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일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과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머리를 맞댔고, 오늘 북한 외무성에서 즉각 "일정한 합의가 이룩됐다"고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례적인 일입니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아태담당 차관보도 오늘 6자회담 개최와 관련, "2월18일 설 전에 개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6자회담이 머지 않아 열릴 것이라는 희망적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힐 차관보는 17일 베를린에서 "6자회담의 프로세스는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북미 관계의 포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며 미국은 북한과 수교를 원하고 있다"고 말해 정전체제의 해소와 북미관계 정상화 추진까지 시사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18일 버웰 벨 한미연합사령관겸 유엔사령관은 "한반도에 유엔사의 미래 역할이 있는가? 정답은 그렇다 입니다. 절대적으로 역할이 있습니다"라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에 이양되고 한미연합사가 해체될 경우에도 유엔군 사령부는 '50년 전에 대한민국에 대한 공약'에 근거해 군사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한국군 전투부대에 대한 '접근권'과 미일SOFA에 따른 일본내 기지 접근권을 구체적으로 거론했습니다.

한마디로 전시작전통제권이 이양되고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더라도 유엔사라는 간판으로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을 지속시키겠다는 것이며, 유사시 일본을 후방기지로 끌어들이겠다는 어마어마한 발언입니다.

미국은 한쪽에서는 6자회담을 통해 53년 정전체제의 해소를 추진한다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군사적으로 53년 정전체제가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자 유엔사를 통해서라도 이를 고수하겠다는 속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같은 이중성은 일면 협상, 일면 제재라는 '6자회담과 BDA금융제재', '국무부와 재무부'의 모순을 통해 익히 보아오던 공식입니다. 거기에 국무부와 국방부의 모순이 하나 더 추가된 것뿐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미국의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왠지 착잡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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