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기 (한국민권연구소 경제과학분과 상임연구원)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부설 한국민권연구소에서 '2007 남북정상선언' 경제협력 관련 연재를 보내왔다/편집자주.

1. 산유국의 꿈 : 서해유전
2.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는 무엇인가
3. 한강하구를 통해 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의 의미
4. 해주항과 서해를 활용하는 평화협력특별지대
5. 새롭게 주목받는 개성공단
6. 남북경제협력의 활성화 : 투자장려와 우대조건
7. 경제하부구조 건설이 남북 경제에 미치는 의의
8. 철도와 도로 연결의 경제적 효과
9. 대륙으로 나아가는 경의선 열차 : 올림픽응원단
10. 조선협력지구 발전의 전망
11. 백두산 관광의 효용가치
12. 상부상조의 새로운 원칙 : 자연재해 협력
13. 농업, 보건, 환경 등 다양한 협력사업 진행
14. 남북 과학기술 교류사업 전망
15.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의 전망


10.4 남북공동선언의 다채로운 합의 가운데 주목되는 문구가 있다. 그것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이다.

10.4 공동선언은 제5항에서

“남과 북은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라고 합의한 것이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란 무엇일까.

NLL의 경제적 해결?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이하 <서해지대>)에 대해 정치적 현안인 북방한계선(NLL)을 경제적으로 해결한 방안이라고 주장하였다.

남측대표단이 이처럼 <서해지대>를 북방한계선의 경제적 해결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상회담에서 이 <지대>에 대해 다양한 경제적 현안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경제적 합의가 북방한계선의 무력화를 불러올 수 있다. 해주와 주변해역은 북방한계선이 문제가 되어 온 지역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 지역에서 공동어로를 하게 되면 남북한 어선들은 NLL의 구속을 받지 않게 된다. 민간선박이 해주직항로를 통과한다는 것 역시 남북한상선들이 NLL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것으로 NLL의 구속에서 자유로워진다. 평화수역 설정으로 가면 남북한의 군함들 역시 NLL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결국 10.4선언으로 인해 NLL은 존재하기는 하되 군함, 상선, 어선에 대해서도 아무런 구속력을 가질 수 없는 무기력한 선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이번 10.4 남북공동선언은 <서해지대>의 원만한 이행을 위해

“남과 북은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과 각종 협력사업에 대한 군사적 보장조치 문제 등 군사적 신뢰구축조치를 협의하기 위하여 남측 국방부 장관과 북측 인민무력부 부장간 회담을 금년 11월중에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하였다.”고 합의하였다.

이 부분에서 각종협력사업에 대한 군사적 보장조치를 논의한다고 하니 <서해지대>를 NLL이 경제적 해결이라고 하는 것이 전혀 틀린 주장은 아니다.

남북협력사업의 전면화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서해지대>를 전면적으로 해석하지 못한다. NLL의 경제적 해결을 인정하더라도 경제특구 건설은 그 범주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서해지대>는 그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평화”와 “협력”을 위한 것이다. 이 경우 <서해지대>는 종래 북한당국이 추진하던 <경제특구>보다 더욱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한다. 지금까지 북한이 내세운 경제특구로는 “나진선봉무역지대”, “신의주특구”, “개성공업지구”등이 있다. 이들은 대체로 1-2개 군면적의 영역을 포괄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이번 <서해지대>는 그 영역이 서쪽의 장산곶에서 동쪽의 한강(임진강)하구에 이르는 황해도 남부해역 전체를 포괄하며 해주시와 개성시를 포함하고 있다. 다시말해 북한측 2개의 시와 8개 군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영역이다.

또한 <서해지대>는 북한의 영역에 한정되어 지정되었던 “특구”의 개념을 더욱 확대적용한 것이다. 바로 한국의 서해 5도가 <서해지대>에 포함됨으로 인해 <서해지대>는 남북한이 관리하던 지역을 공동으로 협력하는 지역이 되었다. 이 역시 <서해지대>의 중요한 의미이다.

북한은 과거 남북협력지구를 설정할 때마다 군사적으로 커다란 양보조치를 취해왔다. 지난 금강산 관광지구사업 당시에는 동부전선 지역에 다양한 군사관계시설을 “금강산 관광”에 양보하는 조치를 취하였으며 개성공단 건설사업에서는 서부전선 지역의 군사시설을 양보하였다. 하지만 이번에 합의한 <서해지대>는 그 영역이 훨씬 포괄적으로 됨에 따라 북한당국의 군사적 양보의 폭도 더욱 넓어졌다.

동아일보는 해주항은 북한 해군의 전진기지로 어뢰정과 유도탄정 등 수십 척의 소형 함정을 비롯해 북한 서해함대사령부 전력의 60%가량이 배치돼 있다고 주장하였다. 북한의 서해함대사령부는 남포에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해주에 전체 전력의 60%가 존재한다는 동아일보의 주장에는 논리적 모순이 있지만 그래도 해주항이 북한의 군사적 요충지라는 점은 사실로 보인다.

