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이 지난 금요일 조지 위싱턴 대학의 연설에서 자신의 임기내에 국가미사일방어(NMD) 구상을 착수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함에 따라 NMD 문제가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외신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NMD 착수 여부를 차기 대통령에게 넘긴다는 그의 발언은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는 △ NMD 구상 자체의 기술적 문제 △ 국제사회의 반발 △ 대선에서의 정치적 쟁점화 우려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대통령이 이같은 판단을 한 것은 합리적이라고 평가된다. 사실 지난 7월, 제3차 요격시험이 실패로 나타나기 이전의 두 차례 실험도 한번의 부분 성공과 한번의 실패로 나타나 NMD 구상이 의도하는 실제 목표와 달리 이를 실현할 기술적 문제가 간단하지 않음을 시사해주고 있었다. 이와 관련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지는 4일 클린턴 대통령이 이같은 결단을 하게 된 것은 이미 오래되었다고 전하고, 그 같은 결정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설 고어의 입장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논평하였다.

클린턴 대통령의 NMD 구상의 착수 유보로 2005년 이 구상을 현실화하려는 국방성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되었다. 이에 따라 워싱턴에서는 이를 보완·대체할 방법을 놓고 활발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즈>는 이와 관련, 적 미사일이 발진하는 단계에서 요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4일 보도하였다. 이 방안은 러시아가 강한 집착을 갖고 있는 탄도미사일제한(ABM)협정을 파기하지 않고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런 방안에는 러시아도 협조할 의향이 있다고 이 신문은 보았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현재 일본과 추진하고 있는 전역미사일방어(TMD) 계획으로 NMD를 대체하는 것이다. 분쟁 예상 지역에서 미군 기지와 동맹국을 방어하는 개념의 TMD는 현재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시험, 개발되고 있다. 미국은 TMD에 대만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MD는 적국의 중·단거리 미사일 공격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것을 기본개념으로 하고 있는데 TMD가 NMD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은 여기에 장거리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즈>는 전했다.

이렇게 할 경우 러시아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중국측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최근 보고서는 TMD를 추진할 경우 미국과 유럽을 공격할 수 있는 중국의 미사일 개발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대만이 TMD에 참가할 경우 중국 군부의 영향력이 높아져 양안관계는 긴장국면으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메사추세츠 공대의 토마스 크리스텐센 교수(정치학)는 국제정치학 저널인 (2000년 겨울호)에 기고한 글에서 대만의 TMD 참여는 대만의 안보 보다는 위협을 증대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또 TMD가 분쟁 예상 지역에서 미군과 동맹국을 완전히 방어할 수 있느냐 하는 기술적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은 내년 예산에 미사일 방어 관련 부문에 51억 달러를 책정, 이를 TMD/NMD에 각각 50%씩 배정해 두었다고 <뉴욕타임즈>는 전했다. 그리고 미국은 현재 세계 최대의 무기수출국의 자리를 몇 년째 유지해오고 있다.

대선 국면에 들어선 미국은 현재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를 명분으로 한 미사일 방어망 구상이 기술적 문제로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동시에 이런 구상이 세계적 차원의 군비경쟁과 긴장을 유발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점을 고려한 클린턴 대통령의 NMD 착수 유보 발언은 이런 문제점을 차기 정부에 떠넘긴 것일 뿐 우려의 불씨를 끄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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