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민중항쟁 20주년을 맞은 10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정부의 기념행사 참석을 거부한 유가족들이 항의집회를 열고 민주화운동심의위원회의 민주인사에 대한 기각 결정을 항의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객원기자]
“노무현이 보고 소주나 두병 사오라 그래.”

20년 전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된 이한열 열사와 박종철 열사. 

고(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와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씨는 10일 아침 일찍부터 6월 민중항쟁 20주년을 기리는 정부측의 첫 공식 기념식이 진행되는 세종문화회관 앞마당에 주저앉아 이같이 말했다.

▲ 이날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씨와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 씨는 정부측 공식 기념행사 참석을 거부하며 비표를 반납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배은심 씨와 박정기 씨는 “유가족들이 20여년 동안 싸워 6월10일을 기념일로 제정했으나 정작 장준하, 박태순 열사 등 누구나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사망을 한 것이 분명한데도 최근 민주화운동심의위원회가 기각 결정을 내리는 등 말도 안 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투쟁 자체를 인정했으면 내면적인 것들도 그에 따라야 할 것인데 하나도 이뤄지지 않아 이 같이 자리 펴고 앉았다, 노무현이 보고 우리 이런 행사에 초대할 것 없이 여기서 유가족들과 나눠먹게 소주나 두 병 사오라”며 정부측을 성토했다.

이날 배은심 씨와 박정기 씨 그리고 유가협 회원들은 장준하, 박태순 열사 등 최근 민주화운동 심의 결과 기각 판정이 난 것과 관련, “민주화운동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기념식장에 들어가지 않았다.

특히 배은심 씨와 박정기 씨는 이날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된 열사의 유가족이기 때문에 단상에 자리가 마련됐으며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진행하는 이벤트가 있어 의전을 담당하는 관계자들이 몇 차례나 찾아와 행사 참석을 권유했으나 비표를 반납하며 이를 거부했다.

6월 민중항쟁 20주년 기념식장에서는 ‘애국가’가, 밖에서는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며 정작 항쟁의 중심에 있던 열사의 유가족이 빠진 채 정부측의 기념행사가 진행돼 축사만이 난무하는 행사로 전락했다.

▲기념행사에 참석을 거부한 유가족들 뒤로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와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씨는 10일, 6월 민중항쟁 20주년 첫 정부의 공식 기념식 초청인사임에도 불구하고 기념식장인 세종문화회관 앞마당에서 입장을 거부하고 농성을 했다.

그러던 중 “국가기념식이 시작되니 이제 그만 농성을 접어달라”는 정부측 의전담당자들에게 배은심 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오면 길을 막고 드러눕고 싶은 심정인데 그것도 모르고 자꾸 비키라고 하느냐”며 “이 정도로 하는 것도 많이 참는 것이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날 배은심 씨와 박정기 씨 그리고 일부 유가협 회원들은 장준하, 박태순 열사 등 최근 민주화운동 심의 결과 기각 판정이 난 것과 관련, “민주화운동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기념식장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들은 “장준하, 박태순 열사 등은 의문사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누군가에 의해 돌아가셨는지 확실한데도 기각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유가족들이 20여년 동안 싸워 6월 10일을 기념일로 제정했으나 투쟁 자체를 인정했으면 내면적인 것들도 그에 따라야 할 것인데 하나도 이뤄지지 않아 이 같이 자리를 펴고 앉았다, 노무현이는 우리를 이런 행사에 초대할 것 없이 여기서 유가족들과 나눠먹게 소주나 두병 사오라”고 말했다.

