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관장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엘 바라데이 사무총장의 9일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날 알제리에서 개최된 국제회의 연설을 통해 “우리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9개 국가와 핵탄두 2만7000개를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쓸 것을 촉구했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엘 바라데이 사무총장이 핵보유국 수를 9개로 찍었다는 점입니다.

현재 공식적인 핵보유국은 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입니다. 여기에 인도와 파키스탄, ‘비공식적인 핵보유국’ 이스라엘까지 합하면 8개국으로 늘어납니다. 나머지 한 나라는 지난해 10.9 ‘지하 핵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북한을 지칭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당사국 모두(북한 제외)의 입장과 일견 배치됩니다.

실제로 10일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분명한 것은 우리를 포함한 다른 참가국들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엘 바라데이 사무총장의 언급은 핵보유국이 늘어나서는 안된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는 친절한 해석까지 곁들였습니다.

반면, 북한은 “우리 공화국의 핵보유는 자위를 목적으로 한 것이지 그 누구의 인정을 받기 위한 치장거리가 아니다”라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그 누가 우리의 핵보유를 인정하든말든 상관이 없”으며, “자위를 위하여 핵무기를 개발보유하였으면 그만”이라는 것입니다.

북한측 주장대로 ‘핵 보유 여부’는 누가 인정하든 말든 객관적 사실에 속하는 문제입니다. 또 협상장에 나선 6자회담 당사국들이 핵폐기 대가를 최소화하기 위해 북한이 가진 패를 깎아내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수긍이 갑니다.

결국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느냐’는 논란은 객관적 사실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것을 인정했을 때 지불해야 될 대가의 문제가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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