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김양희 객원기자가, <겨레하나>가 주최한 북측 협력사업장 방문단 일원으로 5월4일부터 7일까지 3박4일간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지난해 11월달 이후 두 번째다. 평양방문 신청부터 소감을 정리한 김양희 객원기자의 평양방문기를 일기식으로 순차적으로 싣는다. 제목을 편의상 지난해와 구분하기 위해 <김양희 기자의 평양일기 Ⅱ>로 한다. / 편집자 주

▲ 5.5 아리랑 공연 광경. 올 상반기 마지막 공연이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북녘의 호텔과 식당 곳곳에는 아리랑 홍보 동영상을 틀어주고 있었다.

동영상에는 아리랑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북녘에서 아리랑이 어떤 의미와 내용인지를 소개하고 있는데, 제가 몇 번씩 동영상을 듣고 받아 적은 것이긴 하지만 제게 익숙치 않은 발음으로 인해 일부 잘못 알아들은 부분이 있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북녘에서 소개하는 ‘아리랑’

「이 행성 동방 한 끝 맑은 아침의 나라 조선의 수도 평양에서 성대히 진행되는 대집단체조와 예술 공연 아리랑은 맑은 물이 유구하게 흐르는 대동강에서 한 송이 목란 꽃같이 피어오르는 5월1일 경기장 바로 여기서 반만년 유구한 역사와 민족의 슬기 표현하는 대서사적 화폭 아리랑이 공연되고 있다.

모두 4개의 장, 서장, 종장, 13개 경으로 구성된 대집단체조와 예술 공연 아리랑은 조선의 명곡들과 아름답고도 우아한 민족무용, 힘 있는 집단체조, 매력 있는 교예, 황홀한 배경으로 동서고금에 있어 본적 없는 대걸작이며 21세기 대표적인 본보기 작품이다.

오래 전부터 단군민족 노래로 오늘은 통일조선의 노래인 아리랑은 이 작품의 주제가이다.

옛날 리랑과 성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의 전설에서 유래된 아리랑은 한때 나라 잃고 정든 고향을 떠나 만리타향을 떠돌던 동포들이 부르던 리별의 노래이자 쓰라린 고별의 노래였다.

그러나 이제는 어제 흩어진 해외동포들이 너도 나도 다시 찾아와 안기고 온 세상 친선사절들이 돌아와 반기는 상봉의 노래이며 행복의 노래, 강성부흥의 노래로 이어지고 있다.

쓰라린 과거에서 행복한 오늘에 이어 희망찬 미래가 다 있는 아리랑의 세계.

누구나 한 번 보면 인류사 수 천 년을 다 느끼며 살아온 듯 심취돼 굳어지는 아리랑은 세계적인 대걸작품으로 날이 갈수록 더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예로부터 유달리 음악을 사랑하고 무예를 중시하며 춤과 율동을 즐겨온 조선민족의 슬기로 빛나던 지혜는 사회주의 빛나는 조선로동당 시대에 최절정 오늘에 이르렀다.

하나의 강토, 하나의 민족, 하나의 언어, 하나의 글, 하나의 문화와 전통을 가진 단일민족인 우리 인민들이 평화와 정의를 사랑하고 남달리 자주적 존엄을 귀중히 여겨 세계 모든 인민들의 단결과 세계 친선, 화목을 위해 뜨거운 마음을 바치는 것을 이번 공연 관람으로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평양 재간둥이로 소문난 5~7살부터 10살 학생소년, 20대 청춘남녀들, 중년 노년의 재능 많은 인민예술가, 공훈배우, 창작가들이 모두 함께 마음도 뜻도 재능도 하나가 되는 황홀경 예술의 극치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인간의 무한한 창조적 지혜, 재능을 아름답고 숭고한 예술로 집대성한 아리랑은 사회주의 조선의 자랑이며 인류 공동의 문화적 재부이다.

