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이중간첩 이수근 사건’과 관련,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 송기인)’는 “중앙정보부의 조작”에 의한 것이라 결론을 내리고, 국가에 “재심 등 상응한 조치”를 권고했다.

‘이수근 사건’ 이란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 출신의 이수근이 1967. 3. 22. 판문점을 통해 남한으로 귀순, 중앙정보부 판단관으로서 대국민 반공강연 활동 등을 하다 1969년 1월 위조여권으로 홍콩으로 출국, 캄보디아로 향하던 중 사이공 공항 기내에서 중앙정보부(이하 중정) 직원에게 체포되어 한국으로 압송, ‘위장귀순 간첩’ 혐의로 처형된 사건을 말한다.

16일자 보도자료에서, 진실화해위는 판단의 이유로 유죄의 증거가 된 자백이 장기간 고립된 상태에서 강요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고, 당시 중정 직원들도 이수근이 간첩이 아니라고 진술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또 이수근에게 간첩에게 필수적인 암호명, 난수표 등도 없었고, 북한으로 보내려고 모스크바 교회로 발송하였다는 비밀편지는 난수표에 의해 암호화된 것도 아니고 국가기밀을 담고 있지도 않았으며, 운전기사, 감찰실 직원들에 의한 동향감시로 독자적인 외부활동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국가기밀 탐지행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였다고 덧붙였다.

절차상으로도 “중정은 이수근, 배00에 대하여 영장발부 없이 11일간 불법구금한 채 조사를 하였으며, 최초 진술서 등을 수사기록에서 제외시켰고, 검찰은 일부 자백 외에 보강증거가 없는 사건에 대하여 기소를 하였으며, 법원은 일부 자백에 의존, 증거재판주의에 위반하여 유죄판결을 하였다”며 “위 불법구금은 형사소송법 제420조제7호, 제422조 규정에 정한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사건은 “중정이 전략신문 결과 위장귀순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이수근을 판단관으로 채용하여 국민승공 계몽사업에 활용하였으나, 이수근이 중정의 지나친 감시 및 재북 가족의 안위에 대한 염려 등으로 한국을 출국하자, 중정이 당혹한 나머지 이수근을 위장간첩으로 조작, 처형하여 귀순자의 생명권이 박탈된 비인도적, 반민주적 인권유린 사건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실화해위는 “국가는 수사과정에서의 불법감금, 자백에 의존한 무리한 기소 및 증거재판주의 위반 등에 대해 피해자들과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고, 국가는 확정판결에 대하여 피해자들과 유가족의 피해를 구제하고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형사소송법이 정한 바에 따라 재심 등 상응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에 앞서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11월 28일 ‘민족일보 조용수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 및 재심권고, 여수 김모씨 일가에 대한 간첩조작 사건에 대한 사과와 보상 조치 권고를 내렸다.

이어 12월에는 태영호 납북어부 간첩조작사건과 이준호.배병희 사건에 대해 차례로 진실규명결정을 내리고 재심 등 상응한 조치를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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