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뉴스>는 최근 일본에서 자행되는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과 탄압의 문제가 심각함을 느끼며 재일동포 문제를 주제로 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의 연재글을 4회에 걸쳐 게재한다.

1. 재일동포 문제 발생의 역사적 배경
2. 해방 후 재일동포 조직의 결성과 활동
3. 일본 정부와 극우 단체의 재일동포 탄압 현황
4. 재일동포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제


최근 일본 당국과 극우세력들의 총련 탄압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재일동포들의 인권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존엄과 긍지에 대한 또 다른 도전이며 침략행위이다. 이 글에서는 재일동포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관점과 자세에 대해서 논해 보고자 한다.

재일동포 탄압은 우리 민족에 대한 또 다른 도전

역사적으로 볼 때 일본은 우리 민족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수많은 죄행을 저질러 왔다.

가깝게는 일제 식민통치로부터 멀게는 삼국시대 왜구침입에 이르기까지 일본이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만행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반면 우리 민족은 일본을 단 한 번도 침략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수많은 선진문물을 전파하여 일본의 문명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일본의 지배세력들은 지금까지 과거의 죄행에 대해 단 한 번도 사죄한 적이 없으며 여전히 한반도 재침략의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다. 역사교과서 왜곡, 독도 영유권 분쟁 등은 반성을 모르는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파렴치한 행태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재일동포 탄압 문제도 역사왜곡, 독도문제와 마찬가지로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또 다른 한반도 침략행위이다.

지금 일본에서는 재일동포들에 대한 차별과 탄압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미국인들이나 유럽인들을 차별한다는 보도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역사적으로 중국 역시 일본과 해결되지 않은 많은 과거 문제를 안고 있지만 일본 내 중국인들이 재일동포들처럼 일본에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탄압받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른 외국인들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일본 당국과 극우세력들은 유독 재일동포들만은 생업과 활동을 방해하며 가혹하게 탄압하고 있다. 이것은 일본인들이 아직도 우리 민족을 적대시하고 얕잡아보고 있으며 우리를 식민지 2등 국민 취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재일동포 탄압에 무관심한 한국의 현실

물론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1차적 책임은 일본 당국과 극우세력들에게 있다. 그러나 재일동포들이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해방 이후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재판을 받은 친일파는 단 4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도 대부분 풀려났고 실형선고 받은 사람은 7명뿐이었다. 이 7명조차도 모두 무죄 석방되어 실제로 처벌된 친일파는 단 한 명도 없다.

그 뒤에는 박정희와 같은 대표적인 친일반민족행위자가 군사쿠데타로 대통령이 되었고 그는 온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굴욕적인 한일회담을 통해 일제의 침략행위에 면죄부를 주었다. 지금도 그의 딸은 정계의 유력인사가 되어 호의호식하면서 이제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청와대 입성까지 꿈꾸고 있다.

학계에서는 일본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식민지근대화론’이 공공연하게 논의되고 심지어 뉴라이트라는 작자들은 일본의 식민 지배를 찬양하는 역사교과서를 만들기까지 하였다. 일제 천황의 나팔수노릇을 자처했던 친일신문들을 지금도 많은 국민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애독하고 있는 형편이니 일본인들이 우리를 우습게 보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

한국의 지도층은 크게 친미파와 친일파로 나누어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제 식민지배가 막은 내린지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친일파들은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을 형성하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내 상황이 이 지경이다 보니 일본에서는 많은 한국인들이 일제 식민통치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심지어 가수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일본의 식민지배를 그리워하는 노래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형편에 재일동포들이 일본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리 만무하다. 일본 당국이 우리 동포들을 못살게 굴어도 한국은 전혀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판을 하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역사왜곡, 독도문제 등의 문제에는 그나마 온 국민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수 십 만에 달하는 우리 동포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심각한 사태에 대해서는 누구도 낯을 돌리지 않고 있다.

재일동포 탄압이 더 심각하고 현실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무관심은 일본 당국과 군국주의자들의 재일동포 탄압행위를 무의식적으로 묵인하거나 방조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결국 우리의 무관심은 일본의 또 다른 침략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총련 탄압은 북한의 핵시험 때문?

요즘 일부 사람들은 일본 당국의 총련 탄압이 북한의 핵시험 때문이라며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앞선 글에서 지적한 바 와 같이 재일동포 문제는 남북사이의 대립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많은 일본 동포들이 북한 국적을 가지고 총련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은 이념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북한 당국이 재일동포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많은 지원을 해 왔기 때문이다.

