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2.13 합의에 따라 북한이 핵폐기 초기조치 이행에 착수하는 대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차기 북핵 6자회담을 재개, 실질적 논의를 진행키로 했다.

방미중인 송민순 외교통상장관은 28일 오전 국무부 청사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이 같이 의견을 모았다.

송 장관은 특히 막판 논란중인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문제와 관련, "양국이 이익의 균형점을 확실히 유지하는 가운데 추가협의가 타결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요구사항을 어느 시점까지 답변해야 서명식이 30일 예정대로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전달했다.

송 장관은 회담후 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먼저 서명한 뒤 추가협의를 하게 되느냐"는 질문에 "한국의 입장을 분명히 전했고 이제는 미국이 반응을 보일 때"라면서 "30일 FTA 서명식 개최 여부는 미국의 반응을 보고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장관은 또 "영변 핵시설 폐쇄를 포함, 핵폐기 초기조치가 완료되지 않더라도 북한의 영변 핵시설의 폐쇄조치와 맞물려 다음 6자회담을 개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반드시 어느 한단계가 끝나고 6자회담이 열리는게 아니라 적절히 연결돼 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것"이라며 "IAEA 대표단 방북이후 영변 핵시설 폐쇄 일정이 잡힐 것이고, 그 일정에 맞춰 회담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형식에 관계없이 6자회담을 개최하겠다"는 의미에 대해 "초기조치 이후 상황을 논의하는데 유용한 회담이면 6자회담 본회의가 될 수 있고, 수석대표 회담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송 장관은 "IAEA(국제원자력기구) 실무대표단의 방북을 통해 북핵 초기조치에 관한 일정만 잡혀도 6자회담을 곧바로 개최할 수 있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아직 구체적으로 답하기에는 시기가 이르다"면서 "현재로선 6자회담의 다른 참여국들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6자 외교장관회담 개최 시기 등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시설 및 프로그램 신고와 불능화, 양자관계 진전상황을 봐가면서 적절한 시점에 하게 될 것"이라며 "한미간에 논의는 하고 있지만 아직 날짜가 정해진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라이스 장관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 "북한이 핵시설 및 프로그램을 신고하고 불능화 과정에 들어가면 북미관계 정상화도 병행해 이뤄질 것"이라며 "현단계에서 라이스 장관의 방북 시점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관련장비를 구매할 것이라는 뉴욕타임스 보도와 관련해 "창의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보지만 지금 논의하기에는 좀 빠르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백악관이 북한의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나선 것과 관련,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를 통상적 훈련의 과정으로 보고 있지만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 그런 실험이 나온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미 양국은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간 정상회담에 대해 "현재 정해진 일정은 없지만 노 대통령의 방미는 언제든 편리한 시점에 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송 장관은 끝으로 "라이스 장관이 자이툰 부대의 파병 연장을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이 있다"면서 "따라서 한미간에 중동 상황을 계속 평가해 가면서 계속 협의키로 했다"며 구체적 답변을 회피했다.

앞서 송 장관은 존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 한미간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이라크 등 중동정세에 대해 논의했고, 오후에는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 보좌관을 만나 공동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라이스 장관은 회담에 앞서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종식시키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급속한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피력하면서 "유엔 실무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만큼 이제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신속하게 폐기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남북은 북핵 2.13합의 이행과 관련해 우리가 지원하기로 한 중유 5만t 공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접촉을 29,30일 개성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 갖는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김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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