서장부터 종장까지 15만석의 거대한 경기장을 신비경의 꽃바다, 황홀경의 춤바다에 잠기게 하는 아리랑은 삼라만상을 보여주는 하늘의 현대적 조명장치를 보면 현대미술을 그리는 배경대를 놓치고 배경대를 보면 힘차고 박력 있는 바닥의 율동을 못 보니 한 두 번의 관람으로는 작품의 아름답고 숭엄한 세계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올해는 원대한 포부와 신심이 넘치는 선군조선의 활력 넘치는 지상의 위엄과 보다 높은 수준의 현대화된 예술작품에 볼수록 새로운 감명을 받을 것이다.

젊은이들에게는 인간의 존엄과 긍지와 낭만을 늙은이들에게는 생의 활력과 젊음 안겨주며 꿈속의 환상세계, 행복의 무아지경을 느끼게 하는 선군조선 아리랑은 평양관람 신청을 늘어가도록 하고 있다. 어서오시라 아리랑이 펼쳐지는 평양으로~!」

‘아리랑’의 모태가 됐다는 리랑과 성부의 전설

▲ 아리랑은 핍박받던 우리 농민의 삶과 투쟁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아리랑의 모태가 됐다는 리랑과 성부의 전설과 관련, 북녘의 민요 소개 책자에서는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리조 중엽, 어느 한 마을에 김좌수라고 하는 지주네 집에서 리랑이라고 하는 총각과 성부라는 처녀가 머슴을 살고 있었다.

어느 해인가 마을에는 전례가 없었던 혹심한 가물로 하여 흉년이 들었다. 그리하여 농민들은 가을부터 식량난으로 아우성들이었다. 그렇지만 지주는 이에 아랑곳없이 기어이 소작을 바치라고 하면서 농민들과 소작인들을 못살게 굴었다.

지주의 마름이 이 마을 저 마을로 동분서주 하였지만 빈손으로 돌아 오군 하였다. 그러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른 지주는 자기가 직접 나서서 집집마다 다니며 고간을 뒤졌다. 그러나 아무 소득도 없게 되자 지주는 매 농가에서 얼마 안 되는 중곡마저 모조리 빼앗아 냈다.

마을 농민들은 중곡이 있어야 래년에도 농사를 지을 수 있으니 제발 그것만은 돌려 달라고 애걸복걸 하였으나 악착한 지주는 기어이 농민들에게서 종곡을 빼앗아 가고야 말았다.

그러자 이에 격분한 농민들은 폭동을 일으켰는데 리랑과 성부도 이 폭동에 참가하였다. 그러나 워낙 교활하기 그지없는 지주는 머슴의 옷을 갈아 입고 집을 빠져 나와 고을 관청에 찾아 가 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지주의 고발을 듣고 난 원은 폭동을 진압할 데 대한 령을 내렸다.

그리하여 폭동을 일으킨 마을농민들은 관군의 추격을 받게 되었고 온 마을은 농민들의 피로 물들었다.

바로 이 류혈적인 참변에서 리랑과 성부는 다행하게도 관군의 추격에서 몸을 피하여 수락산이라고 하는 산속에 들어가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그 후 봉건관료배들과 지주의 착취를 반대하는 농민들의 투쟁이 고을의 여러 곳에서 일어났다. 리랑은 폭동군의 진압으로 억울하게 죽은 마을 사람들의 원수를 갚아줄 결심을 품고 싸움터를 향해 고개를 넘어 갔는데 그때 성부가 사랑하는 남편과의 리별이 서글퍼서 즉흥적으로 부른 노래가 ‘아리랑’이라는 이야기로 전해온다.

‘아리랑’(我離郞)이란 어원은 문자 그대로 사랑하는 나의 랑군(님)과 헤어진다는 뜻에서 유래된 곡명이라고도 하며 성부의 남편인 리랑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관람비보다 공연비가 더 많이 든듯한 ‘아리랑’

▲ 평양 양각도호텔에는 아리랑 공연 참관차 방북한 외국인들로 붐볐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동영상을 볼 때마다 일행들의 애타는 마음은 더욱 커졌다. 다행히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해서인가 천둥 번개가 치며 비가 내리던 하늘도 잦아들고 있었다. 조마조마 마음을 졸이던 우리는 희소식을 들었다. 이번 김일성 주석의 탄생 95돌을 기념해 상영되는 아리랑의 마지막 공연을 볼 수 있게 된 행운을 잡은 것이다.

