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합의문 의회 비준동의 '산넘어 산'

미국에서 12년만에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지 100일이 지나는 동안 한미관계에서도 '공화당의회시대'엔 찾아볼 수 없었던 변화의 조짐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미 의회에서 미국산 제품에게 한국시장을 더 개방해야 한다는 통상압력이 높아지고 있고, 탈북자 문제를 비롯한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무엇보다도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의회의 위력은 미 의회가 앞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비준동의하는 과정에 실감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전권 이양, 주한미군 재배치 기존 합의대로 = 지난 1월4일 제110회 미 의회가 개원되면서 미국 정치지형이 여소야대로 재편됐지만 정치.군사분야의 한미관계에서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미군이 행사해온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권을 오는 2012년 한국군에 이양키로 합의했으나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도 이에 대해 특별한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도 이미 합의된 대로 진행되고 있고, 당초 일각에서 우려했던 주한미군의 추가감축 가능성도 현재로선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있다.

대신 민주당 의회는 한미관계에서 통상문제에 비중을 두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한미 FTA 협상과정부터 미국의 관심사인 쇠고기, 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의 입장을 관철하도록 지속적으로 미 행정부에 압력을 행사해왔다.

또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한국의 시장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며 통상압력을 가하는 것과 동시에 한국제품의 미국시장 잠식을 막기 위한 노골적인 보호무역주의적 요구도 서슴지 않고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에선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거부하며 '다자회담의 틀'을 강조해온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양자대화를 재개했으며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등 북핵 6자회담에서도 외교적 해결과 협상을 강조하는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부시 행정부에게 북한과의 직접협상과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촉구해온 것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라크사태, 이란핵논란, 중동문제 등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북핵문제만이라도 풀어보겠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북핵문제에 '올인'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권문제에 대한 의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하원 외교위는 2차대전 당시 일본 정부의 종군위안부 강제동원을 규명하는 종군위안부 청문회를 처음 개최한 데 이어 지난 109회 의회에서 폐기된 종군위안부 결의안을 재추진하고 있으며 낙관적인 통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의회는 탈북자 등 북한 인권문제 개선에도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원 외교위는 지난 3월1일 북한인권 청문회를 개최한 바 있으며 지속적으로 북한인권개선을 북한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 의회, FTA 비준동의 진통 예상 =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함에 따라 가장 우려되는 사안은 직면한 FTA 비준동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공화당 출신인 부시 행정부는 지난 1년여간의 협상을 통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한미 FTA를 타결하는 데 성공했지만 보호무역주의 성향마저 보이고 있는 민주당을 설득, 의회의 비준동의를 받아야 FTA가 발효되게 된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을 요구하거나 자동차 분야 협상결과, 쌀 제외등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며 벌써부터 FTA 비준동의에 반대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미 의회와 행정부간 FTA 협의과정에 합의문을 수정하겠다며 일부 분야는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정부측도 노동,환경 분야 민주당 요구가 워낙 거센 점을 상기시키면서 의회 비준동의를 위해서 일부 분야의 재협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미 의회의 역대 FTA 비준동의에서 공화당은 압도적 지지 입장을 보인 반면 민주당의 반대가 많았다는 점도 부담이다.

하원 민주당의 역대 FTA 표결에서 찬성이 많았던 것은 미-호주(116대84), 미-모로코(120대80), 미-바레인(115대81)FTA 등 3개뿐이며 CAFTA(15대187), 미-오만(22대176), NAFTA(102대156), 미-칠레(75대128), 미-싱가포르(75대127)FTA 등은 반대가 많았다.

당장 한미 FTA 비준동의를 심의하는 첫 관문인 상원 재무위와 하원 세입위의 인적구성부터 우호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상원 재무위는 민주당 11명, 공화당 1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몬태나주 출신인 막스 보커스(민주) 위원장 등 '쇠고기 벨트' 출신 의원들이 대거 포진, 한미 FTA 비준동의를 무기로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수입 재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하원 세입위도 민주당 24명, 공화당 17명으로 여소야대로 구성돼 있으며 찰스 랑겔 위원장, 샌더 레빈 무역소위 위원장 등 민주당 의원들은 자동차 분야 협상결과에 불만을 드러내며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한국시장의 대폭적인 개방을 압박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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