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의 이유로 5일 돌연 사퇴한 리처드 롤리스 미국 국방부 부차관이 진짜 물러난 이유는 뭘까.

그가 허리 디스크로 오랫동안 고생해왔고, 수술까지 받았던 터라 건강문제가 큰 이유였을 것으로 짐작은 되지만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에 갑자기 사퇴한 배경은 다른 데 있을 것이라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더욱이 그가 현행 부차관에서 차관보로 승진이 내락돼 있었고, 상원의 인준청문회를 앞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갑작스런 사퇴 표명은 여러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깜짝사퇴' 배경 = 우선 신임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갈등이 큰 이유가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강경파인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의 계보원으로 분류돼온 롤리스가 실용주의자, 유화파로 알려진 게이츠 장관과는 '코드'가 맞지 않았던게 결정적이라는 주장이다.

사실 그의 승진을 결정한 것은 럼즈펠드였고, 그가 퇴임한 이후 롤리스가 설 자리가 없었다는게 주변의 설명이다. 따라서 후임인 게이츠가 그를 곱게볼리 만무했고 조직장악 차원에서도 그의 교체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이미 게이츠 장관은 취임 직후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수차례 예고했었고, 조직 장악을 위해 자기 색깔에 맞는 사람을 심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럼즈펠드 사퇴 당시 롤리스의 동반사퇴 가능성을 점쳤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럼즈펠드가 사퇴하면서 같은 색깔인 롤리스의 사퇴는 시간문제였을 뿐이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또한 상원 인준 청문회의 높은 파고를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워싱턴의 한 고위소식통은 "지금처럼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의회 인준의 높은 벽을 통과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지난 4년 반동안 국방부에 근무하면서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치르는 등 격무에 지친 나머지 사퇴를 결심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 한반도 국방정책 큰 변화오나 = 롤리스가 국방부에서 사실상 한반도 정책을 재단해 왔다는 점에서 그의 퇴진이 어떤 영향을 몰고 올지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4년간 미군기지 재배치 문제를 비롯, 해외주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보, 전시작전통제권 등 한미간 주요 군사현안이 롤리스의 손을 거쳐왔다는 사실은 향후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어떻든 롤리스가 오는 7월 사퇴하면 제임스 신 국방부 아시아태평양담당 수석 부차관보가 후임에 임명될 예정이어서 그가 어떤 인물인지도 벌써부터 주목을 끈다.

한 관계자는 "롤리스가 사퇴한다고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에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후임자로 내정된 제임스 신이 어떤 정책을 취할 지가 관심사"라고 밝혔다.

◇ 부시 행정부내 강경파 줄사퇴 = 이번 롤리스의 사퇴를 미 행정부 내 강경파들의 동반 퇴진이라는 시각에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존 볼턴 유엔대사를 비롯, 럼즈펠드 전 장관의 사퇴, 로버트 졸릭 국무부 부장관, 로버트 조지프 국무부 차관의 사임에 이은 롤리스의 사퇴는 미국내 강경파들의 동반퇴진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롤리스의 사퇴를 마지막으로 강경파 거물들 대다수가 '부시호'에서 빠져 나왔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나 이들 강경파의 잇단 퇴진이 부시 행정부의 대 한반도 정책의 급변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북핵 문제가 다시 장애물을 만나 뒤뚱거리면 언제든 강경한 목소리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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