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10월 2~4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걱정거리 두 개를 털어놨다. 이 후보는 21일 한나라당 대선후보 당선 인사를 겸해 김수환 추기경을 예방한 자리에서 “지난 6.15 정상회담 때도 국민적 동의 없이 여러 가지가 합의되지 않았나.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는 합의가 나올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2000년 제1차 정상회담 때 남과 북은 6.15공동선언에 합의했다. 당시 6.15공동선언에 대해 온 국민이 환영했고 남북이 지지했고 국제사회가 축하했다. ‘국민적 동의 없이’라는 말은 무지(無知)의 소치다. 게다가 이번 제2차 회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합의가’ 나온다면 필경 ‘통일방안’과 관련이 있을 터인데 이는 민족적으로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지 걱정은 무슨 걱정이란 말인가?

설상가상으로 이명박 후보는 “정상회담을 앞으로 대통령선거에 어떻게 활용할지, 핵을 포기시켜야 하는데 핵이 있는 상태에서 회담을 하면 핵을 인정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의제를 분명히 안 하고, 잔뜩 합의해 오면 차기 대통령이 이행해야 하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말끝마다 ‘걱정’이다. 우리는 여기서 이른바 ‘북핵문제’의 본질이 북미간의 문제인데 다행히도 지난 2.13합의 이후 북핵문제가 6자회담과 북미 양자회담을 통해 비교적 순조롭게 풀리고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까지 들먹이고 싶지 않다. 게다가 “잔뜩 합의해 오면 차기 대통령이 이행해야 하니 걱정이 된다”는 대목에서는 마치 자신이 이미 차기 대통령이 된 듯한 오만함까지 짙게 배어난다.

이 후보의 이같은 두 가지 걱정거리의 요지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차기 정권으로 연기해 달라는 완곡한 요청인 셈이다. 마침 이에 앞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남북정상회담을 대선이 끝난 뒤 차기 정권에서 했으면 좋겠고, 최악의 경우에라도 대선 이후 당선된 대통령과 협의 하에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며 정상회담 연기를 공식 요구했다. 이는 정상회담의 연기가 아닌 하지말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잘 보자. 이번에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2차고 따라서 다음 정권 때는 3차가 된다. 이번에 2차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사실상 남북정상회담은 정례화가 되는 셈이다. 이번에 2차 회담을 하고 다음 정권이 3차 회담을 하면 되는 것이다. 거꾸로 이번에 정상회담이 성사가 안 되면 다음을 기약할 수가 없다. 정상회담을 정례화하자고 할 때는 언제고 정례화가 막 되려는 마당에 연기하거나 아예 하지 말자는 식의 얘기는 또 무엇인가? 그것이 과연 걱정거리라도 된단 말인가?

우리는 이명박 후보에 대해 더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통상 큰 싸움을 치르고 나면 승패에 관계없이 초연해지고 또 승자가 되었다면 대개의 경우 관대해지기 마련이다. 이 후보는 정치적 상대자였던 박근혜 전 총재에게는 승자의 여유로움을 보여주면서도 민족적 동반자인 북한에 대해서는 왜 만나지도 말라는 것인가? 정상회담 개최가 자신의 대권가도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하는가? 그렇다면 이것이야말로 정략의 극치 아닌가? 분단된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면 ‘통일’이라는 민족적 운명과 맞부딪쳐야지,  단지 ‘걱정이 되기에’ 자신의 앞길을 비워달라는 식으로 정상회담을 차기 정권으로 넘기라는 말은 무슨 궤변인가? 그러기에 이 후보의 이같은 걱정거리는 민족적 원려(遠慮)가 아닌 사욕(私慾)에서 나왔다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명박 후보야말로 걱정도 팔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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