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2박3일 일정의 방북길에 오른다.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의 역사적인 상봉과 6.15 남북공동선언 합의 이래 7년만에 열리는 것이다.

이번 2007년 정상회담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그리고 주요 요소는 무엇인가? 2박3일간의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두 정상은 숱한 대화와 논의를 통해 새로운 합의를 이끌고 또 삽화도 낳을 것이다. 제2차 정상회담의 관전 포인트 네 가지를 살펴보자.

1. 노무현 대통령 군사분계선(MDL) 걸어서 통과

노무현 대통령은 방북 첫날인 2일 전용차를 타고 청와대를 출발,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에 있는 경의선 도로 남북출입사무소(CIQ)를 지나 2.7㎞ 떨어진 군사분계선까지 이동, 도보로 군사분계선(MDL)을 넘는다. 역사상 처음으로 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직접 걸어서 넘는 장면이 전 세계에 TV로 생중계될 예정이다.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북측과의 MDL 도보 통과 합의 후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건너는 것은 역사적이고 감동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면서 “이것이 앞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역사적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의 MDL 도보 통과는 분명 역사적인 사건이고 평화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그 속내는 그리 달갑지 않다. 아무리 대통령일지라도 또 자기 땅일지라도 비무장지대(DMZ)를 통해 MDL을 넘어갈 때면 꼭 치러야 할 통과의례가 있기 때문이다.

정전협정에 따르면 DMZ를 통해 MDL을 넘어갈 때 군사정전위원회 및 유엔군사령관의 허가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 결국 노 대통령의 MDL 통과는 정부가 유엔사측에 남북관리구역 내 MDL을 통과할 노 대통령 등 남측 인사들의 명단을 전달했고, 이에 따라 유엔군사령관직을 겸임하고 있는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이 허가 서명을 한 뒤 이를 다시 우리 정부에 통고하는 절차를 밟는 과정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노 대통령의 MDL 통과라는 역사적인 사건 뒤에는 유엔사의 허가라는 씁쓸한 장치가 있는 것이다.

2. 노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은 어디서 첫 상봉을 할까?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첫 상봉은 어디서 이뤄질까? 2000년 제1차 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항로로 온 김대중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평양 순안공항에 마중 나왔다. 이번에 육로로 방북을 하는 노 대통령을 김 위원장은 어디에서 영접할까?

먼저, 노 대통령이 걸어서 통과하는 군사분계선(MDL) 현장이다. 이는 김 위원장의 호방하고 파격적인 성품을 예상한 안이다. 이 이벤트성 영접은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 김 위원장이 남북 분단을 상징하는 경계선 지역에서 노 대통령을 영접할 경우 이는 판문점 무력화라는 상징성을 극대화 할 수가 있다.

둘째, 개성에서의 영접이다. 이 안은 노 대통령의 육로 방북이 합의되자 즉각 나온 것이다. 김 위원장이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을 평양 순안공항에서 맞이한 것과 대등한 의미와 효과를 지니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이때 두 정상은 같은 차량으로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이동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통해 평양시내로 들어서는 관문인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이다. 이 안은 지난 9월 15일 조선신보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측이 3대헌장기념탑을 깨끗이 세척하고 관리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한 후 급격히 부상했다. 김 위원장이 노 대통령을 3대헌장기념탑에서 영접한다면 이는 노 대통령이 MDL 도보 통과를 통해 평화의지를 과시한 것만큼 김 위원장이 3대헌장기념탑에서 통일의지를 전세계에 알리는 일이 될 것이다.

넷째, 평양 중심가인 김일성광장이 될 수도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을 위해 남측 대표단에 휴대전화와 인터넷 사용을 허용하는 등 적극성과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김일성광장이라는 열린 공간 속에서 대규모 환영 인파를 모아놓고 김정일 위원장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노 대통령이 첫날 낮 12시께 평양에 도착해 들어갈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을 영접할 때는 첫 정상회담에다가 연장자에 대한 배려에서 첫 도착지인 공항까지 마중 나갔지만 노 대통령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기에 숙소에서 만나 정상환담을 나눌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두 정상 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첫 상봉이 될 것이다.

3. 합의문이 나올까? 나온다면 그 내용은?

합의문은 모든 협상의 꽃이다. 2000년 1차 정상회담 때 김대중-김정일 두 최고지도자는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에 합의했다. 노무현-김정일 두 최고지도자도 이번에 합의문을 낼 수 있을까? 한반도 정세와 남북 정상의 적극적 의지 면에서 볼 때 이번에도 합의문을 낼 공산이 크다. 합의문이 없을 경우 2차 정상회담의 빛이 현저하게 바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합의문의 내용은 어떻게 될까? 참고로 7년 전 남북이 합의한 6.15 공동선언은 모두 5개항으로 되어 있는데, 주요 사항은 통일의 원칙, 통일의 방안, 이상가족상봉 및 비전향장기수 북송, 경제.사회.문화.체육 등 제반 분야 협력.교류, 남북장관급회담 정례화 등이었다.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는 8월5일 남북이 합의한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방문에 관한 남북합의서’에 따르면 ‘평화문제’, ‘민족공동의 번영문제’, ‘조국통일문제’ 등 세 가지다. 여기서 ‘평화문제’와 ‘번영문제’는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이, ‘통일문제’는 ‘조국통일3대헌장’을 강조해 온 북측의 입장이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남측에서는 주로 한반도비핵화, 평화협정 및 평화정착, 경제공동체 외에 NLL(북방한계선), 군사신뢰구축 방안, 정상회담 정례화 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빠진 부분이 있다. 당연히 북측이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통일문제’이다. 일각에서 통일방안 내지 통일기구 합의 등이 나오는 것에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4. 남측 대선에 영향 미칠까?

현재 남측 대선 구도는 한나라당에 절대적으로 우세한 구도다. 여론조사를 보면 범여권과의 ‘당 대 당’, ‘후보 대 후보’ 대결에서도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같은 유리한 구도에 영향을 미칠 새로운 변수가 생기길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이 어떤 식으로든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도 예상가능하다.

그래서 그런지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경우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하루 앞둔 1일 (정상)회담 과정에서 국민적 동의를 담보하지 못하는 돌출 합의가 나올 가능성 등에 촉각을 기울였”으며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대선 구도를 뒤흔들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점을 내심 우려하는 기류도 감지됐다”고 전했다.

이명박 대선후보는 “기왕 열리는 정상회담이 매우 성공적으로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국민이 걱정하는 바도 있다. 대통령이 잘 알고 있으리라 본다”, “국민이 걱정하는 바도 고려해서 남북 회담이 성공적으로 되길 기대해 마지 않는다”고 말해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여권인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우 대선주자들은 노 대통령의 방북을 하루 앞둔 1일 남북정상회담을 자신의 경선 득표 전략으로 활용하기 위한 경쟁을 벌였으며, 약속이나 한 듯 각각 기자회견을 열거나 성명을 내고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하면서 자신만이 향후 한반도 평화문제를 풀어나갈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한다.

남북정상회담이 남측 대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이는 남북이 합의문을 내오고 그 합의문 내용에 파격성이 들어있을 경우다. 그리해서 주로 경제 구도로 짜여 있는 현재의 대선 구도를 통째로 바꾸는 경우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이 통일문제나 평화문제에서 통 크게 합의한다면 경제 구도로 돌아가고 있는 현 대선 구도에 파열이 생겨 통일 구도나 평화 구도로 전변할 수도 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