5월1일 경기장에 가까워 올수록 화려한 조명, 리허설 중인 무용수들을 만나면서 우리는 극도로 흥분하고 있었다. 경기장 입구엔 중국인들을 비롯, 서방 국가들의 관광객부터 취재진까지 많은 이들이 엉켜 북적이고 있었다.

덕분에 주차를 관리하는 북녘의 담당자는 애를 먹으면서도 얼굴에서 연신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먼저 경기장에 들어선 관람객들 중의 일부는 우리 일행의 손에 들린 단일기로 남녘에서 온 손님들이라는 것을 알아보고는 박수를 보내준다. 일행들도 힘차게 단일기를 흔들며 ‘우리는 하나’ ‘조국통일’ 등을 외친다.

경기장에 들어서니 2만 여명 배경대의 환호 소리에 귀가 먹먹할 정도이다.

‘살아 움직이는 신비한 화폭’이라 불리는 배경대는 길이가 180m에 이르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이들이 들고 있는 종이는 10kg에 이른다고 한다. 배경대 외에 운동장 바닥에서 무용을 선보이는 인원이 8만 등 총 10만 여명이 이 공연에 참여하고 있다.

일부 외화벌이 등을 위해 공연을 한다는 시선도 있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는 차라리 공연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남을 것 같다.

▲ 아리랑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배경대(카드섹션)이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언뜻 보더라도 엄청나고 화려한 공연을 위해 각종 무대 장치, 화려한 조명, 의상, 배경대 색지, 악단 등등 완성도 높은 공연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훨씬 클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북녘에서만 유일하게 이런 거대한 공연을 할 수 있는 것도 주판알을 튕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북녘에서는 아리랑 공연을 통해 집단이 발휘하는 힘을 내 외부에 과시하고 문화적 우수성을 자랑하고 있다.

이날 들어온 관람객만 5만 여명, 15만이 들어간다는 5월1일 경기장은 사실상 공연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구석진 곳 외에는 거의 다 찬 셈이다.

4월14일부터 시작돼 5월5일까지 진행된 이번 공연 기간 중 단 3일만을 공연 출연자의 휴식을 위해 쉬어 이번 공연기간 동안 총 관람객은 100만 여명에 달한다.

남녘의 다른 단체에서 온 이들도 공연장에서 서로 마주치게 되자 이들은 특별한 곳에서의 만남에 서로 반가운 인사들을 나눈다. 대부분 양각도 호텔에 묵고 있어도 서로 다른 일정에 만나기 어려운데 이곳에서 만난 것이다.

공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비가 와 물이 흥건한 운동장을 정리하고 있다. 분명 이곳을 찾은 수 만 명의 관람객들 모두 비가 얼른 그치고 공연을 볼 수 있기를 바랐을 것이다.

주변을 살펴보니 북녘 주민들도 우리와 함께 곁에 앉아서 공연을 보고 있다.

내 옆에는 아이를 무릎에 앉혀 공연을 보여주려는 어머니가 있다. 아이는 오늘의 공연을 기억할까? 기억을 하던, 못하던 엄마는 집단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또 엄마와 똑같은 남녘 사람들을 보여주며 통일을 이야기 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빗줄기 속에서 상연된 ‘아리랑’

일제시대 정든 고향산천을 뒤로 하고 흩어져야 했던 민족의 아픔을 표현한 ‘제1장 아리랑 민족’, 선군정치로 시련을 이기는 인민들의 의지를 표현한 ‘제2장 선군 아리랑’, 군사대국에 이어 경제강성대국 건설로 지상낙원을 꿈꾸는 ‘제3장 행복의 아리랑’에 이어 6.15시대를 맞아 우리 민족끼리 통일을 이룬다는 ‘제4장 통일의 아리랑’까지 관람객들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

▲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이 잘 표현됐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 중간에 쏟아진 폭우에도 불구하고 공연은 무사히 끝났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특히 5~7세 어린이들의 공연으로 구성된 2장 2경의 ‘활짝 웃어라’에서는 깜찍한 아이들의 모습에도 환호했지만 이내 그쳤던 비가 이때부터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 어린이들이 혹여 미끄러져 다치지는 않을지 조마조마했다.