이렇듯 북한 당국은 어려운 형편에서도 재일동포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였고 재일동포들은 이에 화답하여 일본 당국의 온갖 박해와 차별, 탄압 속에도 굴하지 않고 국적과 민족성을 지켜 왔다. 이것은 우리가 격려를 하고 박수를 보내야 할 일이지 한국 국적을 갖지 않았다고 섭섭해 하거나 경원시 할 문제가 아니다.

사실 요즘 많은 해외동포들이 우리의 국적을 버리고 귀화하는 일이 적지 않다.

일부 해외동포들은 이름도 아예 외국식으로 바꾸고 심지어 한국인이 아닌 일본이나 중국인 행세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국내에도 이중국적자들이 적지 않게 판을 치고 있는 형편에서 모진 차별과 탄압을 감내하면서 까지 우리의 말과 글, 이름, 국적을 지켜 나가고 있는 총련계 재일동포들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고마운 일인가?

사실 총련 동포들 중에서는 국적을 포기하고 일본인으로 귀화하면 떵떵거리고 잘 살 수 있는 유능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수 없이 많다.

일례로 만약 세계권투챔피언인 재일동포 홍창수 선수가 조선 이름과 국적을 버리고 일본에 귀화하였다면 아마도 지금쯤 일본인들의 영웅이 되어 더 많은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부과 명예를 버리고 당당하게 조국을 선택하였다. 부당한 차별을 벗어나기 위해 많은 재일동포 운동선수들이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거나 한국인임을 감추고 활동하는 상황에서 홍창수 선수의 조국행 결심은 아마도 많은 용기가 필요하였을 것이다.

총련계건 민단계건 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동포들이며 이역만리에서 고생하고 있는 우리의 형제들이다. 그런데 우리는 단지 총련계 동포라는 이유만으로 자랑스러운 민족의 아들, 딸들을 외면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 단지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자식도 버리고 부모도 버리는 것이 그 잘난 자유민주주의 이념이란 말인가?

더욱이 총련 동포들은 북한의 핵개발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총련 동포들이 핵무기를 만든 것도 아니고 더욱이 북한이 핵무기로 일본을 위협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당국은 자국의 패권적 이익 때문에 우리 동포들을 부당하게 탄압하고 있다. 그들은 아무런 죄도 없는 재일동포들을 볼모로 북한을 압박하려 하고 있다. 이것은 테러행위, 납치행위와 아무것도 다를 바 없다. 이는 민족적인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파렴치한 행위이다.

만일 독도 문제나 역사교과서 문제 때문에 일본인들이 우리 동포들을 탄압한다면 과연 우리는 그것을 좌시할 수 있겠는가? 재일동포들 중에서도 유독 총련계 동포들이 탄압의 표적이 되고 있는 이유는 이들이 북한 국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일본 당국의 귀화정책을 거부하고 민족성을 끝까지 지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소위 한류스타라는 영화배우 배 모씨는 일본에서 돈 몇 푼 더 벌기 위해 독도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어서, 국내의 많은 네티즌들이 격분한 바 있다. 이런 사람들에 비하면 비록 국적과 이념을 다를지라도 꿋꿋이 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지켜 나가고 있는 총련계 동포들은 얼마나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형제들인가?

옛말에 팔은 안으로 굽고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다. 집안에서는 치고받고 싸우다가도 국난을 당하면 힘을 합쳐 싸우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조국에서의 분열과 대립도 모자라서 민족분단의 고통을 해외동포들에게까지 확장하는 것은 말 그대로 창피한 일이다.

단지 북한과 가깝다는 이유 때문에 민족을 사랑하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동포들을 우리가 외면한다면 일본은 앞으로도 우리를 계속 업신여기면서 호시탐탐 재침략의 기회만을 노릴 것이다.

재일동포 탄압을 극복하는 일은 단지 해외동포들을 지지 지원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며 나라와 민족의 존엄과 긍지를 지켜 내는 일이다.

615정신으로 민족적 입장에서 재일동포 문제를 해결해야

2006년 5월17일 역사적인 총련과 민단의 화해선언이 발표되었다. 6.15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아름다운 화폭이다. 이제 해외에서까지 동포들이 분열하고 이로 인해 탄압받는 일만큼은 없도록 해야 한다. 타국에서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힘든 동포들에게 민족분열의 아픔까지 떠안도록 해서는 안 된다.

