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후 평택 대추리에서 '문정현 신부 사제서품 40주념 및 성탄 미사'가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얼마 남지 않은 생애에 내가 내 손으로 목숨 끊는 일 이외에 못할 짓이 없겠다. 대추리.도두리 주민을 이토록 괴롭히는 정부를 가만 두지 않겠다. 이것이 바로 사제서품 40주년을 맞는 문정현의 메시지다."

정부가 2차 빈집철거 강행입장을 밝힌 가운데,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 상임대표인 문정현 신부는 정부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26일 오후 평택 팽성읍 대추리 농협창고에서 열린 '성탄미사 및 문정현 신부 사제서품 40주년 기념식'에서 문 신부는 "김지태 위원장을 석방할 듯 하면서도 안한다. 진심으로 내놔라. 차라리 내가 들어가 있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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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상황은 만만치 않다. 그는 "19일에 들어온다. 29일에 들어온다고 했다가 또 미뤘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소문이 왔다갔다 한 것을 보니 언젠가 오기는 올 모양"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속수무책이고 어찌할 바를 모른다"며 편치 않은 심정을 내보였다. 

이어 "그 뒤에 어떻게 할 것인가, 40주년이라고 호화롭게 행사를 하지만 마음은 호화롭지 않다"며 "곧 닥칠 위기에 처한 이 처절한 곳에서 미사를 봉헌한다"며 미사를 시작했다. 

이날 사제서품 40주년 기념행사는 대추리.도두리 주민들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와 신자들 150여명이 참석했다. 그동안 지쳐있던 주민들도 오랜만에 찾아온 많은 손님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40년을 '길위의 신부'로 살아온 문 신부에 대한 지인들의 축사도 이어졌다. 스스로 '문정현 신부 덕에 살아 남았다'고 소개한 '인혁당사건' 피해자 전창일 씨는 "미군에게 대대로 물려받은 땅을 빼앗기지 않겠다고 발버둥 치는 우리 농민들을 위해 한몸 받쳐 싸우신 문 신부의 고귀한 정신은 진정 십자가 정신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문 신부는 인혁당 사건 재심공판에서 검사가 구형하지 않았다며 "이는 검사도 무죄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부활이다. 대추리도 기필코 한미가 동등한 나라라는 것을 선포하는 그날이 올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지난 1975년 문신부는 인혁당 사건 관련자의 사형집행 저지를 위해 싸우다 무릎 부상을 입어 5급 장애로 현재도 지팡이에 의지하고 있다. 인혁당 사건을 계기로 문 신부의 사회운동이 시작돼 그로서도 애착이 깊다.

▲ 전국의 천주교사제단 신부들이 문 신부의 사제서품 4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대추리에 모였다. [사진 - 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박순희 대표는 "아직 이 시대에 신부님을 따르는 이들을 더 큰 사랑으로 지켜달라"며 "신부님은 건강을 과신하시지 마시고 오래오래 억울한 이들의 벗으로 함께 하길 바란다"며 문 신부의 건강을 빌었다.

이에 앞서 오후 3시 부터 열린 '대추리 주민들과 함께 하는 성탄 미사'는 천주교사제단 신부 32명의 공동집전으로 진행됐다.

청주교구 김인국 신부는 "성탄절의 희망은 그루터기, 그 잘려진 나무의 밑둥, 더 이상 잎이 달리지 않고 꽃도, 열매도 열리지 않는 불임의 희망"이며 "예수님의 탄생은 메말라가는 고목에서 피어나는 연약한 새싹"이라며 대추리주민들도 그루터기에서 새싹이 피듯 희망이 올 것이라고 주민들을 위로했다.

사제단 전종훈 대표도 "이곳을 찾아 올 때마다 마음이 찹착하다"면서도 "작은 새싹에서 희망을 보는 성탄절의 의미를 함께 되새기고자 전국 각지에서 신부들이 이곳에 와서 미사를 봉헌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대추리 사진작가 노순택 씨의 부인 김평씨가 문정현 신부의 대추리 삶을 그린 동화책 '신부님 평화가 뭐예요'를 문 신부에게 전해주기도 하는 등 참가자들은 2년간 대추리에 살면서 싸우고 있는 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직접 손풍금을 연주하며 주민들과 함께 노래하는 문 신부. [사진 - 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문 신부의 손풍금 연주에 주민들과 참가자들이 무대에 올라 함께 '노을', '고향의 봄'을 부르며 막을 내렸다.

미사와 기념식은 해가 진 오후 6시경 마무리됐다. 사제단에서 준비해온 음식으로 작은 마을잔치가 이어졌다. 

문정현 신부는 1940년 출생해 1966년 사제서품을 받았다. 1970년대 초 부터 '천주교사제단'에 참가해 활동했으며, 인혁당 사건을 시작으로 반독재운동, 노동운동, 통일운동을 펼쳐오다, 1997년부터 한미주둔군지위협정(소파) 재개정 운동 등을 시작해 2004년 2월 부터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를 위해 대추리에서 주민들과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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