 마찰로 인해 공중에 떠 있었다. 자료에 의하면 중국 쪽에서 백두산을 2005년에 50만명이 그리고 작년에는 70만명이 관광했다고 한다. 이제 백두산 직항로가 열리게 된 만큼 민족의 고향인 백두산은 남측 국민들에게 지척에 놓이게 된다.

개성관광 역시 백두산관광 못지않다. 개성은 고려의 수도였다. 만월대와 선죽교, 고려왕릉, 성균관, 박연폭포 등 다양한 유적지가 있다. 백두산이 민족의 성산이라면 개성은 민족의 조상터 중에 하나다. 당초 개성관광은 2003년 개성공단 착공식에 맞춰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관광요금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어오다가, 2005년 10월 북측 아태가 2000년 8월 현대그룹과 맺었던 7대 경협사업 독점권 계약 등 합의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면서 아태와 현대 사이에 난기류가 형성되면서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개성지역에는 공단이 세워지고 또 불교 측이나 특별한 경우에 한해 성지순례나 관광이 이뤄지고 있었다. 개성은 특히 서울에서 차량으로 한 시간 반 정도밖에 걸리지 않기에 천혜의 관광지라 할 만하다. 개성에 가 고려의 옛터를 찾는 일은 우리 역사의 반쪽을 되찾는 일이다.

이처럼 현대그룹과 북측의 아태가 남북 직항로를 이용한 백두산관광과 개성관광에 합의한 것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발표된 10.4선언 이행의지의 첫 결실이다. 10.4선언 이행에 청신호가 켜졌다. 더 나아가 금강산에 이어 백두산, 개성관광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종합적으로 북한을 더 잘 이해하고 통일의 길로 성큼 다가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통일이란 전쟁이나 이념 대결이 아니라 이처럼 서로 다른 체제를 인정하고 방문(나중에는 상호방문)을 통해서도 가능할 수 있다. 남북이 자주 접하다 보면 그게 평화가 되고 통일의 길이 되는 것이다. 민족의 성산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굽어 보고 또 개성 만월대를 찾는다는 것은 관광 이상의 그 무엇이다. '하나의 민족'을 찾는 일이자 한민족의 기상을 살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모두 민족과 역사를 찾는 백두산과 개성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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