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재일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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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와 조선학교
재일동포들에게 있어서 조선학교는 사회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가장 큰 존재로 되어왔다. 조선학교에서 배운 동포보다 일본학교에서 배운 동포가 훨씬 많았으나(약4배) 조선학교의 존재는 민단계동포나 중립계동포들에게도 여러모로 긍정적 영향을 미쳐왔다.
특히 총련계동포들에게 있어서는 조선학교는 마음이 기둥이 되어왔다. 해방후 60년이 지난 오늘 대다수 동포들이 우리 국적(한국적, 조선적)을 버리지 않고 민족성을 지켜나가고 있는 사실은 조선학교가 해놓은 역할이 얼마나 큰가를 웅변으로 말해주는 사례의 하나다. 그러나 21세기를 맞이하여 재일동포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는 조선학교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북이나 남이나 본국을 지향하여 민족운동(총련과 민단)을 해온 1세들은 거의 없어지고 그 영향을 받은 2세들도 대부분이 5~60대 이상이 되었다. 재일동포의 주류를 이루는 3~4세들은 본국지향이 아니라 일본 영주를 응당한 전제로 하여 사고하고 생활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에게 있어서 총련이요, 민단이요 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일본에서의 생활기반을 꾸리는 것이며 그에 따라 일본 국적 취득이 유리하느냐 우리 국적(한국 또는 조선)을 고수하느냐라고 할 수 있다.
하기에 후대 교육도 그 가치관이 판단기준이 되고 있다. 즉 조선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유리한가 어떤가이다. 현실은 대다수 동포들이 자녀들의 장래를 생각하면 조선학교는 불리하다고 보고있는 것이다. 가령 조선학교에서 북일변도 교육을 하지 않고 또한 일본의 유명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학력을 지닐 수 있도록 하면 조선학교를 선택하는 동포가 늘어날 수 있다.
재일한국, 조선인에 대한 민족적 차별과 편견이 현재도 농후하게 남아있는 일본사회의 실정에서 재일동포의 장래를 볼 때 민족성을 지니는 문제는 더욱 중요하게 제기된다. 따라서 재일동포들의 민족교육의 발전은 절실한 문제이다.
그를 위해서는 주로 두가지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조선학교를 60년전의 원점에서 되돌아가서 민족교육으로 해야한다. 민단계동포나 중립계동포 그리고 최근에 늘어난 한국인(뉴커머)의 자녀들이 조선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문어구를 넓혀야 할 것이다. 그를 위해서는 주체교육이 아니라 통일조국을 지향한 민족성 교육에 중점을 두면서도 일본의 유명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높은 학력을 지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한국정부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학교를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해방과 더불어 일본각지에서 개설된 조선학교는 1948년과 1949년에 일본 미점령군(GHQ)과 일본정부당국의 탄압으로 많은 수가 폐쇄당했다. 1955년 총련이 결성됨으로써 조선학교는 다시 자주학교로서 되살아나기 시작했으며 1957년 4월부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교육원조비와 장학금이 보내오게 되면서 마치 그것은 생명수가 되어 조선학교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크게 발전했다.
한편 그 시기 군사정권하에 있었던 한국은 재일동포들을 '기민'했다. 1960년대 말 자녀들을 조선학교에 보내고 있었던 일부 민단계동포들은 당시 대사관의 압력을 받아 마지못해 아이를 일본 학교에 보낸 사실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은 민주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 10번째의 경제강국이 됐다. 조국의 통일을 내다보고 북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한국정부는 해외동포들에게도 더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특히 재일동포들은 다른 지역의 해외동포들과 달리 본국의 국적을 고수하고 여러가지 형태로 본국과 인연을 가지고자 하고 있는 실정에서 한국정부는 재일동포들에게 보다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 속에서 초미의 문제는 조선학교에 대한 지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