해주-개성-금강산을 잇게되면 과거 전선의 서부와 동부를 아우르는 대규모 협력지대가 탄생하게 된다. 이것은 한반도 전반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광범위한 지역에서 추진되는 남북협력사업은 그 사업의 규모가 종래의 금강산 관광사업이나 개성공단에 머무르지 않고 얼마든지 확대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번 공동선언문에 명기된 협력사업을 보더라도 공동어로, 경제특구 건설,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 다양한 협력사업을 열거하고 있다.

해주지역의 경제특구 건설 논의가 그 중 하나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형곤 연구위원은 ‘남북정상회담 경제분야 합의사항 이행전망과 과제’ 토론회에서 개성권역의 20-44세 노동가능인력은 14만명 정도이나 해주권역은 24-28만명에 이르고 있어 100-200만평 규모의 산업단지 개발도 가능다고 한다. 그는 해주의 산업입지 충족 여건에 대해 “해주는 북한 최대의 곡창지역이자 대표적인 수산기지이고, 광진공이 정촌 흑연광산 개발과 서해공동어로 수역 설정시 수산협력이 가능”하며 “용수, 교통, 배후시장, 노동력 공급조건 등 산업입지 여건도 비교적 양호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해주권역에는 흑연광산(연안군), 석회석 탄광(신원군), 몰리브덴 광산(옹진군) 등도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다시말해 광범위한 <서해지대>의 개발은 곧 남북협력사업의 전면화를 구현하는 것이 된다.

떠오르는 민족연합군의 개념

나아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의 의미를 잘 생각해보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평화”와 “협력”이 바로 그것이다. “평화”는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라가 제국주의적 속성이 아닌 한 군대의 제1 임무는 바로 “평화”를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서해지대>에서는 “평화”를 “협력”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는 군사력의 협의협상, 나아가 협력이 없이는 생각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렇기에 10.4 공동선언에서는 군사적 보장조치의 논의를 위한 11월중 국방장관과 인민무력부 부장간의 회담을 명기하고 있는 것이다. “평화협력”에는 군사적 논의가 당연히 포함된다는 남북정상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그렇다면 <서해지대>에서 군사적 논의는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바로 “평화수역”이다. 10.4 공동선언은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을 11월 국방장관급 회담의 의제로 정해놓고 있다.

평화수역에서 남북한의 군대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평화를 협력한다”는 개념에서 보면 <서해지대>에 대한 공동의 관리, 감독을 생각할 수 있다. 이를테면 <서해지대> 해역의 경계근무를 남북한 군함이 함께 수행한다던지 NLL 부근 수역에서 불법어로행위를 하는 중국어선을 남북한 군함이 함께 단속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바로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이다.

이러한 구상은 곧 민족의 해역을 남북한이 힘을 합쳐 공동으로 관리하는 것으로써 <민족연합군>의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적어도 <서해지대>에서 남과 북은 총부리를 겨누는 대상이 아니라 공동경비를 위해 상호협력하는 동반자의 관계로 정립되는 것이다. 이것은 향후 통일조국의 <국방>문제를 해결하는 시범선례가 될 수 있다. 북한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 또는 한국에서 주장하는 연합제 아래에서도 남북의 군대는 서로 동떨어진 채 독립된 작전체계를 갖는 데서 한발 나아가 <서해지대>와 같은 <민족연합방위>를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해지대>는 <민족연합군>의 시발점의 역할을 전면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물론 정부측 시각처럼 경제협력으로 NLL을 은근슬쩍 무력화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으로는 남북은 <서해지대>를 통해 외세에 의해 인위적으로 그어진 NLL을 남북군사당국간 회담에서 진지하게 논의하여 민족의 분단문제를 <연합방위>의 개념으로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가운데 NLL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국방의 영역에서 <조국통일>의 첫 삽을 뜨는 공정이 된다.

남북은 새로운 틀에서 <공동방위>에 나서야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10월 17일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내에 조성되는 공동어로수역 구역과 관련, 서해 북방한계선(NLL) 기준으로 등거리ㆍ등면적 원칙을 고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하였다.

각종 보수단체들이 이를 두고 상식이하의 발언을 표출하고 있는데 이것은 당연한 발언이다. 왜냐하면 무엇보다도 NLL은 외세에 의해 일방적으로 ‘선포’된 선이기 때문이다. 남북한의 해역은 우리민족의 해역이다. 우리민족의 해역문제를 논의하는데 외세가 그은 선은 결코 기준이 될 수 없다. 남북 군사당국의 합의에서 도출되는 공동어로, 평화수역이 설사 NLL 이남과 이북을 포괄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남북당국의 실무적 상황에 대한 고려의 결과이지 NLL을 고려한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국방부는 여전히 NLL 기준 등거리ㆍ등면적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려를 낳고 있다. <민족연합군>의 모체가 탄생할 역사적 순간에 한국의 국방을 책임진다는 부처에서 미국의 선을 기준으로 공동경비를 하자고 주장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어쩌면 이들은 남북통일도 미국이 정한 기준대로 하자고 우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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