올해의 공연이 지난 2005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에는 신년사설 등에서 강조한 ‘선군(先軍)혁명 총진군’을 공연에서도 그대로 표현했는데 마찬가지로 올해 신년사설에서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경제 강국건설’을 중점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난 2005년 공연에서는 제2장 6경의 주제가 ‘인민의 군대’로 인민군의 총검술 장면이 남녘 관람객들을 자극할 수 있다고 해 공연 중 장면을 삭제하는 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으나 올해 공연은 인민의 군대장이 ‘아리랑 민족의 기상’이라는 이름의 태권도장으로 바뀌며 태권도의 힘있는 기상을 통해 조선 민족의 기상을 보여주고 있다.

대신 ‘3경 천지개벽’과 ‘4경 흥하는 내 나라’ ‘5경 더 높이, 더 빨리’는 농업은 물론 정보산업 시대에 과학기술의 첨단화로 인민경제의 현대화를 이루고 경제 강국의 신심을 드높인다.

나 외에도 지난 2005년 공연을 봤다는 이들은 대부분 공연 내용이 많이 유연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핵실험에 성공을 한 내용이 공연에 들어갈 법도 하지만 그 역시도 빠졌다.

▲ '통일의 문을 우리민족의 손으로'.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3장 행복의 아리랑에서는 레이저 빔, 교예, 배경대가 조화를 이뤄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어 4장 통일아리랑에서는 경의선 시험 운행을 앞두고 신의주에서 부산을 오고가는 기차를 선보이며 통일의 문을 우리 손으로 열어야 한다고 밝히고 ‘우리는 하나’ 노래를 부른다.

통일아리랑에서는 특히 “이 세상 이 하늘 아래 오직 하나 갈라진 땅 갈라진 아리랑 민족이 있다. 반세기가 넘는 분단 세월에 백발이 된 어머니가 아들 모습조차 알아볼 길 없고 헤어진 아들이 젖을 먹여 키워준 어머니마저 몰라보게 된 비극의 땅, 예로부터 화목하게 살아온 우리 민족이 하루아침에 생떼같이 갈라져 남남이 되어가는 이 땅. 세계의 양심이여 대답하라. 우리가 언제까지 갈라져 살아야 하는가?”라며 “수령님의 유훈은 조국통일”이라고 메시지를 던진다.

▲ 비둘기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통해 평화에의 염원을 표현하기도.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마지막 장 강성부흥 아리랑에서는 남북이 손잡고 세계로 도약하는 한반도 지구본과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리랑’ 공연은 남과 북의 자주적인 통일은 물론 세계 평화에 기여하겠다는 북녘의 의지를 함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공연하는 동안 5월1일 경기장이 돔 형태로 관람석을 보호하는 모양의 구조물이기 때문에 우리는 편안하게 관람을 했지만 바닥에 흥건히 고이는 물들과 불빛 사이로 비치는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며 우리가 공연을 보겠다고 너무 억지를 부린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와 가끔씩 미끄러지고 위태위태하면서도 참가자들은 마지막 공연을 무사히 마치기 위해 10만 여 명의 공연 참가자들은 미안하리만큼 최선을 다했다.

▲ 공연이 끝난 후 참관자들은 오래도록 기립박수를 보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이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일행은 90분간의 숨 막히는 공연이 끝나자 대단한 공연에, 그리고 또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열정에 감동하며 팔이 빠지도록 단일기를 흔들고 또 흔들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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