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교도통신은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이 회의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였다고 5일 보도하였다. 이 통신은 북한이 이같은 결정을 하게 된 것은 미국이 김영남 대표 일행을 미국 공항에서의 입국 절차에서 "범죄자" 취급을 했기 때문이라는 북한당국의 입장을 소개하였다.

이 통신은 북한당국의 대변인 발언을 인용, 미국의 안보관리들이 뉴욕으로 가려는 김영남 대표 일행에게 옷과 신발을 벗기고 신체를 검사하도록 강요하였다고 전하였다.

현재 미국에게 북한은 적성국으로 간주되고 있어 미국측의 이같은 태도는 `적법`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양국간 관계개선을 위한 대화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같은 조치는 적절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북한당국의 유엔 회의 참여 취소결정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측의 이같은 조치는 적법한 절차를 이용하여 북한의 적극적인 대서방외교 및 유엔외교에 대해 속도조절을 하려는 의도라는 평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선 국면으로 들어선 미국은 적성국인 북한의 입국에 대해 일정한 제한조치를 취함으로써 현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이 유화적이라는 비난을 불식하여 북한문제가 대선 쟁점의 하나로 부각되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북한측은 자국을 대표하는 대표단이 수모를 감수하면서까지 이 회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명분을 강조하는 북한당국의 이같은 태도는 지난 번 방북한 남한 언론사 대표들과의 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밝힌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 협상에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는 입장과 같은 맥락이라고 판단된다. 냉정한 국제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북한당국의 명분 중시 태도는 그러나 주민들에 대한 내부결속과 자주외교의 원칙을 강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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