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후 서산지원에서 '만리포 한미연합상륙휸련 반대 기자회견' 3차 공판이 열렸다. 공판에 앞서 대기중인 피고인 등 참석자들. [사진-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작전계획 5027에 따라 진행되는 'RSOI-FE(연합전시증원연습 및 독수리훈련)'은 헌법 및 한미상호방위조약, 국제법 등에 따라 ‘위법’이라는 증언이 23일 법정에서 나왔다.

지난해 3월 만리포에서 'RSOI-FE(연합전시증원연습 및 독수리훈련)' 일환으로 진행된 한미연합상륙훈련에 대한 ‘반대 기자회견’ 3차 공판의 변호인측 증인으로 출석한 동국대 이철기 교수는 ‘작전계획 5027’과 ‘RSOI-FE훈련’이 헌법 및 한미상호방위조약, 국제법 등에 어긋나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5027-94 '휴전선 넘고', 5027-98 '선제공격까지 포함'

이날 2시 20분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108호 형사법정 형사1단독(재판장 진광철)으로 열린 3차 공판 증인신문에서 이철기 교수는 먼저 ‘작전계획 5027’의 성격과 목적을 ‘방어’가 아닌 ‘선제공격’이라고 증언했다.

이 교수는 “작전계획 5027의 목적은 한반도 전면전에 대비한 작전계획으로 북한 점령과 북한 정권 붕괴”라고 밝혔다.

이어 “(작전계획 5027이) 90년 전까지는 방어적 성격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북이 남침하는 것에 대비해 휴전선에서 억지한다는 것”이라면서도 “94년부터는 휴전선 방어뿐만 아니라, 북한의 동해안지역 원산과 서해안 지역의 상륙하고, 평양을 점령하는 등 공세적으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특히 “작전계획 5027-98판은 공세적인 것뿐만 아니라 선제공격을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침략 징후만 포착되더라도 선제공격을 할 수 있게 돼 있어 국제법에 위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시독트린’에 따라 ‘선제공격’이 명시화 돼 있으”며 “2001년 ‘핵태세보고서’,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는 북한에 대해 ‘핵무기 선제공격’을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국대 이철기 교수가 '평통사' 유영재 미군문제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이 밖에도 작전계획 5027-2002년판의 특이점으로 “한국정부와 협의 없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단행할 수 있도록 돼 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제거하는 것이 명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기 교수는 이어 사건의 근본 쟁점인 작계 ‘5027-04’에 대해서도 구체적 내용을 들며 위법성을 증언했다.

이 교수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공개한 ‘전략기획지침’을 들며 “5027-04의 작전목표는 북한군을 격멸, 북한정권 제거, 한반도 통일 여건 조성”이라며 “휴전선에서 북진하는 것과 동시에 북한의 동서해안에 상륙, 평양을 포위 점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영길 의원이 2005년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밝힌 ‘전략기획지침서’는 34차 한미연례안보회의에서 한미국방장관이 서명한 것으로 작전계획 5027이 북한정권을 붕괴시키고 북한군을 괴멸한다는 침략적 내용이 적시돼 있어 논란이 된 바있다.

아울러 이철기 교수는 “5027-04는 ▲미군 신속억제전력배치 ▲북한전략목표 파괴 ▲북진 및 대규모 상륙작전 ▲북한 점령 및 군사통제 확립 ▲한반도 통일”이라며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 미국의 입장은 휴전선 이북지역은 대한민국 주권이 미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의 체제가 붕괴 될 경우 유엔사에서 군정을 실시하고, 친미정권 세우는 것이 미국의 시나리오다”고 주장했다.

팀스프리트 대신한 ‘RSOI-FE 훈련’... “대규모 훈련 감행 세계서 유일”

이철기 교수는 재판의 발단이 된 ‘RSOI/FE 훈련’에 대해서 “한국 이외 다른지역에서는 이런 대규모 훈련을 실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은 군사훈련을 한다는 명분하에 침략을 해왔던 역사적 사실로 인해, 비엔나 협약에 따라 상륙작전 훈련시에는 3천명 이상일 때 42일전 통보를 해야 하고, 관련국가의 참관단을 초청하게 돼 있다”는 것.

