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남북정상회담 첫날, 평양시 백화원초대소에서 권양숙여사는 북측 여성계 인사 초청 환담이 열렸다. 환담에 앞서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권양숙 여사.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평양을 방문 중인 권양숙 여사는 2일 오후 3시,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서 박순희 조선민주여성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장, 류미영 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회 위원장 등 북측 여성 지도자 11명을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권 여사는 “이번 방문이 정상 두 분에게 의미 있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방문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우리 모임도 방문 성과에 작은 도움이나마 됐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권 여사는 또 “서울을 떠나서 평양에 오는 동안 추수를 하기 전 들녘을 보면서 서울과 평양이 다르지 않고 참으로 가깝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환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북측 여성 지도자 대표인 박순희 위원장은 권 여사에게 “여러분들과 마주앉아 보니 시집을 갔다 오랜만에 만난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집안에 경사가 생겨서 한 집안이 모여 앉아 있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통일의 마음을 안고 좋은 계절에 평양을 방문한 권 여사와 남측의 여러 여성 인사들과 만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북남 수뇌상봉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권 여사를 열렬히 환영하면서 전체 북녘 여성들의 따뜻한 동포애적인 인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당초 40여분 가량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25분 가량 더 길어져 오후 4시7분에 끝났다. 간담회가 끝난 뒤 권 여사와 참석자들은 접견실 옆 대기실에서 총석정 그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이날 북측 여성 지도자 대표로 참석한 박순희 위원장과 류미영 위원장은 남한의 국회격인 최고인민회의의 대의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북측 고위 여성 인사다.

▲ 정상회담 첫날 오후 권양숙 여사는 백화원초대소에 북측 여성계 인사를 초청해 환담을 열었다.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이외에 북측에서는 홍선옥 조선여성협회 회장, 최금춘 김일성종합대학 교수, 장금숙 모란피복공장 지배인, 허덕복 평양시 농업근로자연맹 위원장, 김혜련 고려의학과학원 소장, 리명순 조선민주여성동맹 중앙위원회 과장, 김영희 조선여성협회 위원, 오선화 인민대학습당 처장, 강선미 김일성종합대학 학생 등이 참석했다.

남측에서는 정현백 여성단체연합 대표, 김화중 여성단체협의회 회장, 김홍남 중앙박물관장, 김정수 청와대 2부속실장, 최경희 교육문화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한편, 대통령 부인이 백화원 영빈관에서 행사를 주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 제1차 남북 정상회담 때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북측 여성 지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지만 그 때는 백화원이 아니라 인민문화궁전에서 가졌다. 북측 행사 관계자는 “영부인 행사를 위해 백화원 회의장소를 빌려 주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매우 파격적인 대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화원은 평양 대성구역에 위치한 북한의 대표적인 국빈 숙소로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 가네마루 신 일본 부총리, 1998년 북한을 방문한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이 곳에 머물렀다. 2000년 제1차 남북 정상회담 때도 김 전 대통령 내외의 숙소로 이용됐다.

백화원은 건물 뒤편으로 울창한 숲이 있고 앞에는 대동강을 끌어와 만든 대형 인공호수가 있어 조경이 매우 아름답다.백가지 꽃이 피어 있다고 해서 이름이 백화원이다.건물 내부는 대리석으로 단정돼 있으며 곳곳에 벽화와 산수화가 걸려 있고 복도에는 연두색 카펫이 깔려 있다.

권양숙 여사 일행은 이어 인민대학습당 참관에 나섰다.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평양 방문 첫날인 2일 오후 평양시내 인민대학습당을 방문해 도서관 시설을 둘러보며 북측 관계자들과 환담했다.

권 여사는 이날 오후 4시 30분경 인민대학습당에 도착한 뒤 1시간 동안 홍선옥 조선여성협회장 겸 대외문화연락위원회 부위원장의 안내를 받으며 전자도서관, 사회과학열람실, 외국어강의실, 음악자료실 등을 둘러봤다. 홍 회장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평양 인민문화궁전을 방문했을 때도 안내를 맡았다.

권 여사는 분홍색 한복을 차려입은 북측 안내원이 사회과학열람실에 있는 ‘조선문학고전연구’ 라는 책을 꺼내 읽어봐 줄 것을 부탁하자 “돋보기가 없어서 안 보이네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권 여사는 영어 강의가 진행되고 있는 외국어 강의실에서는 “반갑습니다. 수업 중인데 제가 왔네요”라고 인사했고, 이동 중에는 북측 안내원에게 “문맹은 없느냐”고 물었다. 북측 안내원이 “전혀 없다”고 하자 권 여사는 “열의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권 여사는 음악자료실에서 북측 안내원으로부터 카세트를 작동해 볼 것을 주문받고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반갑습니다’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권 여사는 “남과 북의 문화교류가 활발해지길 바란다”며 ‘국립박물관 명품 100선’이란 책 10여권을 인민대학습당측에 선물했다.

북측의 한 안내원은 “권 여사가 평소 소외된 사람과 책, 도서관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관심을 나타냈다.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함께 견학한 소설가 조정래 씨는 평양 방문에 대한 소회를 묻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운을 뗀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조 씨는 “점심식사를 하는데 식전 메뉴로 6가지 떡이 나왔다. 반달떡도 있고 남측과 정말 똑같았다. 민족의 동질성이란 걸 느꼈다. 그런데 그게 60년 만이라는 거죠. 아, 비극이지요”라며 감격스러워했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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