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우 (사진가, www.siwoo.pe.kr)

사진가 이시우씨가 옥중에서 긴급하게 본사로 원고를 보내왔다. 내용은 유력한 대선 주자인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 후보의 한강하구 공약과 관련된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한강하구의 퇴적지를 매립해 인공섬을 만들고 그곳에 남북경제협력단지를 건설하는 이른바 ‘나들섬 건설 계획’을 내놨다. 이시우 씨는 오래 전부터 누구보다 앞서 ‘한강하구’에 대해 천착해 왔다. 이 씨는 이 후보측의 한강하구 공약인 인공섬(나들섬) 구상이 “남한 땅에 위치”하고 있다는 중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 편집자 주

‘한강하구 인공섬’ 공약은 중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

유력한 대선 후보 중의 한 사람이 한강하구에 인공섬을 만들어 남북경협단지로 만들겠다는 대선 공약을 발표했다. 누구든 평화와 통일에 대한 상상력과 의지를 갖는 일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실행을 위한 정책이 되기 위해선 역사적 통찰과 세계적 전망 등을 두루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후보의 정책팀에서 만들어낸 한강하구 인공섬 구상은 통찰과 전망은 고사하고, 기초 지식도 없이 급조한 한심한 상상이 아닐 수 없어 우려된다.

이 후보는 공약 발표에서 새로 조성될 인공섬이 “군사분계선과 붙어 있기 때문에 북측 노동력을 나들섬으로 출퇴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시장 시절 한강하구를 통해 마포나루의 거북선을 통영으로 이동시키는 행사를 연출한 적이 있다.

당시 서울시는 ‘한강하구는 비무장지대이고 유엔사령관의 허가 없이는 갈 수 없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다. 필자는 오보이길 바랐다. 이번 공약 발표에서 이 후보는 한강하구에 군사분계선이 있고 비무장지대라는 당시의 그릇된 인식을 그대로 확인하였다.

정전협정 1조 5항에 따르면 한강하구는 민간선박의 항행에 개방된 곳으로 군사분계선도 없고 비무장지대도 아니다.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는 육지에만 존재한다. 따라서 한강하구는 정전협정 당사자인 인민군도 유엔사도 관할권이나 관리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 후보는 구상중인 인공섬이 “남한 땅에 위치”한다고 오해하고 있다.

한강하구에는 두 개의 섬이 있다. 김포와 근접한 유도와 교동도에 근접한 역섬이다. 이 후보가 착안한 한강하구 퇴적지는 대동여지도에는 ‘정사초’로, 현재 지도에는 청주초로 불리는 곳이다. 이들은 남한은 물론 유엔사도 관할권 따위를 주장할 수 없는 곳이며, 이런 오해에 기초하고 있는 이상 남북화해는커녕 시작도 하기 전에 남북 또는 북미간 불화만을 만들어 낼 것이다.

계획 자체가 좌초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 정책과 공약의 기본 토대가 사상누각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 구상에 역사적 통찰과 세계적 전망을 기대하는 것은 아예 처음부터 무리한 것인지 모른다.

한강하구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문제

그러나 한강하구에 대해 여러 구상과 정책을 갖게 될 분들께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 하나를 지적하고자 한다.

국제해양법에 따르면, 이 조약의 가장 예민한 주제인 영해, 영토 항목에 ‘간출지’(干出地, low tide elevation)란 장이 하나의 조항으로 할애되어 있다. 보통 섬은 무인도일 경우 영해의 기점, 즉 영토로서 인정되는데 논쟁이 있다. 우리의 독도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간출지, 즉 조수에 의해 물에 잠겼다가 드러났다가를 반복하는 영토와 연결된 퇴적지는 영해의 기점, 즉 영토로서 간주된다.

따라서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바뀌고 그 뒤에 남북간 통일협정을 체결하는 순서로 전개된다고 했을 때 이 후보가 제안한 한강하구의 정사초는 영토 분쟁이나 관할권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는 장소이다. 한강하구의 간출지는 북측에 연결된 것이 분명한 곳도, 남측에 연결된 것이 분명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가 자기 영토와 육지의 연장으로 주장될 때, 심각한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간출지 위에 대규모 인공섬을 건설하겠다는 구상은 환경 생태적 문제는 물론이고 분쟁의 불씨를 점화시키겠다는 구상에 다름 아니다. 정부가 북측과 합의한 간출지 모래 준설(浚渫) 계획보다 한참 생각을 더 해봐야 하는 구상이다.

정부 역시 모래 준설 계획이란 경제적 측면만으로 한강하구 간출지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근시안적 시각이 아닐 수 없다. 하구의 퇴적지는 강 상류와 연변에 위치한 숲의 문제이다. 거시적으로 한탄강, 임진강, 한강에 인접한 숲을 복원하는 관점에서 갯벌과 퇴적지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족의 생존이 걸린 평화의 과제를 긴급하게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면 간출지가 영토 분쟁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하는 선까지만 모래 준설을 허용하는 것은 고려해볼 만하다. 그 선이란 썰물 때에도 간출지가 지상으로 드러나지 않는 선이다. 간출지의 기준은 조수의 저조선(低潮線=간조선)이기 때문이다.

모래 준설의 경제적 측면에만 집착하지 말고, 평화와 통일로의 안전한 이행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썰물에 잠기는 선까지 만을 준설하고 경제적 효과는 생태적 상상력을 통해서도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강하구는 정전체제와 유라시아의 지정학 질서, 환경적 가치를 총체적으로 고려해야할 장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강하구에 대한 섣부른 공약 따위로 관심을 호도하기엔 강화 주민들의 인식이 훨씬 앞서 나가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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