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水害)를 북한에서는 ‘큰물피해’라 한다. 수해란 보통 비가 많이 와서 입는 피해다. ‘비피해’라고도 하고 좀 심하면 ‘물난리’라고도 하는데 그 피해가 극에 다르면 수마(水魔)라고도 한다. 오죽하면 마귀 마(魔)자를 쓰랴마는 최근 북한의 수해가 수마 차원인 듯하다. 그 수마의 위세가 대단하다. 남북정상회담을 연기시키더니 이번에는 북한이 자랑하는 ‘아리랑’ 공연마저 중단시켰다.

◆ 지난 7일부터 지속된 ‘무더기 비’로 인해 북한의 ‘큰물피해’가 막대하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5일 “150여개의 시, 군들에 500㎜~8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다”면서 ‘사망 및 행방불명(실종) 600여명, 부상 수천명, 살림집(주택) 24만여 세대 완전 및 부분파괴, 90여만 명 피해’ 소식을 전했다. 통신은 이례적으로 “예년에 보기 드문 무더기 비와 폭우로 하여 인민생활과 경제건설에서는 예상치 않았던 애로와 난관이 조성되었다”고 알렸다.

◆ 북측의 사정이 이렇게 어려운데도 남측 보수세력 일각에서의 반응이 사납다. 지난 18일 큰물피해로 정상회담이 연기되자 한나라당은 “수해로 인한 연기는 핑계”며 “수해가 아닌 또 다른 배경이 있는 지 우려스럽다”면서 차기정권으로의 연기론을 주장했다. 그런 와중에 21일 북측이 아리랑 공연은 지속된다고 하자 ‘수해가 과장됐다’느니 ‘외화벌이 목적이 깔려있다’느니 하면서 딴죽을 건다. 도무지 같은 민족의 발상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 북한은 자존심이 센 나라다. 큰물피해로 인해 정상회담을 연기요청하고 게다가 ‘아리랑’마저 중지하게 되었으니 자괴감마저 들 것이다. 일주일 전만 해도 ‘공식적으로’ 아리랑 공연이 “인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안겨주고 있기에 예정대로 연일 진행되고 있다”고 할 정도였는데 27일 비록 ‘일시’라는 말이 붙고 또 “큰물피해가 가셔진 다음 다시 시작하게 된다”고 토를 달기는 했지만 어쨌든 중지한다고 하니 그 심각성을 다시 느끼게 된다.

◆ 원래 큰물피해가 없었다면 남측은 아리랑 공연을 구경 갈 참이었다. 정상회담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계제가 아니다. 수마가 할퀴고 간 자국이 너무나 크고 깊다. 그러나 아직 기회는 있다. 아리랑도 구경 가고 정상회담도 성과적으로 될 수 있는 길이 있다. 그 길은 북한이 하루빨리 수해복구를 하는 것이다. 남측이 도와줘야 한다. 수마로부터 북한이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대북 수해복구사업에 적극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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