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남북공동선언 발표 7주년을 맞이할 즈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2.13합의 이행에 걸림돌인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이어 정부당국이 그간 막아왔던 대북 식량 지원을 하기로 했다는 기쁜 소식도 들려온다. 이같은 반갑고 기쁜 소식으로 마침 6.15민족통일대축전 참가를 위해 평양으로 간 남측 민간대표단의 발걸음이 가볍고 이를 맞이하는 북측 대표단의 어깨도 가벼울 듯하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한반도 평화와 통일문제는 세 개의 파트너를 상대로 한다. 다름아닌 북미관계, 남북 당국간 관계 그리고 남북 민간 관계 등이다. 6.15대축전의 분위기에다 남북관계 복원과 2.13합의 이행 등이 점쳐지면서 모처럼 이들 세 관계가 활짝 기지개를 펴는 모습이다.

6.15선언 이후 남북이 가장 자주 교류하고 단합해 온 것은 민간 차원이다. 그러기에 민간통일운동이야말로 통일의 전령사라 불릴 만하다. 민간 관계는 정세가 긴장될 때 남북을 잇는 유일한 끈인 동시에 더 나아가 당국관계를 견인하고 여기서 힘을 받은 당국관계가 북미관계에까지 좋은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적 작용을 하게 한 적도 있다. 2005년 6.15공동선언 5주년 평양행사 때가 그랬다. 당시 남측 정부당국이 민간 차원의 6.15행사에 참가해 김정일-정동영 특사면담을 이끌어냈고 동시에 그때까지 고착돼 있던 6자회담 재개 소식도 나왔다. 모두가 남북 민간행사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이번에는 남측 당국이 참가는 안했지만 지금 평양에서는 민간 차원의 6.15 7주년 대회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민간 차원 말고도 매우 주목할 만한 민간 차원이 하나 더 있다. 다름 아닌 김대중(DJ) 전 대통령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DJ는 현직일 때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6.15공동선언 합의를 이끌었다. DJ가 정치에서 은퇴했기에 민간 차원이라 부를 수도 있겠지만 그 정치적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반민반관(半民半官)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겠다. DJ 역시 민간 차원의 통일운동세력 못지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 DJ는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북할 뻔 했으며 여전히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무시못할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런 DJ가 14일 6.15공동선언 7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마침 행사도중 BDA 문제 타결소식이 날라 왔다. DJ는 “오늘을 축하하는 이날이야 말로 과거 어떤 기념일보다도 우리가 희망을 갖는 자리가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BDA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에 결국 북핵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상기됐다.

6.15공동선언 7주년을 맞이하면서 남북이 기념행사를 하는데 유독 무심한 데가 한 군데 있다. 남측 정부당국이다. 평양에서는 남북 민간이 공동행사를 하고 있고 여기에 북측 당국이 강력한 지원을 하고 있으며, 남측에서 반민반관의 DJ도 자체 기념행사를 가졌다. 그런데 남측 당국만이 묵묵부답이다. 6.15공동선언 7주년이면 정부 차원에서 한마디쯤 나와야 하지 않은가. 참여정부는 국민의정부의 통일정책을 계승한다고 했는데 그 핵심은 6.15선언을 이어받는 것이다. 게다가 민간 차원에서 6.15를 국가기념일로 제정하자는 견해가 심심찮게 나오는 판에다, 얼마 전에는 국회 차원에서 의원 161명이 서명해 ‘6.15공동선언기념일 제정 결의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정부만은 6.15선언에 대해 함구하고 노무현 대통령 역시 숱한 정치적 언사는 쏟아 부을지언정 ‘통일’이나 ‘민족’이라는 단어 하나 찾아볼 수가 없다. 노무현 정부가 맞이하는 마지막 6.15선언 기념일이기에 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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