특히 “현장에서 다치거나 죽어야만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되는 심의위원회의 잣대를 이해할 수 없다”며 “시위과정 외에도 민주화운동 과정 중 병이 들어 죽을 수도 있고 또 민주화운동을 위해 애를 쓰다 돌아가실 수도 있는데 그럼 그분들이 모두 민주화운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박정기 씨는 “6월10일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됐다고 하지만 기념일로 제정만 했지 서울 근교에 공동으로 묘지를 만들어 기념하는 일 등 세부적으로 추진해야할 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노력은커녕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한 “처음 진행되는 행사로 우리 가족들의 자리가 중앙에 마련이 돼 있을 것인데 그 자리가 비어 있으면 정부에서도 느끼는 것이 많을 것이다”며 “앞으로라도 6월 정신에 맞도록 심의되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진행되는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해 아쉽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배은심 씨는 “6월 항쟁은 몇몇의 열사에 의해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당시의 수많은 열사와 희생자들에 의해 맺어진 결실인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나만 들어갈 수 없다”며 “비록 나는 들어가지 않지만 많은 분들이 기념일이라고 들어가니까 섭섭하지 않고 오히려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기자들에게도 “입맛에 맞는 좋은 것들만 잘라 방송하지 말고 우리가 하는 얘기 다 방송토록 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날 6월 항쟁을 기리는 정부의 첫 공식 기념행사에 당시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이한열 열사와 박종철 열사의 유가족이 참석을 거부함에 따라 그 의미가 바랬다.

추모연대 “노무현 정부가 민주화 운동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오전 10시 정부측 공식 기념행사에 앞서 추모연대와 의문사유가족대책위는 오전 8시 민주열사 민주화운동 불인정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한편, 이에 앞서 추모연대와 의문사유가족대책위는 오전 8시부터 ‘민주열사 민주화운동 불인정 결정 철회 및 사과 촉구 기자회견-과거 정권의 폭력적 인권유린 행위에 면죄부를 주지마라!’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 추모연대 김명운 집행위원장은 “정권에 의해 살해된 열사들에 대한 민주화운동 관련성 심의 결과 최근 계속 기각 결정이 내려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과연 민주화 운동 보상심의위원회가 열사를 존중하려는 단체인지, 깎아내리고 법적인 이름으로 정당하게 정권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단체인지 모르겠다”며 “오늘 행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축사를 한다고 하는데 이런 위원회를 방치하는 노무현 정부가 민주화 운동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노무현 정권이 반성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진보연대(준) 정광훈 공동의장은 “민주화운동보상 심의위원회는 항일 빨치산부터 제종철, 허세욱 열사까지 민주화운동 심의를 해야 할 것”이라며 “노무현은 허세욱, 전용철 등 FTA파시즘으로 죽인 것으로 이들까지 모두 민주화운동 희생자 명단 안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은 “6월 항쟁 20돌을 맞아 모든 언론 등이 앞 다퉈 당시를 회상하는 보도를 하고 있으나 박종철, 이한열, 전태일, 강경대 열사의 유족들은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6월 항쟁이 20주년을 맞아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며 명예회복이 됐다고 하지만 그때 함께 한 사람들은 명예회복이 되지 않는 서글픈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며 “6월 항쟁의 끝자락으로 탄생한 노무현 정부가 진정으로 6월 정신을 계승하고자하면 알량한 법률 잣대로 역사의 진실을 재단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승연대 권오헌 대표는 “1998년 422일간 국회 앞에서 싸워 ‘의문사진상규명법’ ‘민주화운동명예 회복에 관한 법률’ 등을 이끌어 내 명예회복이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기각 결정이 줄을 잇고 있다”며 “보상심의위원회가 여러 정파가 함께 있다고 하지만 정파를 떠나 과거청산, 역사왜곡 등을 바로 잡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박태순 열사의 누나 박희순 씨는 “동생을 9년 넘도록 찾았으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조사 시작한 지 2주만에 시흥역에서 사망한 것이 밝혀졌다, 동생이 기무사의 소위 마파람 사업이라는 용공조작 사건의 대상이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는데도, 최근 민주화운동 관련성 심의에서 기각 판정을 받았다”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인정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기각되는 사례가 많은데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낭독했다.

민주노총 박정곤 부위원장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특히 대통령 추천으로 임명된 3인의 위원이 이번 불인정 결정에 동의를 했음에도 어떠한 유감 표명도 하지 않고 있는 노무현 정부에 대해 과거 군사독재의 잔재를 청산하고 민주화를 진전시켜 나가려는 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현 정부를 성토했다.

또한 결의문은 “6월 항쟁 20주년이 되는 오늘, 민중 항쟁의 토대가 된 민주 열사들에 대한 명예회복은 뒤로 하고 민주항쟁을 국가기념일로 정해 2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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