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6전쟁 당시 북한지역서 전사한 미군 유해 6구가 11일 판문점을 통해 송환될 예정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군 유해는 지난 8일부터 초당적인 미국 민간대표단을 이끌고 방북 중인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 일행과 함께 판문점을 거쳐 유엔군사령부측에 인계될 예정이다.

6.25전쟁 때 전사한 미군 유해가 판문점을 통해 송환된 사례는 흔한 일이지만 이번 경우는 북측지역서 유해발굴이 중단된 지 2년여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향후 북.미관계를 진단해볼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핵 '2.13 합의' 이전까지 꽁꽁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를 개선하려는 북측의 의지가 유해 송환 합의과정에 일정부분 반영된 것 아니냐는 추론을 내놓고 있다.

유해 송환을 이끌어낸 리처드슨 주지사도 지난 7일 방북 길에 오르면서 미군유해 송환이 북한 핵개발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북.미관계 개선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물론 민주당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인 리처드슨 주지사가 자신의 방북 성과를 한껏 부풀리려고 그 같은 의미를 부여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미 의회조사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박사는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회견에서 "미군 유해 송환문제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며 "북한이 미군 유해를 넘겨준다고 해서 핵문제와 같은 다른 중요한 문제에 특별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유해 송환을 계기로 2005년 5월 중단된 북.미 유해공동발굴 작업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힘이 실리고 있다.

1996년부터 시작된 북.미 유해발굴 공동작업은 2005년 5월25일 미측이 발굴 작업 중단 선언과 함께 인력을 철수시키면서 중단됐다. 미측은 당시 발굴단이 사용하는 위성통신장비를 그때그때 허락을 받고 이용하라는 북측의 고압적인 자세를 발굴 인력의 신변 위협으로 인식하면서 발굴단을 전격 철수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이 발굴단을 일방적으로 철수하자 북측도 같은 해 6월1일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군 유해 공동발굴 작업을 더는 할 수 없게 된 조건에서 조선인민군측은 미군 유골 공동발굴 작업을 위해 조직됐던 인민군측 조사 및 발굴대를 해체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변인은 "조ㆍ미관계가 매우 긴장한 속에서도 30여 차례의 발굴작업을 허용하고 미국측 성원들이 손톱 하나 다치지 않고 발굴된 유골을 갖고 안전하게 돌아가도록 해줬다"며 "현 미 행정부의 무례한 행위로 행불된 8천여명의 미군 신원을 해명할 수 있는 길이 영영 막혀버리고 유골은 영원히 회수되지 못한 채 세월과 함께 흙으로 돼 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양국이 아직까지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 지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막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사건은 영변 핵시설 폭격 가능성으로 '6월 위기설'이 제기되는 등 북.미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았던 당시 양측의 날카로운 신경전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됐다.

북측은 1996년부터 2004년까지 매년 유해발굴에 합의한 뒤 곧바로 판문점에서 '북.미 유해송환 실무회의'를 열어 발굴비용을 전달받았는데 2002년의 경우 발굴비 규모는 443만 달러에 달했다.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수는 3만 3천여 명에 달하며 아직도 8천100명의 미군이 실종자 리스트에 올라 있다. 지금까지 229구의 미군 유해를 발굴해 이 가운데 27구의 신원이 확인됐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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