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공동선언발표 7돌 기념 민족통일대축전(6.14-17) 평양대회가 한바탕 파행 끝에 무사히(?) 마쳤다. 여기서 파행이란 15일 인민문화궁전에서 열기로 한 6.15대축전의 꽃인 ‘민족단합대회’가 무산된 것을 말한다. 이번 파행은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의 주석단 참여문제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파행의 본질은 ‘북한 대 한나라당의 대결’이고 내용적으로는 ‘6.15선언 지지 대 그 반대와의 충돌’이었다. 아무튼 당일 민족단합대회에서 한나라당 의원이 주석단에 오르려는 순간 북측이 이를 막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남북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6.15공동선언 이행에 제동을 걸고 있는 한나라당이 6.15를 기념하는 행사의 주석단에 오를 수 없다는 북측의 입장과 특정 정당을 배제할 수 없다는 남측의 입장이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결국 당일 대회는 무산되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귀환일인 17일 한나라당 의원들을 배제한 채 민족단합대회가 열렸다.

왜 이같은 일이 일어났을까? 물론 그간 북한의 대(對)한나라당 인식에서 보면 이번 6.15대축전에서 북한이 한나라당을 거부한 것은 당연하다. 북한은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남한에서 반보수투쟁이 민족대단합 실현의 중요한 고리’라고 주장함과 동시에 ‘한나라당=반동보수세력’으로 규정하면서 “남조선의 각계각층 인민들은 반보수대연합을 실현하여 올해의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매국적인 친미반동보수세력을 결정적으로 매장해버리기 위한 투쟁을 벌이자”고 밝혔다. 북한에서 한 해의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는 신년공동사설이 나오자 이후 각 기관에서 대한나라당 십자포화가 무차별적으로 쏟아졌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보도(1.4), 정당.정부.단체들 연합성명(1.17), 조국통일연구원 비망록(2.5) 등이 그것이다. 이 속에서 북한은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집권 저지투쟁을 촉구하면서, 한나라당의 ‘숱한 죄행가운데서 가장 엄중한 죄악이 6.15공동선언을 전면 부정한 것’이라고 맹공했다.

이처럼 이제까지 북한이 내뱉은 말에 의하면 한나라당 의원의 주석단 자리배치 배제는 물론 아예 방북조차 막는 것도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한나라당 의원의 방북과 6.15행사 참여가 공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의원은 남측의 다른 정당, 사회단체, 종교단체 대표들과 함께 평양에 왔고 이 일련의 과정에서 ‘검열’이 심한 북측당국의 허가를 받아 행사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 의원이 주석단에 오를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것도 주석단 명단에 한나라당 의원이 표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갑작스런 전변을 두고 북측의 ‘실수설’과 ‘기획설’ 또는 남측의 ‘과욕설’과 행사 당일 ‘우발설’ 등이 나오는 데 정확한 건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결과론적으로 볼 때 한나라당 의원의 주석단 배치는 애초부터 불가(不可)였다는 것이다.

주석단 배치와 관련한 북한의 기준은 하나일 것이다. 6.15선언을 지지하냐 아니냐다. 게다가 이번 행사는 6.15선언 7주년 기념행사다. 이 기준이 더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행사에 온 한나라당 의원과 주석단에 오르는 한나라당과는 다르다. 물론 한나라당에도 6.15공동선언을 지지하는 개별 의원이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의원이 주석단에 오르는 순간 그 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색채와 관계없이 한나라당을 대표하게 된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나라당은 북한이 통일의 이정표라고 부르면서 금과옥조로 여기는 6.15공동선언을 부정해 왔고 특히 6.15선언이 이뤄진 6월15일을 ‘국치일’이라면서 명백히 6.15선언을 반대한 당이다. 북한이 한나라당 의원의 방북을 ‘일상적’ 치원에서는 허가하면서도 주석단에 오르는 ‘역사적’ 차원만은 막고 싶었을 것이다. 6.15를 계선으로 해서 북한과 한나라당이 명확히 갈리는 것이다.

결국 이번 6.15대축전에서 명확해진 것은 ‘북한 대 한나라당과의 대립관계’다. 이런 큰 틀 속에서 이번 6.15대축전은 한편으로 6.15선언을 지지하는 세력들끼리 ‘민족단합대회’를 치르고 다른 한편으로 6.15선언을 반대하는 세력(한나라당)을 제외한 ‘반보수대연합’을 성사한 격이 되었다. 남측의 사회단체, 종교단체 대표들이 한나라당을 배제한 민족단합대회 개최에 이의를 달지 않은 데서도 확인된다. 한나라당은 전민족적 차원에서 볼 때 북측 전체세력과 남측의 6.15선언 지지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었다. 이번 6.15대축전에서 북한은 대한나라당 인식을 내외에 명확히 밝혔고 한나라당은 북한과의 신뢰구축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불구대천(不俱戴天)의 관계인 북한과 미국도 2.13합의와 최근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로 관계정상화의 길로 접어들 전망이다. 이제 한나라당은 정권 획득에만 급급하지 말고 그 이전에 6.15선언 지지를 통해 북측과 대결을 피하고 민족단합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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