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대전지방법원 서상지원에서 열린 '만리포 한미연합상륙훈련 반대 기자회견' 6차 공판에서 주목할만한 재판부(재판장 진광철)의 해석이 나왔다.

현재 공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지만, 심리중인 재판부가 증거조사를 통해 "2006년 만리포상륙전훈련은 평양 인근의 북 해안을 상정한 훈련이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군은 그동안 이같은 내용을 부인해왔다. 합동참모본부도 법원이 요청한 '사실조회서'에서 "만리포 한미군사훈련은 특정 지역의 고립 및 침투를 목적으로 실시한 훈련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같은 내용은 당시 훈련통제관의 브리핑에 의해 드러났고, 이를 <통일뉴스>와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바 있지만, 재판부에서 이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만리포 훈련 북쪽 상정했다" 사실관계 명확해

▲장경욱 변호사. [자료사진-통일뉴스]
22 일 이 사건을 맡고 있는 민변 장경욱 변호사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이번 재판의 의미와 쟁점, 향후 보완점을 점검해봤다.

장 변호사는 "사실관계에서 구체적인 북한 지명이 나와, 만리포 훈련이 북쪽을 상정했다는 점이 분명해졌고, 재판부도 그렇게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6 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당시 브리핑 내용을 담은 <오마이뉴스> 동영상을 조사했다. 이 동영상에는 "선견부대 작전으로 ○○지역 전방에 위치한 ○○(섬)은 사전에 확보하였으며, 평양을 직접 압박하고 고립하기 위하여 상륙작전을 결정하였다"는 브리핑 내용이 녹음되어 있다.(구체적인 지역 명칭도 녹음되어 있으나 군사기밀상 밝히지 않음.)

한미연합연습의 적법성이 형사재판에서 이번 공판처럼 본격적으로 다뤄진 적은 없다. 장 변호사는 "스트라이커 부대 훈련 진행 중에 대학생들이 진입해서 시위를 벌였던 사건에서 (한미연합연습의 적법성 문제에 대해) 주장은 해 본적은 있지만 심도 있게 다뤄지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만리포재판'에서 "만리포 한미연합훈련이 적법한 공무집행인지와 관련해서, 헌법 범위 내에 있는지 연구된 결과물을 변호인 측과 검찰 측에 제출하라고 (재판부가) 권고했다"고 전했다.

이어 "북쪽 지역으로 공격하는 훈련내용이 법이 허용하는 적법한 내용인지 재판부가 적극적으로 심리하려는 상황까지 왔다"며 "한미군사훈련의 헌법상 허용여부를 가르는 판례가 생기지 않을까"라고 기대를 걸었다.

민변은 한미군사연습의 위헌여부를 묻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올해 3월 ROSI/FE(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독수리연습)을 앞두고, 헌법소원 및 집행정지가처분을 신청한 것. 만리포훈련도 2006년 ROSI/FE 기간 중에 진행됐다.

당시 각계 인사 98명의 청구인들은 헌법소원심판청구에서 "2007년 RSOI/FE로는 북한을 상대로 한 작전계획 5027에 따른 선제적 공격훈련이 명백하므로 이는 헌법 전문(평화적 통일, 항구적인 세계평화), 헌법 제4조(평화적 통일정책), 헌법 제5조(국제평화의 유지, 침략적 전쟁 부인)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었다.

장 변호사는 헌법소원 경과에 대해 "지정부에서 각하되지 않았고, 심판 회부 결정이 내려진 상황"이라고 전하고, "만리포 공판과 서로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헌법소원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판에서 북을 상정한 선제 공격훈련 등 침략적 성격 보완해야"

▲ 2006년 만리포 한미상륙훈련 당시 수륙양용장갑차가 해안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그는 향후 재판에서 중요한 쟁점은 만리포 훈련의 침략적 성격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녹취된 브리핑 내용이 북한 지역을 상정한 훈련이었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지만, 헌법의 허용범위에 대한 사실관계를 뒷받침하기에는 불충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장 변호사는 "미국의 전략에 의한 북을 상대로 한 선제공격훈련이라는 부분이 사실관계로 밝혀졌다고 볼 수는 없다"며 "검찰 측에는 (북을 상정한 훈련이라는 사실관계도) 북의 전면전에 의한 반격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선제공격 전략에 의해 진행된 상륙훈련이고, 작전계획의 전개순서에 따라 진행된 침략 훈련이기 때문에 방어적 성격이 아니라 침략적 성격이라는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헌법의 허용범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한미연합연습의 작전계획에 대한 조사가 피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장 변호사는 "불법적인 공격훈련이고 위헌적이라는 부분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같은 논점이 처음으로 다뤄져서 힘든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일단 외국사례를 찾아보고, "반격이 허용되는 부분이 어디까지 인지, 국제법이나 군사전문가, 평화법 연구하는 국제평화법 학자들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쟁점은 이 훈련에 적용된 작전계획의 선제공격전략을 입증하는 것과, '반격'에 포함된다하더라도 군사분계선을 넘어 '평양'등을 상정한 훈련이 헌법의 허용범위에 포함되느냐 하는 점이다.

특히, 당시 통일뉴스가 단독 보도한 훈련통제관의 "이번 연습은 '작계 5027-04' 3단계 2부에 의해 적용된다"는 발언은 작전계획상 선제공격전략을 입증하는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작전계획 5027-04의 각 단계, 각 부의 내용이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이는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고 있어, 이번 공판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장 변호사는 "그동안 선제공격 전략에 의해 전쟁이 발발할 위험성이 한반도에 펼쳐지고 있지만, 연례적인 방어적 훈련에 불과하다고 오도되는 측면이 있다"며 "이번 재판 과정을 통해, 한반도의 전쟁위기, 평화의 중요성을 위해서라도 사법권에 의해 훈련이 제어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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