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원장 김만복) 직원들이 KAL858기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 ‘배후’의 작가와 출판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사건 재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쓰여진 책은 발행 목적이 공익을 위한 것이어서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7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453호 민사합의 17부(부장 정원태)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사건 수사 발표 이후에도 사회 일각에서 의혹이 계속 제기된 점, 안기부 후신인 국가정보원에서 사건을 재조사하겠다고 발표한 점을 종합하면 작가가 사건의 실체와 안기부의 수사 결과가 다르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소설 속에서 대한항공기를 폭파시키고 사건을 은폐.조작한 주체가 남산의 해외공작 ㄱ팀으로 나올 뿐 백씨 등 수사관들이 사건을 왜곡했다는 것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고 소송을 제기한 백용호 씨등 전.현직 국가정보원 직원 5명이 명예훼손 혐의로 저자 서현우 씨와 창해출판사 대표 전형배 씨에 대해 각각 2억 5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을 패소 판결했다.

이 사건을 맡았던 심재환 변호사는 “당연히 이길 것을 이긴 것이다”며 “이쪽의 주장을 흐려놓기 위한 말도 안되는 국정원 쪽의 시간끌기 공작일 뿐이다”고 판결 결과를 반겼다.

서현우 작가도 “사필귀정이다. 당연한 것이다”며 “어처구니없는 소송이다. 모든 의혹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손해배상 청구하고 형사고발했다는 것은 진상규명 방해위한 악의적 목적에서 했다고 확신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백용호 등 국정원 전.현직 직원 5명은 87년 11월 29일 발생한 KAL858기 사건의 안기부의 공작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소설 ‘배후’에 대해 2003년 11월 21일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17일 서울지법 민사부 판결은 소송기일이 통상적 관례보다 더디게 진행됐으며, 형사소송은 아직 아무런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이 사건을 법원과 검찰측이 정치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KAL858기 사건은 숱한 의혹이 제기돼오다 지난 2004년 2월 3일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위원장 오충일)가 7가지 우선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뒤 2006년 8월 1일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의혹해소에 실패했고, 2007년 7월 11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위원장 송기인)에서 조사개시 결정을 내려 조사가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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