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효고 = 하기연(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문예위원회 예술기획실장)

▲ 18일 효고현청에서 일본 민족학교 순회공연 중인 노래패 ‘우리나라’가 재일동포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은 강상구 대표가 성명서를 낭독하는 모습. [사진-우리나라]
최근 재일동포 사회에 대한 일본정부의 탄압은 더욱 노골화 되고 있다.

효고현만 보더라도 지난해 12월 부당한 강제 수색만 3차례를 당했고 올해 2월 초에는 '한 동포 상공인의 세리사법 위반'을 명분삼아 상공인들의 회관도 아닌 동포사업 건물인 총련 건물을 600여명의 경찰들이 에워싸고 12시간동안이나 압수수색을 벌인 일이 있었다.

경찰들은 전혀 상관도 없는 가무단 연습실까지 이 잡듯이 하루 종일 뒤지고 다녔고 그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거니와 관련 없는 물품들을 압수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특히 '효고 가무단' 무용수 단원이 경찰의 폭력에 얼굴을 맞은 장면은 남쪽에서 동영상으로 퍼지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에 한국민족음악인협회(이하 민음협)에서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같은 민족으로써 좌시할 수 없고 특히나 관련 없는 예술인들까지 탄압하는 상황을 보면서 규탄 성명을 발표하게 되었다.

▲ 효고현경에 성명서를 전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우리나라’. [사진-우리나라]
그리고 이 날(18일) 민음협의 요청에 의해 노래패 우리나라가 효고현경(효고현 경찰서로 우리의 지방경찰청에 해당)에 성명서를 전달하고 효고현청(행정기관, 우리의 도청에 해당)에서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었다.

효고현경에서는 경찰들의 제지로 인해 강상구 대표를 비롯한 두 명의 가수만 들어갈 수 있었고, 노래패 우리나라의 강상구 대표는 개인적으로 외국 경찰청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일은 평생 두 번 있기 힘든 일이라면서도 민음협의 성명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효고현경 관계자들이 굉장히 긴장하고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현장분위기를 전했다.

▲ 일본 경찰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사진-우리나라]
성명서를 전달하고 가지회견을 위해 노래패 우리나라는 효고현청으로 향했다.

기자회견에는 NHK 기자들과 효고현청에 상주하는 기자들이 오기로 이미 예정되어 있었지만 그들은 예정된 시간을 훨씬 지나서도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일본 언론에서는 이미 일련의 상황과 관련해 다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있다며 효고현 여맹위원장이 몹시 분통해 하기도 했으며 우리나라 단원들은 몹시 황당해 하면서도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 기자회견장에 ‘우리나라’의 ‘고향의 봄’이 울려퍼졌다. [사진-우리나라]
분노의 맘을 잠시 누르고 논의 끝에 성명서를 일본 땅에서 낭독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노래패 우리나라는 당당하게 성명서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정된 ‘고향의 봄’을 불렀다.

기자회견장에서 울려 퍼진 ‘고향의 봄’은 망향의 그리움이 아닌 우리 동포들의 분노와 각오를 대신하는 듯 했다.

노래패 우리나라는 이후에도 14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민족학교 응원공연 ‘우리학교는 우리고향이다’ 라는 주제로 계속 순회공연이 계획되어 있다.

<한국민족음악인협회 성명>

너희가 민족의 넋, 민족의 힘을 아느냐!!
- 효고현 경찰당국을 비롯한 일본 당국의 재일조선인 탄압을 규탄한다. -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아베 총리의 뻔뻔한 망언들을 접하며 우리는 연일 기가 막혀 하고 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점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학살하고 탄압하고, 최소한의 인간취급도 하지 않으며 짐승같은 만행들을 벌였던가.
그러면서도 일본은 용서를 빌지는 못할지언정, 전쟁에 패한지 반세기가 지난 오늘까지도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세기가 바뀐 지금에도 일본으로부터 날아오는 동포들의 소식은 지난 세기의 치욕을 떠올리게 한다.

어린 여학생들의 치마를 찢고, 자른 손가락의 협박편지를 보내고, 돌멩이를 집어던지는 등의 몰상식한 행동들을 서슴지 않는 일본 우익들은 물론이지만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일본 정부가 나서서 이런 우익단체들에게 힘을 보테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는 학교, 예술인들의 활동 공간, 총련본부, 심지어는 개인주택까지도 수백명의 경찰들을 동원해 강제 수색을 벌이고 그 과정에 상해를 입는 우리 동포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소식은 지금 일본사회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재일동포들은 남과 북이 나누어지기 전부터 강제로 일본으로 건너가 지금까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민족이다.
그들은 먼 타향에 살면서도 대를 이어 우리 민족의 넋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의 민족이다.

세계 어느 곳에 제 나라의 넋을 지키며 살고 있는 민족을 정부당국까지 나서 탄압하는 나라가 있는가.
세계 어느 곳에 제 나라의 말과 글을 배운다고, 제 나라의 예술과 정신을 이어간다고 탄압하는 나라가 있는가.

일본당국이 우리 동포를 탄압하는 이유가 무엇이 되었건, 그 본질이 군국주의를 부활시켜 동북아로 진출하려는 야욕을 실현시킬 핑계를 만드는 것일 뿐임을 어느 누구나 알고 있다.

우리 한국의 민족음악인들은 재일 동포들과 같은 민족으로써, 효고 경찰을 비롯한 일본 정부당국의 이러한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

일본경찰과 정부당국은 당장 재일 조선인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우리 아이들이 우리 민족의 말과 글, 민족문화의 정신을 배울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

우리 예술인들이 우리의 민족예술을 꽃피우기 위한 활동을 보장하라!!

우리 민족이 어느 땅에서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평등하게, 평화롭게 살 권리를 보장하라!!

2007년 4월 일본 효고현

한국민족음악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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