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사업에서 투명성을 지켜야 한다.’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대북사업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이 전임 김대중 정부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면서 한 말입니다. 결국 노 대통령은 ‘투명성’을 걸고 대북송금 특검법을 승인했습니다.

당시 우리가 대북송금 특검을 우려한 이유는 ‘투명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대북사업에서 민족의 장래와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는 일정 기간동안 고도의 비밀이 요구될 수도 있기에 모든 대북사업에 ‘투명성’ 원칙이 적용돼서는 곤란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남북관계가 경색될 때 이를 풀어줄 특사가 필요하고 때에 따라서는 이 특사가 밀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비밀’이 아니라 ‘남북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목적을 위해 수단이 비밀스럽게 진행될 수도 있고 특히 고도의 비밀을 요하는 남북관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참여정부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지난해 10월 북핵실험 후 남북관계가 완전 경색되었을 때 노 대통령의 측근이자 ‘정치적 동업자’인 안희정 씨가 베이징에서 북측 인사를 비밀리에 만나 정상회담을 제안했다는 것이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안 씨의 대북 비밀 접촉은 노 대통령이 지시한 것으로서, 국무총리실은 물론 대북정책을 수립 집행하는 통일부 등 공식 라인을 철저히 배제한 채 추진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여기에서 노 대통령의 대북사업 인식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금과옥조처럼 말한 ‘투명성’을 어긴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공적 차원이 아닌 사적 라인에서 일을 처리한 것입니다. 안희정 씨는 정부내 공식 직함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대북사업을 비밀리에 해야 할 때가 있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투명성’ 운운했다가 스스로 약속을 깨트렸습니다. 자승자박(自繩自縛)인 것입니다. 아무리 말 잘하는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이 경우에는 어떻게 변명할까요.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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