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지역의 수해로 인해 8월28-30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10월2-4일로 연기됐다. 북측은 남측에 보낸 연기 요청 전화통지문에서 “우리측은 최근 우리의 대부분 지역들에서 연일 폭우가 내려 많은 피해를 입었으며 이로 하여 지금 큰물피해를 가시고 인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로 되고 있다”면서 “예상치 않았던 심각한 큰물피해를 입은 것과 관련하여 불가피하게” 정상회담을 연기요청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북측은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방문 시 최대한 예우와 축하를 해주고자 했는데 수해복구사업으로 차질이 생기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연기를 두고 남측 정치권 일각에서 북측의 노림수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하는데 이는 불순하다. 북측의 ‘큰물피해’와 ‘수해복구’ 이유를 액면 그대로 순수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북측이 정상회담을 미룰 정도로 ‘큰물피해’가 막대하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8월7일부터 북측 지역에 내린 폭우와 관련 북측 조선중앙통신이 거의 하루 간격으로 보도한 기사 제목만 봐도 그 피해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9일자에서 ‘황북 곡산군 431㎜ 등 일부 지방들에 무더기 비’, 11일자에서 ‘계속되는 무더기 비와 폭우’, 13일자에서 ‘조선에서 무더기 비 연일 계속’, 14일자에서 ‘무더기 비로 인한 피해 확대’, 15일자에서 ‘농업생산 전망에 그늘, 전국의 논밭의 11%이상 피해’, ‘대동강 유역 40년만의 기록적인 강수량’, 16일자에서 ‘확대되는 큰물피해’, ‘평양시 큰물피해’ 등으로 보도하고 있다. 비의 양과 피해가 계단식으로 상승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조선중앙통신은 16일자에서 “14일 현재 평양시와 황해남북도, 평안남북도, 강원도, 함경남도 등의 전반적 지역에서 4만 6,580여 동에 8만 8,400여 세대의 살림집이 완전 및 부분 파괴, 침수되어 30여만명의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면서 “7일부터 11일 사이에만도 (평양)시에는 40년 전(1967.8.25~29)에 평양일대를 휩쓸었던 큰물 때보다 224㎜나 더 많은 비가 내렸다”고 보도했다. 남측 통일부도 “지난 8월7일 이래 평양을 비롯한 북한 중부지역에 짧은 기간동안 많은 비가 집중적으로 내림으로써 지난해 7월 수해에 비해 인명.재산피해의 규모가 보다 컸던 것”으로 평가하고 “특히 북측이 100년만에 큰 피해라고 언급한 95년과 비교해 볼 때도, 농경지 침수 등 재산피해에 있어서 버금가는 것”으로 평가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자부터는 복구사업과 관련한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남측도 많이 당해봤지만 천재지변은 어쩔 도리가 없는 법이다. 그러기에 어느 나라에서나 천재지변은 인간사와는 무관한 예외적인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요한 건 천재지변이든 인재든 원상복구 하는 일이다. 다행히도 북측은 혁혁한 복구사업의 전통을 갖고 있다. 1950년대 전후(戰後)복구사업은 차치하더라도 최근만 해도 2004년 4월 ‘룡천사태’때 사고 발생 4개월만에 복구작업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게 한 실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천재지변은 그를 당한 당사자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주위의 도움과 지원이 필요하다. 룡천사태 때도 ‘하나의 민족’인 남측은 범국민적으로 도왔다. 아마 ‘북측의 의지+남측의 지원+국제사회의 지원’ 등이 삼위일체가 되었기에 북측이 빠른 시일내에 복구가 가능했을 것이다.

이번 ‘큰물피해’에도 북측이 강한 복구의지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유엔이 국제사회와 함께 수해 복구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행히 남측에서도 시민사회단체 등이 대북 지원사업에 잰걸음으로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당국의 적극성이 눈에 띤다. 20일 노무현 대통령은 북측 수해 피해와 관련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위로와 지원’ 내용의 친서를 보냈다.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21일 수락 연설문에서 “북한 동포들이 수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국민 모두 깊은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다. 그렇잖아도 한나라당은 지난 7월 ‘한반도 평화 비전’이라는 다소 전향적인 새 대북정책을 내놓았다가 아직 공식 당론으로 채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다가 이번 제2차 남북정상회담 대표단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식 결정을 했기에 전반적인 대북정책에 우려가 되던 참이었다. 정부당국과 한나라당의 대북지원 적극성을 계기로 남측에서도 여ㆍ야와 보수ㆍ진보를 떠나 범국민적 차원에서 북측의 ‘큰물피해’ 복구사업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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