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 전달설", "2.13 합의 이행 다짐 목적도"

부시 정권 출범 이후 백악관 관리로는 처음으로 방북하는 빅터 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 일본 담당 보좌관의 방문 목적을 놓고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의 의견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친서 내지는 구두 메시지를 북한의 김정일 국방 위원장에게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과 백악관의 언급대로 순전히 빌 리처드슨 주지사의 방북에 따른 지원에 그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 백악관ㆍ국무부,"친서설은 사실 무근"= 백악관이나 국무부는 특사설 또는 친서 전달설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백악관은 특히 리처드슨 일행의 방북을 '인도적 목적의 민간차원'이라고 못박았고 국무부 관계자는 친서 전달설 등을 부인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의 고위 외교 소식통은 "솔직히 차 보좌관이 왜 가는지 잘 모르겠다"고 털어놓으면서 "그러나 차 보좌관의 방북이 지난달 초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뉴욕 방문에 대한 답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즉, 그의 방북이 6자회담과 연계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의 방북이 2.13 합의 이행이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자금 송금 문제로 차질을 빚지 않도록 미국과 중국 간의 막판 조율이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2.13 합의의 순조로운 이행을 위한 미국의 강한 의지 피력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 백악관의 속셈은? = 미국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 민주당 소속의 리처드슨 주지사의 방북에 백악관 관리가 수행하는 것은 쉽게 납득이 안가는 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민간 성격의 대표단이라면 굳이 백악관이 리처드슨 주지사의 방북 계획을 발표할 이유도 없다는 것.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리처드슨의 방북을 계기로 실종 미군 유해 문제도 풀리고 2.13 합의 이행도 순조롭게 이뤄지면 백악관도 한 몫을 한 것으로 생색을 낼 수 있는 반면, 혹시 결과가 안 좋으면 발뺌을 하려는 백악관의 속셈도 읽혀진다"고 말했다.

◇ "북미 관계 정상화 궤도 신호탄"= 아무튼 리처드슨 일행의 방북은 초당파적인데다 백악관과 국방부 관리까지 동행한다는 점에서 거의 '공식적'인 미국 대표단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러한 형식은 북한에 강한 우호적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으며, 북미 관계를 정상궤도에 올리기 위한 신호탄과 같다고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다.

특히 그의 방문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지난달 초 뉴욕을 방문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통해 북미간 신뢰구축 및 관계 정상화를 위해 부시 대통령의 친서와 특사 방문을 강력히 희망한 것으로 알려진 후 이뤄지는 점은 일단 북한측 희망을 무시하지 않으려는 미국측 배려로도 해석된다는 것.

한 소식통은 "차 보좌관의 방북은 과거 북미 관계가 대결로 치달았을 때라면 도저히 생각 조차 할 수 없던 일"이라면서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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