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옥자(재독일동포협력회 상임위원)

2005년 10월 2일, 사망한 장기수 정순택 선생의 유해가 남북 당국간 합의에 의해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북으로 송환되었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남북간 화해를 상징하는 일대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2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최근에 당시 유해송환을 재독 인사에게 의뢰했던 윤태영(36) 씨가 국가정보원 충북지부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출석요구서를 발부받은 상황이 발생했다. 7년전부터의 은행계좌 거래내역도 조회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당시 윤 씨가 유해송환을 의뢰했던 재독 인사가 바로 신옥자(66) 씨이다. 신 씨는 최초로 북송된 바 있는 비전향장기수 고 이인모 선생의 북송에도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옥자 씨는 최근 남측 언론들의 보도를 접하고 자신의 입장을 담은 기고문을 통일뉴스에 보내왔다. 가감없이 전재한다. /편집자 주


며칠 전 인터넷 자주민보에서 “<심층보도> '신나는 우리들' 어린이집 운영자 윤태영씨의 분노”를 읽고 오늘 9월 18일 아침에는 통일뉴스의 김치관 기자와 “국정원, 정순택 유해송환 관련 윤태영씨 출석요구”에 대해 전화를 했다. 국정원 충북지부가 윤태영씨에게 출석요구를 하고 윤태영씨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통장계좌를 추적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어이가 없었다.

더욱이 국정원의 출석요구는 윤태영씨가 장기수 정순택 선생의 시신이 북으로 송환되는 데 기여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내가 개입되어 있는데, 나는 또 이인모 선생님 송환에서 관련되어 있다는 스토리 등등이 언급되었다. 이 무슨 뒷골목깡패 같은 행세란 말인가?

18일자 통일뉴스에 따르면, 국정원 충북지부 관계자가 "피의사실에 대해 언론에 밝히는 것은 전혀 곤란하다"고 했다는데, 글쎄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언론에 밝히지 않으려 하는 배려는 감지덕지하나, 국정원의 출석요구 그 자체가 시민의 일상생활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그리 배려라 할 만한 것이 아니다. 그런 음습한 출석 요구는 응하지 않는 것이 정석이다.

올해 6월 6.15 민족공동행사 방문차 평양을 다녀온 유학생에 대해 해외 한국공관에서 출석요구를 하며 협박에 가까운 음습한 태도를 취한 소식은 올 여름 해외 동포들의 분노를 사게 한 바 있다.

그래, 내가 베를린 소재 북한대사관에 전화했다. 정순택 선생님이 송환되면 좋겠다는 희망을 서울에서 전해 듣고 나는 해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이었다. 그 외의 일은 6.15 합의 정신이라는 시대의 도도한 흐름을 바탕으로 남북 적십자 및 ‘비전향장기수 송환추진위’가 실행했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비록 선생님이 생존해 계실 때 송환은 안 되었지만, 고국에서 수고하시는 선생님들과 윤태영씨 등의 애쓰는 마음이 반영되었다. 내가 무슨 마술을 부린 것도 아니고 당연히 역사적 변화에 따라 있을 수 있는 일, 아니 실행하여야 할 일이 공개적으로 실행되는 과정이었다. 내가 개입한 부분은 독일에 있으면서 장기수 선생님들의 송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인도적 차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 뿐이었다. 인간에 대한 예의 아닌가?

또 정순택 선생님의 유해가 송환된 일은 6.15공동선언 3항에 따라, 남북 적십자가 나서서 실행한 일이기도 하다. 지난 시대 우리 민족의 비극을 생각하면 이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희망을 부추기는 사건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2년이나 지나서 그 아름다운 사건의 뒷조사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참담하다. 국정원은 남북적십자사의 행위에 침을 뱉으려는 것인가? 아니면 남북 정상이 만나 합의하고 온민족에게 희망의 불씨를 드높이 살린 6.15 합의 내용을 짓밟으려는 것인가? 그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오로지 독일에서 연금생활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늙은 노동자의 심기를 이렇게 불편하게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우린 전 세계가 신기해하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작년 북핵문제로 인해 미국 라이스 장관이 서울을 방문하여 개성공단 사업을 그만 두라든가 하면서 남북 관계를 이간시키려 하였으나 노무현 정부는 그 과정을 잘 견뎌내고 오늘날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군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과 국정원장이 적극 나서 한국인 인질들을 서울로 데려온 것은 국제사회의 시샘을 받게 하기 충분했다. 그 사건은 대한민국의 국정원이 거듭나 진정으로 나라와 민족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해외에서 서울을 생각할 때면 가슴이 벅차고 희망에 들뜨곤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2년 전 공개적으로 실행된 송환 사건에 대해 이제 와서 오로지 내가 개입되어 있었다는 이유로 어린 양과 같은 윤태영씨를 괴롭혔다고 하니 이 곳은 어느 나라의 정보기관이란 말인가? 국정원이 그렇게 할 일이 없는가? 혹시 윤태영씨가 나와 연락한 것이 국가보안법에 적용되는가? 그렇다면 6.15 정신과 남북적십자사의 행위가 모두 국가보안법에 적용되는 것인가? 정순택 선생님의 송환을 보도한 모든 언론이 국가보안법에 적용되는 것인가?

지금 국정원은 2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만남의 내용을 더욱 알차게 하기 위해, 또 언제나 치고 들어올 미국과 그의 첩자들의 방해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할 터이다. 진정으로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 세계 곳곳에서 번지고 있는 민족 스스로 살아나가려는 운동의 요체를 잘 파악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힘이 어떠한 거대한 힘과 희망을 낳는지도 보아야 한다.

그런데 국정원은 아직도 할 일을 제대로 못 찾은 것인가? 장기수 선생님의 송환에 관련한 이 늙은이와 전화통화한 사람을 괴롭혀서 무엇을 노리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 없다. 또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윤태영씨의 생활과 활동의 터전을 짓밟은 것은 어린 양을 괴롭히는 행위와도 같다.

우리는 변혁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우리는 우리 민족의 역사에 새로운 도약을 하고 있다. 빨치산의 아들 권영길 대통령 후보는 현충사를 방문하여 거대한 화해의 모습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제 국정원 소속 직원들 한 사람 한 사람 이러한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반가이 맞으며 거듭나길 바란다.

앞으로 할 일이 많다. 한반도는 지구 위의 작은 땅이지만 이 작은 땅 안에 희망이 용솟음 치고 있다. 국정원 직원 하나하나가 앞으로 20년, 30년, 50년, 100년 후의 한반도 땅을 그리며 이 땅에 통일과 평화의 깃발을 꽂는 데 성실하게 참여할 수 있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그런 점에서 국정원장과 관계 직원과 노무현 대통령은 공개사과 하라. 이제 다시는 순한 양들을 괴롭히지 말라.

이 나라에 깃든 큰 도둑이 보이지 않는가? 민족의 화해 통일의 과정을 방해하고 민족의 이익을 해하는 미국간첩들, 미군이 철수한다면 하늘이 무너지는 양 염려하는 그들, 나라와 민족의 미래를 망치며 저 하나 배불리 살면 그만이라는 그들, 그런 큰 도둑들을 제발 잡아내라.

사심 없이 한반도 통일과 평화를 위한 일을 찾아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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