아울러 “4만명 이상의 군단급 동원 훈련시에는 2년전 사전통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미국내에서도 여론 때문에 할 수가 없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여기에(한국) 와서 해보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날 증인신문에서 이철기 교수는 헌법과 UN헌장, 한미상호방위조약 등의 조항을 구체적으로 들며 만리포 군사훈련의 위법성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국제법상 선제 군사적 공격은 인정되지 않는다. ‘군사적 행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UN헌장 42조에 의해 UN안보리가 승인한 ‘군사적 제제조치’와 51조에 의한 ‘자위권 행사’의 경우”라며 “무력공격을 받아 UN안보리가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 방어적 목적으로만 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검찰측은 “상식으로는 선제공격이 실시된 이후에 자위적 군사적 행동을 실시한다는 것은 이론은 가능하지만, 현실은 불가능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부시독트린이라는 것이 선제공격을 한다는 것이다. 군사 징후만 보여도 미사일이나 항공모함으로 공격한다는 것”이라며 “그것 자체가 국제법으로 문제되고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고 이것을 한반도에 적용시키고 있어서 주관적 해석으로 인해 전면전으로 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철기 교수는 헌법 5조 1항의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는 평화주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밝히고, “무력통일을 전제로 하고 있는 작전계획 5027은 헌법 제4조의 평화적 통일정책의 수립.추진을 위배하고 있다”며 5027에 적시돼 있는 ‘통일’단계 역시 위헌임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아울러 한미상호방어조약,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 등을 근거로 들며 “만리포 군사훈련이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철기 교수는 청와대 국방발전자문회의 위원을 역임했고, <국방개혁 2020>에 참여한 바 있다.

"북한 침략 위한 군사훈련의 하나라는 것, 명백해져"

▲공판을 마치고 법원 문을 나서는 변호인단.
 [사진-통일뉴스 박현범 기자]

이날 또다른 변호인측 증인으로 출석한 통일뉴스 정명진 기자는 지난해 만리포해수욕장 현장 브리핑에서 국방부 관계자가 "이날 실시되는 연습은 '작계 5027-04' 3단계 2부에 의해 적용된다"로 발언했다고 증언했다.

정 기자에게는 '기자회견'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훈련중인 군인에게 물리력을 행사했는지, 피고인들이 군인들로부터 위협을 받았는지 등 사실관계에 대한 신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정 기자는 피고인들의 표현방식은 피켓팅 등으로 이뤄졌지 물리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군인으로부터의 위협과 관련해서는 "피고인을 향해 위협을 가했는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당시 취재중인 나 자신도 공포탄 등 폭발음으로 공포를 느꼈다"고 증언했다.

이날 공판을 마친 조영선 변호사는 "이번 증언으로 한미합동상륙연습이 북한을 침략하기 위한 군사훈련의 하나라는 것이 명백하게 됐다"고 평가하면서, "재판부가 ‘무죄’로 판결한다면 용기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재판은 만리포 훈련의 위헌성 문제가 핵심쟁점"이라면서, “검찰은 피고인들이 실질적으로 군사훈련을 방해했는지의 사실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법리적으로 ‘말’도 폭력이기 때문에 이를 검찰측이 주장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날 변호인단으로는 '민주화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권정호(미군문제연구위원장), 심재환 (통일위원장), 조영선, 장경욱 변호사 등이 공판에 참석했다.

‘한미연합상륙훈련에 대한 반대 기자회견’ 공판의 핵심쟁점이 이 훈련의 적법성 여부인만큼 이철기 교수의 증언이 판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작전계획 5027은 이미 2005년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폭로한 ‘전략기획지침서’에 따라 선제공격 등의 침략성이 드러난바 있지만, 법원이 RSOI/FE 연습의 위법성을 인정할지는 미지수다.

다음 공판에는 검찰측 증인으로 해병대 사령부 관계자와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출석할 예정이며, 일정은 5월28일 오후 3시로 결정됐다.

한편, 민변 등 시민사회단체가 지난달 22일 RSOI/FE연습에 대한 위헌확인 헌법소원를 제기한 바 있어, 헌법소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번 재판에 대한 선고가 일정기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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