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3자회담은 부시 구상" 對 "부시, 참가자수 밝힌 적 없어"
"비핵화-경협 느슨한 형태로 연계돼야".."비핵화가 경협 전제조건인지 불분명"

주미 한국대사관과 미 조지워싱턴대학이 11일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와 의미를 조망하기 위해 개최한 세미나에선 이번 정상회담를 바라보는 한미 양국의 현저한 시각차가 그대로 드러났다.

특별수행원으로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참석했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주제발표와 토론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 핵문제 해결이 서로 보완관계임이 입증됐다며 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이 동북아지역에서 미국의 이익과도 일치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미국측 참석자들은 6자회담에서 합의한 북한 비핵화 약속이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남북경협을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6자회담 합의 이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종전선언 당사국 정상회담 논란 = 정 전 장관은 남북 정상이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하고 직접 관련당사국들간에 이 문제를 논의키로 합의한 사실을 언급, 북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돼야 한반도에 효과적인 평화체제가 구축될 수 있다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이 북한 핵문제 해결과정과 조화를 이루며 추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리 하딩 조지워싱턴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한국전쟁 종전선언 당사국 정상회담의 참가국이 3자 또는 4자로 합의됐고, 3자 회담이 될 경우 미국과 북한이외에 한국이 참여할 지, 중국이 참여할 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3자회담은 조지 부시 대통령의 구상으로, 3자는 남북한과 미국을 의미한다"면서 "작년 하노이 한미정상회담과 올해 시드니 한미정상회담에서 3자가 한반도 전쟁종료를 공식 선언하는 게 좋겠다면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이를 강력히 전달해달라고 주문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한반도 종전선언 정상회담의 참가자수가 3자 혹은 4자로 명시된 데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4자를 주장했으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제외한 남북한과 미국을 요구해 3자 혹은 4자로 명시했다고 설명해왔다.

그는 또 지난 1996년 김영삼 대통령과 빌 클린턴 대통령이 4자회담을 제안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96년부터 한미간에는 한반도 평화구축문제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협의해야 한다는 양해가 성립돼 있다고 부연하며 "종전선언은 3자가 할 수 있지만 평화협정 체결, 평화체제 전환을 위해선 4자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미나를 지켜보던 모린 코맥 미 국무부 한국 부과장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확인한 결과 부시 대통령은 한반도 종전선언 참가자수에 대해선 결정하지도, 언급한 적도 없다"고 정 전 장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자 정 전 장관도 "미국 정부의 입장이 그렇다면 존중해야 한다"면서 "한미.남북관계를 오랫동안 다뤄오면서 부시 대통령이 2번씩이나 한반도 종전선언 의지를 강조해 종전선언과 관련해 3자가 만나자는 것으로 해석했고 북한도 그렇게 보고 종전선언만큼은 3자가 하는 것으로 이해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해명, 객관적 사실이 아닌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비핵화-남북경협 관계 놓고도 입장 엇갈려 = 세미나에선 남북경협과 군사협력이 북한 비핵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를 놓고도 양측의 견해차가 뚜렷이 드러났다.

정 전 장관은 남북한간에 긴장을 완화하고 군사적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한반도 통일뿐만아니라 한국 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면서 두 정상은 남북간 군사문제를 군사적 관점 뿐만아니라 경제협력적 관점에서 다루기로 한 것이라며 서해평화지대 구상 등 남북간 경제협력 합의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하딩 교수는 북한 비핵화가 경제협력의 전제조건인지 여부가 불분명할 뿐만아니라 북한이 10.3합의에서 합의한 대로 핵 불능화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막대한 경제협력을 추진할 경우 북핵 6자회담의 효과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남북간 군사적 신뢰조치에 대해서도 북한의 이행에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정 전 장관은 "6자회담에서 북한은 올연말까지 핵시설을 불능화하기로 한 반면에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는 12월이나 내년 1월 이후 열리게 되므로 불능화 이전에 경협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비핵화와 경협이 별개로 병행되기 보다는 느슨한 형태로 연계돼 진행되는 게 남북관계에 대한 국제적 지지와 협조를 끌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또 남북경협이 북한에서 개혁.개방에 대한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남북경협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개방과 개혁을 촉진시키고 중국과 베트남처럼 사회문화 차원의 개방과 개혁, 정치적 변화까지 끌어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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