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5일 오후 연세대 행정대학원 특강에서 "우리 내부적으로 국민이 좀 더 자유롭게 북한을 왕래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의 평가와 과제`라는 제목의 특강에서 이 총재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한이 화해와 협력관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한반도 평화정착과 자유왕래의 실현이 통일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국가보안법 제6조(잠입.탈출)의 개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날 특강에서 이 총재는 현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해 이견을 표하며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문제가 논의되지 않은 점 ▲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가 전시용 이벤트로 흐르는 점 ▲ 국군포로나 납북자들에 대해 거론하지 않은 점 ▲ 남북관계의 진행방향이 분명치 않고 추진과정이 투명하지 않은 점 ▲ 언론이 남북관계에 대한 건전한 비판에 소극적인 점 등을 지적하면서, 특히 납북자와 국군포로의 문제에 대해서는 "방북할 기회가 생긴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반드시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총재는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이 한반도 평화정착의 핵심이라고 전제한 뒤 군사당국자간 직통전화 개설, 부대이동과 군사훈련의 통보, 군인사 교류와 정보교환 등 `운용적 군비통제`를 먼저 실시한 뒤 군비축소 등 `구조적 군비통제`로 나아갈 것을 제안했다. 한편 정부가 을지 포커스 훈련을 대폭 축소한 것에 유감을 나타내며 주한미군 문제가 부각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날 특강은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에 대한 구체적 대응방안과 소신있는 통일철학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던 이 총재가 남북관계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함으로써 앞으로의 정치적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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