6.15의 기본이념은 ‘우리 민족끼리’이다. 우리 민족끼리 서로를 아끼고 온 겨레가 대단결하여 외세의 간섭 없이 자주적으로 살아나가자는 것이 우리 민족끼리의 기본정신이다. 우리 민족끼리는 결코 배타적 민족주의가 아니다. 우리 민족이 소중한 만큼 다른 민족도 존중하고 호혜평등, 상호존중의 원칙아래서 상호 협력해 나가자는 것인 우리 민족끼리의 정신이다.

현재 우리 민족은 한반도에서만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수 백 만의 동포들의 이역만리 타국에서 오매불망 고국을 그리며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외국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해외 동포들은 대부분 열렬한 애국자들이며 고국에 있는 우리들만큼 조국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요코이야기’라는 일본소설 때문에 국내가 시끄러웠던 적 있었다. 재미동포들이 없었다면 미국 땅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해외에서는 많은 동포들이 통일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의 총련 동포들도 조국통일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이렇듯 해외동포들은 조국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국내에 살 건 해외에 살 건 모두가 우리 동포들이다. 해외에서 우리 동포들이 부당한 대접을 받는다면 그것은 곧 우리가 업신여김 당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해외동포들이 차별받고 고통 받는데 어떻게 우리가 잘 살 수 있겠는가? 해외동포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과연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겠는가? 재일동포들에 대한 일본 당국의 태도는 곧 우리를 대하는 일본 당국의 태도나 다를 바가 없다.

진보진영에서는 매년 수많은 반미, 반일시위를 하고 있지만 그동안 재일동포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행동을 보여 주시 못했다. 동포들이 차별받고 탄압받는 일보다 더 가슴 아픈 민족문제는 없다. 일제의 과거 침략행위도 문제이지만 현재의 진행되고 있는 침략행위는 더 큰 문제이다. 일본 당국의 재일동포 탄압은 현재진행형인 침략행위이다. 발등에 불이라고 과거의 문제도 미래의 문제도 모두 중요하지만 굳이 선후차를 따지자면 현재가 더 중요하다.

이제 더 이상 재일동포 탄압 문제를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동포들은 고국의 뜨거운 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남과 북이 한 목소리로 우리 동포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615공동선언의 우리 민족끼리 정신에 입각하여 재일동포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투쟁을 모국에서도 전개해야 한다.

재일동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부터 재일동포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한다.

더 이상 과거의 이념적 잣대로 재일동포 문제를 대해서는 안 된다. 6.15공동선언의 우리 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사상과 정견, 신앙의 차이를 불문하고 동포애적인 입장에서 재일동포 문제를 대해야 한다. 우리가 단지 국적과 이념적인 이유 때문에 우리 동포를 외면하고 홀대하면서 일본 당국의 동포차별을 비판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설득력이 없다. 더 이상 남의 나라에서까지 우리끼리 싸우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차원에서도 총련 동포들에 대한 편견과 대결관념을 버리고 순수한 동포애적 입장에서 재일동포 문제를 대해야 한다.

또한 민족적 관점에서 재일동포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재일동포들이 일본에서 어떤 대접을 받는가는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와 우리 민족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 주는 지표이다.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와 우리 민족을 조금이라도 존중한다며 아마도 재일동포들을 이렇듯 무분별하게 탄압하지는 않을 것이다. 해외동포의 처우는 곧 우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일본 당국이 우리 동포들을 마구 탄압하는 것은 결국 우리나라, 우리 민족을 침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재일동포문제를 민족 존엄을 지키는 중대한 문제로 보고 사소한 침해행위도 결코 묵과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민족중시의 입장에서 이제는 행동해야 한다.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단지 관심만으로는 재일동포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일본 당국의 재일동포 차별행위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외교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민간 차원에서도 재일동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과 행동전을 조직하여 일본 당국에 우리 국민의 의사를 정확히 보여 주어야 한다. 일본 당국의 차별과 탄압행위가 발생되면 사소한 것이라도 묵과하지 말고 강력히 투쟁해야 한다.

지난 20세기 우리 민족은 이루 말 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 왔다. 수 백 만의 해외동포들은 대부분 식민과 분단의 역사에 가장 큰 피해자들이다. 그동안 고통 속에서 눈물의 세월을 감내해온 동포들에게 이제는 조국의 따뜻한 품을 안겨 주어야 한다. 통일조국의 따사로운 햇살이 전 세계 곳곳의 동포들에게 전해지고 어느 나라에서도 차별받는 동포들이 없는 때, 그 때가 진정한 우리 민족의 시대가 될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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